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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은행나무
잡지사 사무실은 늘 손님이 많다. 오랜만에 찾아간 터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젊은 여직원이 “누군가 화장실에 갔다 왔나 봐요.” 그 말을 들으니 내 신발부터 먼저 보게 된다. 잠시 후 다른 손님 두어 분이 들어왔다. 확실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제야 건물 입구에 떨어져 있던 많은 은행 열매가 생각났다. 간밤에 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까지 불었던 관계로 사람들이 밟고 지났으리라.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을 행단(杏壇)이라 하였다. 중국 곡부의 대성전에는 은행, 회화, 측백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문묘에도 600살 된 ...
입력:2017-11-26 17:30:01
[삶의 향기-이지현] 하나님의 타이밍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되도록 그 일이 곧바로 성취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이뤄지길 바란다. 또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소명대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제자리를 걷는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나는 분명히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했는데, 왜 나를 망하게 하실까?” “하나님은 왜 구하는 것을 한 번에 주시지 않을까”라고 원망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이밍과 하나님의 타이밍은 다르다. 내가 가진 인생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르...
입력:2017-11-24 18:05:01
[타향 삶 보듬기] 감사는 나눔이다
김기동 목사 세리토스 충만교회 연목회 회장 감사는 나눔이다. 범사에 나눔이 있을 때에 가정과 사회가 따뜻하게 될 것이다 예수는 나누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다   이번 추수감사절은 다른 때보다 더 의미가 있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서 이재민과 어려운 이웃과 타민족들에게 사랑의 컵라면을 보내기 위한 연세 사랑의 나눔 콘서트를 남가주 연세목회자회(회장 김기동)가 주최하고 연세대학교 남가주 총동문회(회장 방하섭)가 주관하여 지난 12일 생수의 강 선교교회에서 행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연세 사랑의 나눔 콘서트에는 많은 사...
입력:2017-11-25 04:58:59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한밤중 아무도 몰래
아주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보았다.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 조그만 여자 아이 하나가 한밤중에 문득 눈을 뜬다. 같은 방의 언니는 아무리 흔들어도 안 일어나고 엄마 아빠도 쿨쿨 자고 있다. 아이는 할 수 없이 혼자 화장실에 간다. 그런 뒤 부엌으로 가서는 냉장고를 열어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고 체리를 살짝 꺼내 먹는데, ‘야단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이 대목이 정말 좋다! 할짝할짝 우유를 핥는 고양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가 바야흐로 커다랗고 빨간 체리를 막 입안으로 집어넣으려는 장면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밤중이지만 ...
입력:2017-11-23 18:50:01
[세상만사-하윤해] 냉전시대 회담장의 조크
냉전이 막바지로 치달았던 1988년 3월 23일 에드아르트 세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이 미국 백악관을 찾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부통령, 조지 슐츠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주요 의제는 미·소 간 핵무기 감축, 그리고 당시 개막 6개월도 남지 않았던 88서울올림픽의 안전 문제였다. 딱딱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썰렁한 조크를 먼저 던졌던 사람은 부시 부통령이었다. 그러자 레이건이 나섰다. 그는 회담 도중에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대한 조크를 하나 하겠다”고 화제를 돌렸다. 레이건...
입력:2017-11-23 18:00: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제철의 아름다움
매번 마지막인 것처럼 무화과를 먹고 있다. 이맘때 무화과를 생과로 먹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무화과는 8월부터 11월까지 즐길 수 있는 과일이고, 거짓말처럼 겨울이 되면 사라져서 다음 해 초여름까지는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무화과 킬러인 나에게 네 달은 너무 짧다. 벌써 11월 말이니, 요즘에는 보일 때마다 두 상자씩 쟁여두게 된다. 이번 판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초조해하면서. “그거 술안주로 좋지.” 하면서도 C는 내가 왜 그리 다급하게 무화과를 먹어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우리가 전혀 다른 무화과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입력:2017-11-21 17:35:01
[한마당-정진영] 동대구역
기차역은 한때 지역의 상징이었다. 교통과 물산의 중심이자 만남과 소통의 거점이었다. 그 지방의 번영과 쇠퇴를 목격한 역사의 현장이었으며 주민들에게 추억 한두 개쯤은 거뜬히 품게 해 준 곳이다. 2003년 서울역을 필두로 상업시설 위주의 민자복합역사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되면서 역의 모습과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동대구역은 한강 이남 육상교통 허브다. 1905년 문을 연 대구역의 기능이 크게 준 반면 동대구역은 전국의 역 중 열차정차 1위, 이용승객 2위로 성장했다. 이 역은 1971년 준공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례적으로 건물이 철로 위에 들어선 선상 역...
입력:2017-11-21 17:50:01
[청사초롱-이나미] 존엄한 노년을 소망한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다가오면 올 한 해 또 내가 무슨 죄를 짓고 무슨 실수를 했나, 짚어 보는 게 습관이 됐다. 나이 들수록 후회와 부끄러움이 더 진해진다. 치기나 경험 부족이라는 핑계를 더 이상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추하게 늙어간다” “벌써 치매가 온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 처신하는 것이 더 두렵다. 올해는 특히 모교에 돌아가게 되면서, 나이만 들었지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더 절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후배들에게 정신 치료를 전수해 주는 분야가 내 전공이지만, 정신분석을 제외한 다...
입력:2017-11-21 17:35:01
[돋을새김-한승주] “포항 친구들 잘됐으면 좋겠어”
지난 15일 저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연기된다는 사상 초유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수험생 엄마인 나는 맥이 확 풀렸다. 지난 1년간 수능에 맞춰 아이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모든 계획을 맞췄는데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연기되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100m 달리기하려고 자세 잡고 출발 총소리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경기가 미뤄졌다니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의외로 당사자인 고3 딸은 침착했다. “할 수 없지 뭐. 내일 시험 보면 포항 애들한테 너무 불리하잖아.” 그러곤 반 친구들의 단체 카톡방을 보여주는데 “포항지역...
입력:2017-11-20 18:10:01
[한마당-김명호] 망궐례
고려·조선시대에 멀리 있어 왕을 직접 배알하지 못하는 관리들이 궐패(闕牌·임금을 상징하는 궐자를 새긴 위패 모양의 나무 패)를 모신 관사 등에서 설날, 보름날, 추석 등 명절에 궁궐을 향해 인사하는 예를 망궐례라고 한다. 충성심을 표하는 행위다. 수군들이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궁궐을 향해 예를 올리거나,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낙방하고 돌아가는 길에 궁궐을 향해 하직 인사를 드리는 것도 그리 불렀다. 차원이 다른 망궐례도 있다. 설날이나 동짓날, 중국 황제 생일에 왕과 문무관원들이 중국 궁궐을 향해 드리는 것이다. 치...
입력:2017-11-20 17:40: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연탄에 배워서 ‘고위층’이 됩시다
날이 추워지면서 연탄을 가득 실은 차량이 고지대 달동네를 부지런히 오갑니다.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참 정겹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20여년간 밥과 연탄 등을 나누면서 연탄처럼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이타적인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시커먼 연탄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장당 무게가 3.65㎏이나 되고, 불이 붙으면 최고 800도까지 올라가 엄동설한에도 방안을 훈훈하고 따뜻하게 합니다. 연탄불로 밥을 하고 물을 데워 세수는 물론 머리도 감고 빨래도 하며 연로하신 어른들은 큰 대야에 물을 담아 목욕까지 합니다. 함박눈 ...
입력:2017-11-20 00:05:01
[조용래 칼럼] ‘IMF 20년’에도 환란白書는 없고
1997년 11월 19일, 임기를 겨우 석 달 남짓 남겨놓은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바꾼다. 그날 오전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 무산에 따른 후속조치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경식의 환란일기’(1999)에 따르면 당시 김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데’라고 혼잣말을 할 뿐이었다. 그보다 앞선 14일, 김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보고를 받고 IMF와 협의를 개시하도록 지시한다. 그해 7월부터 태국을 시작으로 번지던 아시아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 한국도 떠밀려...
입력:2017-11-19 17:55:01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모과
잡지사 문을 들어서는데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내게로 와 포근히 안겼다. 남창으로 새어드는 한 가닥 햇살이 작은 소쿠리의 모과를 비추고 있었다. 실내를 가득 채운 농익은 모과향, 확실히 모과는 눈으로 먹는 과일이다. 크기는 다른 어떤 과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푸짐하지만 시고 껍질이 단단해서 먹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모과차나 모과청으로 가공하여 향기와 맛을 취할 뿐이다. 나무에서 달리는 참외라 하여 목과(木瓜)라 한 것을 우리말로 모과라 했다.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는 말이 있다. 못생겼고 실속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일 게다. 재래종 ...
입력:2017-11-19 17:45:01
[삶의 향기-전정희] 협량한 일본
“아아, 왜노는 원수다. 마땅히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다.” 제주 사람 장한철(1744∼?)의 표류 일기 ‘표해록’의 한 대목이다. 양반 자제였던 장한철은 향시에 합격하고 1770년 12월 25일 한양에서 치러지는 대과(大科)에 응시하고자 제주포구를 출발했다가 전남 완도군 노화도 앞바다에서 조난을 당했다. 29명이 탄 배였다. 그들은 3일간의 표류 끝에 오키나와 한 무인도에 닿아 구조되기만을 기다렸다. 조난자들은 해안 길이가 4㎞나 되는 비옥한 섬에 사람이 살지 않아 의아해 한다. 해적의 노략질 때문이 아닌가 하고 장한...
입력:2017-11-17 17:30: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부러진 오른손
과학 글을 쓰는 동료작가 하나가 지난겨울 오른 손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아픈 건 말도 못하고, 깁스생활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글도 못 쓰고, 운전도 못 하고, 화장실 뒤처리도 너무 힘들고… 깁스 푼 뒤에도 기나긴 재활치료. 그런데 심각한 재앙인 상황을 이 친구는 신묘하게 뒤집어버렸다. 왼손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원래 그림을 잘 그려 자기 글에 직접 일러스트를 하던 터였다. 그는 하루에 한 가지씩 동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왼손에 일을 시키면 어떻게 될까 실험정신이었지만, 그림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덧붙인 해설 글도 너...
입력:2017-11-16 18:15:01
[타향 삶 보듬기] 감사를 빛나게 하는 연합
진유철 목사 (나성순복음교회 담임) 세상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이즈음에 교회, 그리스도인 진정한 연합의 본이 되어 감사를 빛나게 할 수 있기를 기원   1776년 7월 14일 미국독립선언서가 조인될 때 벤자민 프랭클린은 “우리들은 모두 뭉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한국이 해방을 얻은 직후 사분오열 되어 있을 때 초대 대통령 이승만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 겼다.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연합이 없는 승리와 행복은 없을 ...
입력:2017-11-17 04:57:12
[한마당-라동철] 공동경비구역 JSA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에 위치한 판문점은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남과 북의 경계인 군사분계선(MDL)이 가로지르는 동서 800m, 남북 400m 장방형의 이곳은 6·25전쟁 정전(停戰)으로 탄생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조인한 후 당사자인 유엔군과 북한·중공군이 정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회담 장소에서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 조성했다. 군사정전위원회, 중립국감시위원회 등이 자리 잡고 있는 판문점의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다. MDL을 따라 양측 2㎞ 구간에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는 공식적으로 무장...
입력:2017-11-15 17:45:01
[한마당-이명희] 미국 부자들의 ‘클라스’
초기 로마 공화정의 귀족들은 자신들이 노예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신분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의무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로마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솔선해서 전쟁에 참여하고 재산을 군자금으로 기부했다. 로마는 자신의 재산을 들여 공공시설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한 귀족들의 이름을 따서 ‘○○○의 길’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귀족들은 이를 최고의 영광으로 알았다. 로마가 1000년 번영을 누리며 고대 사회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입력:2017-11-14 18:05:01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몸을 입은 옷
우산을 챙겨 나간 날은 펼쳐볼 일도 없더니, 일기예보를 간과하고 나간 날은 꼭 비가 온다. 그 결과가 비닐우산 몇 개로 남아 있다. 네댓 개가 뽀송뽀송한 채 대기 중인데도, 밖에서 비를 만날 때는 또 우산이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버스 차창에 빗방울이 맺히는 걸 보고서야 아침의 일기예보를 떠올렸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걸 알고도 우산 챙기는 걸 놓친 거였다. 내 한 몸이면 좀 더 초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문제는 늘 내 몸이 동반한 것들이었다. 일단 물에 닿지 않아야 할 귀고리와 목걸이부터 빼기 시작했다. 그것들을 휴지에 감싸 가방 안쪽 주...
입력:2017-11-14 17:50:01
[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신앙인
1983년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자마자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노동선교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노동자들과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의기소침하던 어느 날, 공동번역 성경을 읽다가 마음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의 개선행진에 언제나 끼워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고후 2:14) 이때 ‘끼워주신다’는 단어가 얼마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턱없이 부족하고 자격도 없지만, 하나님의 배려로 늘 주님의 개선행진에 참여하게 된다는 말씀을 통해 큰 용기를 얻어 즐거운 마음으...
입력:2017-11-14 00:10:01
[살며 사랑하며-오병훈] 홍시와 곶감
서점가 골목 식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잘 익은 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여러 개의 탐스러운 감이 달린 가지에서 짙은 가을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경하는 열차에서 감이 달린 가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시골에서 돌아올 때면 으레 감 가지를 꺾어와 벽에 걸어두고 말랑말랑한 홍시가 되면 하나씩 따먹으며 향수를 달랬다. 오랜만에 도심에서 감이 달린 가지를 볼 줄이야. 누렇게 익은 감 사이에서 터질까 가슴 조이며 딴 홍시의 맛을 어떤 과일에 비길 수 있으랴. 반으로 갈라 과육을 들이키면 입에 가득 달콤한 향기가 감돈다. 단맛을 삼켜도 딱딱한 씨가 ...
입력:2017-11-12 18:25:01
[한마당-서윤경] 외계어
전 세계로 날아든 12개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보내는 의문의 신호. 언어학자 루이스는 외계인의 독특한 문자 체계를 해석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눠 의도를 파악하라는 정부 지시를 받는다. 올 2월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콘택트’는 기존 SF물과 달리 대화와 소통을 소재로 했다. 예전부터 대화와 소통은 영화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다. 대화의 단절이나 소통의 오류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소재로 ‘딱’이었다. 오죽하면 외계인과의 소통을 주제로 한 영화까지 나왔을까. 2006년 한국은 외계어도 아닌 외국어 해석차로 시끄러웠...
입력:2017-11-12 17:45:01
[삶의 향기-이동훈] 연말정산 대란 데자뷔
첫 단추를 잘못 꿴 정책이 국민들에게 어떤 손실을 끼치는지 수도 없이 봐 왔다. 가까운 예로 박근혜정부 시절 연말정산 대란이 떠오른다. 정부는 2013년 연말정산 정책을 바꾸는 세법 개정안을 내밀었다. 명분은 그럴싸했다. 매월 원천징수 때 세금을 덜 내고 이듬해 2월 연말정산 때 적게 환급받기로 하자는 것인데, 당장 세금을 적게 내면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소비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겨냥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고소득 근로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떼면 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커지는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유리지갑 월급쟁이만 겨냥하고 재벌과 전...
입력:2017-11-10 17:50:01
[한마당-고승욱] 해외파병법
국군의 해외파병은 1964년 시작됐으니 역사가 50년이 넘는다. 첫 파병지는 베트남이었다. 1973년까지 32만명이 투입됐고, 사망·실종자만 약 5000명이었다. 첫 파병의 끔찍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 이후 군대를 외국에 보내자는 말은 누구도 감히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현재 4개 부대 1000여명이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개인파병을 포함하면 무려 13개국에 우리 군인이 나가 있다. 레바논의 동명부대와 남수단의 한빛부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상징하는 파란 헬멧을 쓰고 임무를 수행한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병된 청해부대는 유엔 ...
입력:2017-11-09 17:40:01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11월의 숲
몸이 녹작지근하고 날은 꾸무럭하다. 억새는 바람 속에 햇살 담뿍 받으며 춤추는 걸 보아야 제격이니, 이런 날은 숲에 가는 게 더 낫다. 집 근처 한라생태숲으로 향한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매끈하게 닦인 산책길 뒤쪽으로는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사그락사그락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오솔길도 있다. 나는 구불구불 오솔길로 들어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붉게 조금은 노랗게 단풍이 들어 있다. 벌거벗은 가지들도 제법 많다. 저 안쪽 내 눈높이 아래 가녀린 나뭇가지 사이에 손바닥만 한 새둥지가 보인다. 여름에는 무성한 푸른 잎이 꼭꼭 감추어 주었겠...
입력:2017-11-09 17:3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