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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박정태] 캠핑클럽과 광장정치



우연히 종합편성채널 JTBC의 ‘캠핑클럽’을 보게 됐다. 1998년 데뷔한 원조 걸그룹 핑클(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14년간의 휴지기 동안 각자 활동했던 멤버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특별한 캠핑카를 직접 몰고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담긴 관찰 예능이다. 지난달 22일 방영된 10회분을 며칠 뒤 재방송으로 접했다. 팬들과 재회한 핑클의 이벤트 무대가 꾸며진 캠핑장 곳곳을 카메라가 다양한 앵글로 비춘다.

그런데 웬걸, 눈에 들어온 캠핑장이 무척 낯이 익었다. 울창한 나무와 푸르른 잔디밭이 어우러진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 우리 가족이 매년 봄가을마다 힐링을 위해 찾아간 그곳 아닌가.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드넓은 부지의 오토 캠핑장. 어디에 자리를 잡아도 시야가 탁 트여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는 캠핑장이다. 예약제가 아니어서 언제라도 캠핑 장비만 들고 가면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캠핑의 계절이다. ‘캠핑클럽’은 캠핑 욕구를 자극한다. 알고 보니 핑클은 전북 진안의 용담 섬바위, 경북 경주의 화랑의 언덕과 울진의 구산해변, 강원 영월의 법흥계곡을 거쳐 포천까지 왔다. 우리 가족도 지난주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딸기를 데리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 딸기는 우리 집 반려견 이름이다. 자연과 바람, 하늘과 별, 아침 이슬과 풀벌레 소리, 장작 타는 냄새와 활활 타오르는 불꽃 등이 도심 생활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여유와 힐링을 선사해준다. 소소한 행복이다.

아전인수식 광장의 정치가 판을 치는 요즘, 답답하고 피곤한 일상을 벗어나보자. 지금 대한민국은 조국 사태를 둘러싸고 진영 논리에 매몰돼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지난 3일 보수세력의 ‘광화문 집회’, 5일 진보세력의 ‘서초동 집회’는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을 보여줬다. 선동 정치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세상을 뒤로하고 야외로 나가 초록을 보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초록은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준다고 하지 않는가.

P.S. 어제 ‘캠핑클럽’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공지 사항이 떠 있었다. “9월 22일 방송된 캠핑클럽이 촬영된 장소는 정식 등록된 캠핑장이 아닌 개인 사유지”라는 안내문이었다. 촬영 장소를 놓고 뭔가 이의 제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근데 미등록이라니. 나 원 참….

박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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