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노희경] 가을엔 화평케 하소서



“지금 한반도를 영적 지도로 그려보면 울분 덩어리입니다. 반목은 깊어가고 분노는 쌓여가고, 여기저기서 싸움을 걸어옵니다. 불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그리스도인은 ‘피스메이커’(평화를 만드는 사람)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하나님은 평화를 이미 우리에게 주셨는데, 지금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선 우리에게 피스메이커로 역할을 감당해주길 원하십니다. 내 안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이 평화가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사건’을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일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님이 ‘평화를 추구하는 하나님의 자녀’란 제목으로 설교한 내용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목사님의 말씀을 들었는데, 어지러운 세상 가운데 있는 이때 영적으로 큰 도전과 위로를 받았다. 울분이 많은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눈물을 닦아주는, 다투는 사람들을 화해시키려고 애쓰는 피스메이커가 돼야 한다. 그런데 사실 그 길이 쉽지 않다. 그래서 목사님은 미움 분노 원망 같은 내면에 있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매일 새벽 몸부림치며 기도한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분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피스메이커가 되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정치적 성향으로 쪼개진 진보와 보수는 물론이고 태생이나 신분 등으로 나뉜 금수저 흙수저에다 교육적으로 혜택을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에 대한 계층 간 분열은 이미 극에 달했다. 지난 주말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던 서울 서초동 촛불시위 참가자 수를 놓고도 지금까지 엇갈린 수 싸움을 하고 있으며, 지지층 간 날선 댓글 공방은 멈출 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분열의 씨앗이 교회라는 공동체에까지 들어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원도 강릉에서 사역하는 한 중진 목회자는 “지역이 반으로 나뉘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인들 사이에서 조국 장관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었다”며 더 심각한 건 담임목사가 자신들의 지지에 동조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물론 이 목회자는 “어떤 쪽도 동의해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참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우리나라가 ‘반반’으로 나뉘었다. 공정성과 정의는 찾아볼 수 없는 세상이 된 듯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심란하다. 세상의 관점으로 볼 때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비판하고 헐뜯는, 이미 받을 대로 받은 상처를 과연 누가 치유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화해의 중재자’ 피스메이커가 필요하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은 ‘메시지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우리 사이를 이미 화해시키셨다고 선포했다. “어제 밖에 있던 이방인과 안에 있는 유대인 모두가 이 일에 함께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서로 거리를 두기 위해 이용하던 벽을 허무셨습니다. 그분은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었던, 깨알 같은 글자와 각주로 꽉 찬 율법 조문을 폐지하셨습니다. 그런 다음에, 전혀 새로운 출발을 하셨습니다. 그분은 오랜 세월 동안 증오와 의심에 사로잡혀 둘로 갈라져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두지 않으시고 새로운 인류를 지으셔서, 누구나 새 출발을 하게 하셨습니다.”(엡 2:14~15, 메시지 성경)

예수님은 우리에게 화해, 평화를 선물로 주셨다. 그 선물을 받은 우리가 이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치유의 도구가 돼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피스메이커의 길을 가야 한다. 예수님의 길을 따라야 한다. 어떻게 그 어려운 길을 걸을까.

다윗의 기도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내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어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악한 일을 하는 자들과 어울려서, 악한 일을 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그들의 진수성찬을 먹지 않게 해주십시오.”(시 141:4, 새번역) 이 말씀을 생각하며 매일 자신을 돌아봤으면 한다. 무시로 기도함으로써 우리 내면의 독소부터 제거하자. 그렇게 나부터 치유해야 비로소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분별할 것이다. 미움이 있는 곳에 평화의 복음을, 분열이 있는 곳에 화해와 일치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가을엔 화평케 하소서. 울분 많은 시대의 눈물을 닦아주는 피스메이커로 서게 하소서. 우리 안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평화가 세상에서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소서.” 이 가을, 우리 가운데 평화가 임하기를….

노희경 미션영상부장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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