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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어느 신학생의 자퇴서



마음이 아팠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군목 파송을 앞두고 있던 젊은이가 학교에 자퇴서를 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았다. 이 청년 전도사는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경북 포항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104차 총회에서 목사고시 최종 불합격이 확정됐다. 내년에 다시 면접을 볼 수 있지만 그는 “주일 전날마다 칼로 난도질당하는 꿈을 꾼다”고 고통을 토로하며 자퇴서를 냈다고 했다.

총회에서는 이 청년 전도사를 포함한 2명의 목사고시 최종 면접자의 합격 여부가 논의됐다. 4일의 총회 기간에 세 차례나 토론이 됐다. 그때마다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마지막 날 다소 허탈하게 결론이 났다. 그를 조사한 동성애 대책위는 “(불합격을)재론할 가치도 없다” “당사자가 소명의 기회도 거부하고 소신 발언을 거듭하며 동성애 인권 옹호 신학을 주장했다” “군대라는 곳에 파송되는 군목은 동성애 문제에 더욱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장을 지키고 있던 목사와 장로들 사이에서 “옳소”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땅땅땅. 총대들의 목소리에 떠밀리다시피 결정이 났다. 그렇게 청년의 앞길을 정해버렸다.

목사 안수 자격에 민감한 총회의 분위기가 이해는 된다.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다. 설교와 목회를 통해 교회 안팎의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교회와 교단의 결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자질과 자격을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동성애자들의 주장에도 모순이 많다. 처음엔 동성애 성향이 타고 나는 것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제는 자기의 성(性)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뒤가 안 맞다. 기독교계에서 우려하는 차별금지법의 문제 조항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믿기지 않는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문제 조항을 수정하면 되지 않는가. 사회적 소수이고 약자라 교회를 비난할 수 있어도 이들을 비판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동성애자들 역시 교회의 이웃이다. 교회 안에도 혼자 힘들어하는 동성애 성향의 교인이 있을지 모른다. 예장통합이 이번 총회에서 채택한 시국선언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들을 배척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사랑으로 포용한다.” 교회 바깥에서 볼 때는 앞뒤가 안 맞다고 비난할 만하다. 그래도 교회는 원칙을 지키되 사랑으로 포용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목사안수를 거부당한 청년 전도사의 입장은 총회와 다른가? 그 청년 전도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동성애를 조장하고 옹호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동성애에 대해선 총회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극단적으로 반동성애 입장을 취하는 방향을 다소 우려하고, 앞으로 토론하고 연구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도 했다. 미숙한 자신의 모습은 더 깊이 고민해 성장시키려 한다고 다짐도 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저의 다짐은 분명합니다. 가난한 사람의 이웃, 약하고 소외된 사람의 친구가 되는 목회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영세민 아파트 단지에서 사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동성애 이슈에 관해 가지는 관점도 이 다짐을 기반으로 합니다. 저는 교단을 우습게 생각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공격을 가하지도 않습니다.”

기자로서 총회를 지켜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불법이 명백하다고 결론 지은 명성교회 위임목사 문제에는 그토록 신중했던 총대들이 청년 전도사의 앞길을 결정하는 문제는 왜 그리 서둘렀나.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를 총회 단상에 세우고 그의 호소를 귀 기울여 들었던 이들이, 청년 전도사의 목소리는 왜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교계 내의 과도한 반응도 돌아보면 좋겠다. 동성애자들을 만나자, 그들을 끌어안자는 주장까지도 비난하며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몰고 간다. “동성애자들도 사랑하자”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사랑하고 포용하려는 사람을 향해서는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한다”고 손가락질한다. 손가락질을 향해 “옳소”라는 외침만 들린다. 사랑도 포용도 설 자리가 없다.

김지방 미션영상부 차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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