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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전정희] 이야기가 필요해
제주 추자도 신양리 신양교회에서 동북쪽으로 2㎞ 지점에 ‘황경한의 묘’가 있다. 묘 앞쪽 갯바위에는 철제 십자가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묘비에는 ‘순교자 황사영, 신앙의 증인 정난주의 아들 황경한의 묘’라고 되어 있다. ‘황사영백서사건’의 황사영 부부의 아들 묘다. 황사영은 1801년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가 극에 달하자 선교사 파송 국가인 프랑스에 함대를 파견해 조선 정부에 압력을 가해 달라는 서한이 발각되어 대역부도 죄인으로 처형됐다. 그때 황사영은 서울 서소문 밖에서 참수되고 정난주와 두 살배기 ...
입력:2018-06-16 04:10:01
[한마당-배병우] 서울 서초구청장의 생환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붉은색(자유한국당 상징색) 깃발이 휘날린 곳이 서초구다. 주인공은 자유한국당 소속 조은희(57) 현 구청장. 나머지 구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휩쓸었다. 이를 두고 진짜 강남은 강남구가 아니라 서초구라거나 서초구가 서울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는 등의 얘기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 지역이 아파트 재건축 수요가 많은 곳이라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막겠다는 조 구청장의 공약이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구민이나 구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구청장의 첫 번째 승인(...
입력:2018-06-15 05:10: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반공 트라우마에 대하여
열한 살 때까지 산골마을에서 자랐다. 극장이 있는 읍내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은 족히 가야 하는 곳이었다. 아버지들은 대부분 탄을 캐는 광부였고 엄마들은 밭농사를 짓거나 양잠을 했다. 아이들은 온종일 저희들끼리 놀다가 아무 집에나 몰려가 밥을 먹었다. 그곳의 작은 초등학교에선 일 년에 두어 번 교실 벽에 흰 천을 걸고 영화를 보여줬다. 야생소년 똘이가 붉은 돼지 수령을 무찌르는 내용의 ‘똘이장군’ 시리즈나, 이승복 어린이의 일화를 다룬 기록영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것들이었다. 아마도 반공교육의 일환이었을 텐데, 나는 매번 ...
입력:2018-06-15 05:05:04
[한마당-라동철] 세기의 정상회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정상회담들이 있다. 세기(100년)를 대표할 정도의 중요한 회담이라는 의미에서 세기의 담판으로도 불리는 역사적인 만남들이다. 1972년 중국에서 열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국가주석·저우언라이 총리와의 첫 미·중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이 회담 이후 중국은 서방세계를 향해 쳤던 ‘죽의 장막’을 열었고 79년 미·중 수교로 이어졌다. 89년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개최된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의 미·소 정상회담은 냉전의 종식을 선언한 회담이다. ...
입력:2018-06-14 05:05:04
[시사풍향계-최영진] 북·미 정상회담의 허와 실
호기심과 기대 그리고 우려가 얽혔던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외견상 두 정상은 각자 원하는 것을 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 대결보다는 협력으로 생존 전략을 전환하고자 했는데 이 길을 열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복잡한 국내 문제를 덮을 국제적 성공을 이루고자 했는데, 결국 ‘적절한 타협’을 했다. 두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처음 만나는 장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한쪽으로 치우자. 그러면 정상회담의 허와 실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입력:2018-06-14 05:05:05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예측과 기대
우리가 ‘예측한다’고 말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예측보다는 소망에 가깝다. 도서관에서 온갖 먼지나는 책을 뒤져야 했던 예전과 달리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 중에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것은 더 쉬워졌다. 이를 통해 실은 주장하거나 바라면서도 마치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자가 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상승론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에서 논문을 쓰던 때, 내 실험 결과와 일치하고 내 주장을 잘 뒷받침하는 논문을 찾기 쉬웠다. 한편 내 결과와 반대인 논문 역시 찾기 어렵지 않았다. ...
입력:2018-06-13 05:10:02
[신종수 칼럼] 북, 생존을 넘어 생활하라
대륙간탄도미사일 있는데 싱가포르까지 날아갈 비행기 없는 모순 타개해야 안전 위해 체면 포기하고 빌려타는 실용 택했듯 핵 포기하고 번영의 길로 가길 기자가 된 뒤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이 크고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 신기했다. 몸무게가 제법 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한숨도 자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갈 때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탔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1호’는 1970년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r...
입력:2018-06-13 05:10:02
[한마당-전정희] 정신 건강, 마음의 늪
지난달 수도권 한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지적장애 아동 수십 명이 재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버려진 경우도 있었고, 부모로부터 위탁된 아동도 있었다. 지적장애는 제대로 케어가 안 될 경우 정신장애를 동반하기 쉽고 우울증과 조현병 등의 복합 증세를 보이게 된다. “정작 장애 아동 부모는 전문 시설과 인력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한데 사회의 시선은 ‘수용’에 급급했던 1950∼80년대에 부정적 인식에 머물러 있어요. 최근 정치적 변화와 함께 인권 문제가 강조되면서 시설 축소가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데 현장을 모르는 얘기입니다. ...
입력:2018-06-13 05:05:03
[돋을새김-한승주] 완전히 새로운 시작, 그 첫걸음
최근 만난 현대그룹 임원은 요즘 펼쳐지는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정말 잘될까요?” 잃어버린 10년을 고스란히 견뎌온 그는 남북 화해무드가 가장 반가운 사람이면서 동시에 가장 경계심을 갖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년 동안 남북경협 사업의 시작과 끝을 겪으며 기대 흥분 실망 좌절을 온전히 경험해서다. 1998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몰고 북한 땅을 밟은 후 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정체성이 됐다. 그해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개성관광 등 대북사업에 의욕적으...
입력:2018-06-12 05:05: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세계의 일기
내가 쓴 최초의 문장은 무엇일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문장을 찾기 위한 시간의 여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시간은 무수한 언어들로 가득 찬 세계다. 매 순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라는 필터를 통과해 언어로 재조립된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고 있는데 기록 방식은 다양하다. 때로는 감정의 토로로, 객관적 서술로, 장소들과 음식들의 나열로, 추상적인 그림으로 바뀌거나 뒤섞여 있다. 날짜만 쓰여 있는 텅 빈 지면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생략돼 있지만 그 어느 날보다 중요한 날이었다는 ...
입력:2018-06-11 05:10:02
[뉴스룸에서-남혁상] 김정은의 올 가을 행선지는
12일 아침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서 깊은 이 호텔의 최고급 객실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한 얼굴로 만나 힘차게 악수를 나눈다.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악수하는 두 사람의 오른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감색 양복 차림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지도자와 인민복을 입은 은둔의 독재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처럼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세기의 담판을 이렇게 시작한다. 두 사람은 호텔 뒤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나란...
입력:2018-06-11 05:10:02
[한반도포커스-서승원] 일본외교의 부활을 기대한다
4·27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에 이어 역사에 획을 그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을 둘러싼 급격하고도 유례 없는 상황은 블랙홀처럼 동북아 국제관계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흐름이 그간의 대립과 반목을 넘어 새로운 평화와 화합의 장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만 이 흐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까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원치 않은 각을 세워야 했다. 그 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격렬한 외교전도 치렀다. 북·미 관계가 원만하게 타결되면 이후 북·일 관계 정상화가 현...
입력:2018-06-11 0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