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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경원] 김영권이 서 있는 곳
축구부 전지훈련 일정이 다가오면 전주공고의 중앙수비수 김영권은 말수가 줄었다. 김영권의 아버지는 김영권이 중학교 3학년일 때 보증을 잘못 섰다. 강원길 전주공고 감독이 김영권의 회비를 몰래 대신 냈다. 전지훈련 명단을 본 김영권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김영권은 최종 수비 진영에 섰다. 등 뒤에는 골키퍼뿐, 무너지면 실점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한 세상이 무서웠을까, 거칠게 달려드는 공격수가 무서웠을까. 나는 어느 쪽도 잘 모르겠다. 다만 김영권이 축구장 안팎에서 모두 훌륭히 이겨냈다는 건 알겠다. 강 감독은 &ldquo...
입력:2018-06-23 04:05:01
[삶의 향기-이지현] 현실과 꿈이 다를 때
요즘 5060세대를 ‘리본(re-born) 세대’로 부른다. 잊고 산 ‘나’를 찾아 다시 태어나는 세대라는 의미이다. 위로는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취업난 속 자녀들을 챙기느라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 여겨졌던 50, 60대들이 변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5060세대 1070명에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물었다. 가족을 먼저 챙기던 부모 세대와 달리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나 자신’을 꼽았다.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가 뒤를 이었다. 5060세대의 삶의 중심이 가족보다...
입력:2018-06-23 04:10: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아빠와 함께 떠날 여행
SNS 친구들 중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 중이어서, 나는 거의 매일 그들이 올리는 이국의 풍경과 생소한 음식 사진들을 본다. 이제 더는 해외여행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세상이 된 것 같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동시에 소설도 써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는 말은, 이제 와 생각하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유가 없는 형편인데도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것은 형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난 후였다. ...
입력:2018-06-22 04:05:01
[한마당-신종수] 트럼프가 부러워하는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강력한 지도자”라며 “그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일어나 차려 자세로 주의를 기울인다”며 “우리 사람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미국 언론은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대통령이 가난한 북한의 통치자를 부러워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실 세계 어느...
입력:2018-06-22 04:05:01
[한마당-이흥우] 숲이 열린 날
숲이 열렸다. 지난 1년간 인간의 발길을 허락지 않은 금단의 숲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1468년 이곳을 자신의 능이 들어설 능림(陵林)으로 정하면서 조성된 광릉숲이다. 광릉숲은 평소에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다 일년에 딱 한 차례 이틀 동안 일반에게 공개된다. 예약하면 관람 가능한 광릉수목원과는 같은 듯 다른 곳이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은 광릉숲축제가 지난 16∼17일 열렸다. 숲길은 일년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삽시간에 가득 찼다. 숲은 파란 하늘을 가린 거목들로 울울창창했고, 탐방객들은 “공기부터 다...
입력:2018-06-21 04:05:01
[청사초롱-손수호] 인터뷰의 풍경
새로운 뉴스는 대체로 자료, 현장, 인터뷰에서 나온다. 이 중 인터뷰는 취재의 꽃이다. 개별인터뷰, 그룹인터뷰에 따라 성격이 다르긴 해도 인물에서 뉴스를 끄집어내는 과정은 같다. 특종의 80%가 인터뷰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 대화체 기사의 힘을 감안하면 인터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인터뷰의 어원인 앙트르뷔(entrevue)는 프랑스 고어 서로(entre)와 보다(voir)의 합성어라고 한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나는 가끔 인터뷰론을 강의할 때 3가지를 강조한다. 왜 만나나, 내가 누구인가, 그가 누구...
입력:2018-06-20 04:1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월드컵 소외감
모든 종류의 소외감이 그렇듯 분명 잘 찾아보면 나와 똑같이 느끼는 사람이 어디엔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이 소외감의 본질이다. 축제에 찬물 끼얹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2002년에는 우리 과만 시험이 늦게 끝나 시험공부를 하며 신나는 함성 소리를 들었다. 예상을 넘어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간 덕분에 시험이 끝나고도 우리나라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 거리응원을 나갔다가 거리응원 행렬 속으로 행진하는 8명쯤 올라탄 경차에 발이 깔리면서 공황을 경험했...
입력:2018-06-20 04:05:01
[경제시평-이상근] 현대차에 엠블럼이 사라졌다
연구년을 맞아 일본을 다녀왔다. 미국 유학에 앞서 일본에 몇 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일본이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연구의 대상이다. 일본차가 국내에서 활개치는 것과 달리 국산차의 일본 내 활약상은 미미하다. 승용차는 찾아보기 어렵고 버스의 경우 아주 드물게 눈에 띈다. 최근 규슈 지역을 여행하면서 탔던 전세버스는 반갑게도 현대차였지만, 어쩐 일인지 버스 전면에서 현대를 상징하고 있어야 할 엠블럼은 페인트칠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교토에서 마주친 중국 자동차인 BYD의 엠블럼은 현대차와 달리 버스 전면에서 ...
입력:2018-06-20 04:05:01
[한마당-천지우] 엔테베 작전
국제적 안보 위기, 협상이냐 군사 옵션이냐, 지도자의 고뇌와 결단, 독재자의 선택, 멀고 먼 평화…. 정신없이 휘몰아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42년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벌어진 ‘엔테베 작전’ 이야기다. 한반도 정세와 엔테베 사건은 전혀 무관하지만 이처럼 키워드를 뽑아보면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먼 나라의 오래전 일이 우리에게 뜻밖의 교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엔테베 작전’은 기막힌 실화를 영상으로 재현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1976년 6월 27일부터 7일간 벌어진 사건이다. 이...
입력:2018-06-18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전 세계 사람들은 한 편의 영화를 동시에 보았다. 국제미디어센터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들과 내레이션에 감각이 집중되었다. 5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압축하고 역사적 질문을 던지는 영상이었다. 불연속적인 이미지를 속도감 있게 연결·충돌시키고 있었다. 백악관에서 만든 영상으로 사전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기자회견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미지와 내레이션이 머리와 가슴에 스며드는 사이,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와 이후...
입력:2018-06-18 04:05: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트럼프, 기만의 기술
필자는 북·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광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연구실 책장 앞 칸을 차지하고 있던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두 번을 정독한 거래의 기술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일화를 소개하며 제시한 협상 성공의 11가지 원칙은 공감을 자아냈고,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art)의 경지에서 협상을 즐긴다고 설파한 부분에서는 거상(巨商)의 풍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협상의 달인임을 자처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최고의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입력:2018-06-18 04:05:01
[조용래 칼럼] ‘대동강의 기적’을 상상해 보라
북·미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불신에서 벗어나 신뢰구축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에만 의존해온 한계 인식한 듯… 그건 어쩌면 CVID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 고 백화종 전 국민일보 주필은 생전에 평론집 ‘상주보다 서러운 곡쟁이의 사설’(2002)을 썼다. 백 전 주필의 평소 지론을 담은 제목이 퍽 인상적이다. 상주보다 더 서럽게 우는 곡쟁이가 바로 자신이고 기자의 임무 또한 그렇다는 얘기다. 요즘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내외 매체들의 평가를 보면서 백 주필의 곡쟁이가 떠올랐다. ...
입력:2018-06-18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