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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마강래] 고향세와 이중주소제



인구 감소 지자체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일명 고향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19년 10월 현재 모두 1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다른 법안에 밀려 오랫동안 계류돼 있기는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발의될 만큼 당 정책과 이념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발의된 법안들을 살펴보면 ‘누가 기부하는지’ ‘어느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낼 수 있는지’ ‘받은 기부금은 어디에 써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세액을 공제해야 하는지’ ‘답례품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에 다소 차이는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방 지자체의 재정 문제 해결이란 측면에서 모두 엇비슷하다.

2008년부터 일본에서 처음 시행된 이 제도의 공식 명칭은 ‘후루사토(ふるさと) 납세’다. 후루사토가 고향이란 뜻이니 말 그대로 번역해 ‘고향세’라 불리고 있다. 이 제도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고향세가 도입된 첫해인 2008년에 걷힌 돈은 5만건, 우리 돈으로 환산한 기부금 총액은 810억원에 불과했다. 10년 뒤인 2018년에는 모두 2322만건, 무려 약 5조85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모두가 고향세를 찬성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기부를 끌기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이다. 지자체들 간 답례품 경쟁이 치열한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수입액의 80~90%를 답례품으로 쓰기도 했다. 이런 곳들은 답례품과 기타 사업 추진 경비를 제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고 한다. 답례품의 종류도 문제였다. 지역 특산물이 아닌 노트북, 골프채, 외국산 와인, 심지어 부동산까지 주는 지자체도 등장했고, 한 지자체는 기부금의 50%를 선불 비자(VISA)카드로 제공하기도 했다.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납세액의 30%를 넘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자체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또한 답례품은 지자체 내에서 생산된 것만을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고향세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십시일반 후원받아서 운영하면 그게 시민단체지 무슨 지자체냐” “세액을 공제해주면 결국 국세를 떼어 주는 건데, 그게 지방교부세와 뭐가 다르냐” “지방교부세를 높이면 되지 굳이 복잡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 “기부금 경쟁이 벌어지면 지자체 공무원들만 들들 볶을 게 뻔하다” “기부금 모집에 브로커가 개입해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크다” 등등. 모두 설득력이 높고, 귀담아 들을 만한 비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향세의 부작용보다 이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고향세는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부수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지방의 어려운 현실을 전 국민들이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내고, 돈 낸 곳에 마음이 더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고향세는 대도시 주민과 지방 중소도시 간 ‘정서적 끈’을 이어서 일종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향세 제도가 두 개의 복수 주소를 허용하는 ‘이중주소제’와 맞물린다면 더욱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이 ‘이중주소제 도입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중주소제를 선택한 수도권 주민은 지방세를 정해진 비율만큼 두 곳에 나누어 낸다. 그러니 인구 감소 지역의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지자체에 등록된 인구가 늘어나니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보내는 지방교부세의 액수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중주소제가 적용될 지역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 고향세가 일부 지역에 쏠리듯 이중주소제도 특정 지역에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쏠림을 막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 인구 50만명 이하’ 도시 중 ‘재정자립도가 일정 수준 이하’이고 ‘10년 이상 거주 경험이 있는 고향 지역’으로 한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는 고향세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도 그러길 희망한다. 그리고 이중주소제에 대한 검토도 시급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상생 발전의 출발점은 지역 간 정서적 끈을 잇는 것이다. 이 두 제도가 시행되면 고향으로 향하는 인구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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