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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생각의 우물
강의나 회의 차 지방을 오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막히는 도심보다도 오히려 빨리 오갈 수 있다는 사실에 제법 놀랐다. 체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제주도도 당일 강의 후 바로 올라와 저녁 일정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사람이란 자신의 경험에 갇혀 산다는 사실이다.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면서, 학생시절 우리들보다 먼저 운전면허를 딴 한 친구가 으스대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운전을 하니 거리의 개념이 바뀐다나.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으나, 나 역시 운전을 시작하고 보니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입력:2019-11-01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고향세와 이중주소제
인구 감소 지자체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9년 10월 현재 모두 1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다른 법안에 밀려 오랫동안 계류돼 있기는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발의될 만큼 당 정책과 이념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누가 기부하는지’ ‘어느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낼 수 있는지’ ‘받은 기부금은 어디에 써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세액을 공제해야 하는지’ ‘답례품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rsqu...
입력:2019-11-01 04:05:01
[세상만사-김경택] 한·미 동맹의 빈틈
“철통 같은(ironclad) 한·미동맹.” “같이 갑시다.”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국과 미국의 군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계를 강조하며 “빛 샐 틈 없는 공조”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마법 같은 이 말들은 ‘한·미동맹은 으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는 한·미동맹이 긴밀해 보이지 않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지만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
입력:2019-11-01 04:05:01
[샛강에서-정진영] 광화문의 목사들
신문사 입사 이후 처음으로 아프리카 취재를 다녀왔다. 세렝게티 대평원, 옹고롱고로 분화구, 킬리만자로산, 잔지바르 섬 등을 품은 10박11일간의 탄자니아행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기자들에게도 아프리카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가는 길이 멀고 일정이 빡빡해 몸은 피곤했지만 새로운 땅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풍광과는 별개로 탄자니아 인구의 30%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현지 안내인에게 전해 듣고 놀랐다. 주요 도시에서는 교회 건물이 자주 보였다. 기독교는 그곳의 주력 종교였다. 한국에서부터 ...
입력:2019-10-31 04:10:01
[한마당-이흥우] 대통령의 어머니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그 비밀은 김 대통령 사후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 밝혀진다.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고 고백했다. 김 대통령은 “나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내 출생과 어머니에 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며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침묵했다”고 했다.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 드리고 싶어 그랬다고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1960년 9월 경남 거제 부모님 댁에 침입한 무장괴한이 쏜 총에 어머니를 잃는 슬픔...
입력:2019-10-31 04:10:01
[한마당-태원준] 타다 기소한 검찰의 ‘관심법’
검찰이 타다를 기소했다는 뉴스를 읽는데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놀라움이나 의아함보다 먼저 찾아온 불쾌함은 검찰 관계자가 설명한 기소 이유 때문이었다. “이용자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타다) 이용자는 택시를 불러 탄다고 생각하지, 차를 렌트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유사 택시로 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타다 이용자다. 내가 타다를 이용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토록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검찰은 관심법(觀心法)을 쓰는 게 분명하다. 검찰이 내 생각을 규정해 버린 탓에 나는 &lsquo...
입력:2019-10-30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시간 부자로 살아가기
대학원 졸업을 위해 논문을 쓰기 시작한 건 큰 애가 세 살 때부터였다. 선배들은 아예 엄마 얼굴을 모르는 신생아 때 논문을 쓰던가 아니면 아이가 큰 다음에 쓰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에 내게 남아있던 시간은 2년밖에 없었다.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맞바꾸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의 시간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었다. 극도로 시간 부족에 시달리던 그때, 내게 주어진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민하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시간에 쫓긴다. 시간과 관련하여 가장 흔히 하는 ...
입력:2019-10-30 04:05:01
[한마당-라동철] 참수작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창설자이자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27일 시리아 이들립 북부 바리샤에서 미군에 쫓기던 중 사망했다. 알바그다디는 미 정예 특수부대가 은신처를 급습하자 달아나던 중 막다른 터널에 이르자 입고 있던 폭탄조끼를 터뜨려 폭사했다. 그의 사망은 몰락해 가는 IS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IS는 미국 등 연합군의 격퇴작전에 밀려 지난 3월 마지막 근거지인 시리아 바구즈를 빼앗기면서 지하 테러조직으로 전환했는데 구심점 알바그다디 사망으로 세력이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
입력:2019-10-29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쓰레기 낭독회
북카페에서 열리는 시 낭독회에 초대받았다. 낭독회 제목은 ‘쓰레기 낭독회’였다. 재미있게도 낭독회 입장료는 ‘손바닥만 한 작은 쓰레기’라고 했다. 정작 쓰레기를 고르려니 무얼 골라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였다. 책상 위에 놓인 영수증과 껌 종이가 보였다.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는 중에 또 다른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약국에서 지어온 감기약이었다. 감기가 다 나았으므로 그것 역시 버려야 할 쓰레기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영양제도, 한쪽만 남은 귀고리도 모두 쓰레기라고 할 수 있었다. 사놓고 ...
입력:2019-10-28 04:10:01
[한마당-김의구] 유훈통치
고려 태조 왕건은 죽기 한 해 전 훈요10조를 지었다. 죽음이 가까워 오자 개국공신 박술희를 통해 이를 후세에 전하도록 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가 전하는 10조 내용에는 불교사찰의 지나친 양적 확대에 대한 경계, 장자 왕권 계승, 서경(평양) 중시 등이 포함돼 있다. 왕건은 “행여 후사들이 방탕해 기강을 문란하게 할까 두려워 훈요를 지어 전하노니, 조석으로 읽어 길이 귀감으로 삼으라”는 유지를 남겼다. 북한에는 유훈통치가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기까지 3년가량을 유훈통치...
입력:2019-10-28 04:05:01
[한마당-배병우] 쪼개진 단톡방
조국 사태가 초래한 ‘쪼개진 나라’는 주말이나 휴일의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 여의도만이 아니다. 낯선 사람과는 물론 절친한 친구, 지인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이 생겼다. 함부로 정치 얘기를 꺼냈다간 분위기가 얼어붙기 십상이다. 조금 더 나가면 얼굴 붉히는 설전으로 이어진다. 카톡이나 밴드 등 온라인 문자대화 공간에서도 ‘조국 후유증’이 심각하다. 대구의 한 고교 동기회 단체카톡방은 최근 두 쪽 났다.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를 둘러싸고 의견이 맞서다 양측의 감정이 격해졌다. 조국 수호 측 수십명이 ...
입력:2019-10-26 04:10:01
[한마당-김명호] 자제력 회복하기
자기의 감정이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는 힘을 흔히 자제력이라고 한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수정하는 능력을 일컫기도 한다. 수정하는 능력이란 도덕이나 가치관, 문화적 규범, 상식 등에 부합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제력이 개인의 성취 또는 자존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스탠퍼드대 월터 미셀 교수는 4세 아동들의 의지력을 실험했다. 방 안의 탁자에 두 개짜리 마시멜로와 한 개의 마시멜로, 종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신이 방을 나간 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두 ...
입력:2019-10-25 04:10:02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쉼표
테러, 전쟁의 피해자를 치료해 온 해외 학자의 강의 시간이었다. 잠시 쉬는 시간, 그분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농담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매일 보면서 정작 본인은 괜찮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나를 비롯한 한국의 학자들 역시 같은 질문에 쌓여 있던 터라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전 괜찮다고 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믿었고요. 수십 년간 일에 익숙해진 데다가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고, 나름 웃을 일도 많고. 행복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적인 사건에 잠을 설치며 척박...
입력:2019-10-25 04:10:02
[혜윰노트-전석순] 지로용지를 고집하는 이유
상담원은 지로용지 대신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으로 요금고지서를 받아보면 장점이 많다고 했다. 종이 낭비도 줄일 수 있고 요금 할인 혜택도 있었다. 우편물 분실로 인해 공과금이 밀릴 일도 없고, 이전 고지서가 필요할 때도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가 담긴 지로용지가 외부에 노출된 우편함에 있는 게 마음 쓰이기도 했던 차라 다음 달부터 이메일로 고지서를 받아보기로 했다. 동네 어르신 중에는 매달 우편함에 꽂히는 지로용지를 고집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고 전해 들었다. 처음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서툴기 때문이라고 생각...
입력:2019-10-25 04:10:02
[세상만사-문수정] 유니클로의 의도
‘의도하지 않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의도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익숙한 수사(修辭)다. 공인이거나 조직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 기업이나 정부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 석상에 나오면 으레 하는 말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 높은 분들에게만 해당하랴.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쓴다. 대개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지만 바로 사과하자니 자존심 상하거나 머쓱할 때 고의성 여부를 슬며시 들이민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대체로 문제...
입력:2019-10-25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