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친절에 대하여
낯선 도시에서 경험한 친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에 유럽의 작은 도시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1층은 작은 술집이었고, 2층은 기숙사형 숙소인 곳에 묵게 되었다. 그날 밤 일행 중 한 명이 우연히 아는 선배를 만나게 되어서 1층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자정쯤 끝내고 숙소로 올라가서 자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를 방에 두고 나와서 누를 수가 없었다. 가게 바깥으로 나가서 창문 밑에서 일행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난감해졌다. 남은 두 명과 함께 ...
입력:2019-10-02 04:10:02
[뉴스룸에서-장지영] 도밍고와 오페라의 위기
최근 세계 공연예술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오페라계 슈퍼스타 플라시도 도밍고(78)를 둘러싼 ‘미투 고발’ 파문이다. AP통신이 지난 8월 12일 피해자 9명에 대한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도밍고의 콘서트를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도밍고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LA오페라는 “외부 인력을 고용해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도밍고의 공연을 그대로 ...
입력:2019-10-02 04:05:01
[가리사니-정건희] 경우의 수
말 그대로 ‘역대급’ 우승경쟁이다. 5월 30일부터 121일간 KBO리그 프로야구 단독 1위를 달리던 SK와이번스는 28일 삼성라이온스에 7대 9로 덜미를 잡혔다. 반면 2위 두산베어스는 같은 날 한화이글스에 7대 6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은 86승 1무 55패로 승률까지 똑같은 공동 1위. 하지만 동률 시 상대전적, 득실차 우위를 따르는 규정상 9승 7패로 맞대결 전적에서 앞서는 두산이 SK가 가지고 있던 매직넘버 ‘2’를 넘겨받아 자력우승이 가능한 실질적 1위에 올랐다. 재밌는 건 84승 1무 57패로 3위에 자리한 키움히어로스도 ‘산술적’으로 아직 ...
입력:2019-09-30 04:10:01
[빛과 소금-전정희] ‘야매’ 설교
“이 사람들아 ‘야미’ 설교라도 해야지 않는가.” 1940년대 초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발악하고 있었다. 각 교회는 일본의 감시가 무서워 ‘천황의 충량한 신민’으로서 예를 다했다. 교회는 신사참배, 동방요배, 황국신민 서사 제창을 하면서 교화기관으로 전락했다. 무력 앞에 훼절하는 목회자가 속출했고 적극적으로 친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무디’로 불리는 부흥사 이성봉(1900~1965) 목사는 당시 반일 설교 내용이 문제가 되어 기소된 상태에서도 만주, 황해도, 평안도 등 각 처소를 돌며 말씀을 전했다. 갈...
입력:2019-09-28 04:05:01
[혜윰노트-전석순] 경로 의존 법칙
버스는 짐작과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좌회전해야 할 지점을 지나쳤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일순 풍경이 달라졌다. 서너 정거장쯤 지나쳤을 때 9번을 타야 하는데 8번을 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렸지만 익숙한 건물은 남아 있지 않았다. 약속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걷기로 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니 소극장이 보였다. 큰길로만 다녔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매번 가던 길은 안정감을 준다.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걷는 거리는 다르다. 불안한 마음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느라 걸음...
입력:2019-09-27 04:05:01
[길 위에서] ‘배 선교사’의 순교를 기리며…
지난 15일은 배윤재 선교사의 10주기였다. 배 선교사는 2009년 9월 15일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산악지대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미혼 선교사로서 파리의 무슬림 빈민 여성을 도우며 복음을 전하던 그였다. 배 선교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프랑스에서 사역하다 9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프랑스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경기도 용인 이룸교회에서도 사역했다. 이룸교회 담임 배성식 목사가 오빠다. 최근 배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교회가 9월 15일을 기해 추모예배를 드리는 이유를 이렇...
입력:2019-09-25 0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