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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신상목] 트럼프, 고레스가 될 수 있을까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2층 52번 방은 고대 이란 전시관이다. 전시실 6호 진열장엔 유독 관람객들이 몰린다. 가로 23㎝, 세로 10㎝ 크기의 원통 모양의 진흙 토기 때문이다. ‘키루스의 서판’으로 소개되는 이 토기는 일명 ‘고레스의 실린더’로 불린다. 실린더에는 BC 539년 바벨론을 정복했던 페르시아 왕 고레스(키루스 2세)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쐐기문자로 기록된 토기에는 바벨론 마지막 왕 나보니두스의 사악함과 의롭지 못함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고레스 왕이 어떻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바벨론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는지 ...
입력:2018-06-09 05:05:03
[창-박지훈] 지단이 될 수 없다면
테니스 스타인 로저 페더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선수가 있나요?” 페더러는 잠시 고민하다가 3명을 꼽았다. 농구 선수인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이었다. “아주 느긋하게 뛰는 선수가 있어요. 지단 같은 선수가 그랬죠. 아주 열심히 뛰지만 힘들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지단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답변이었다. 지단은 그라운드를 유유자적 누비면서 예술적인 패스를 선보이곤 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볼을 ...
입력:2018-06-09 05:05:03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휠체어 생활자들의 나들이
지난주 재활병원에서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오십 대부터 이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이다. 모임 장소는 참석자들 중 한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이었다. 여러 대의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드니 차라리 속 편하게 밖에서 보자는 그이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는 따가운 봄 햇살이 내리쬐는 야외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오래 수다를 떨었다. 그날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갑자기 닥친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이었다. 아직은 건강했던 몸에 대한 기억이 훨씬 더 많은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다들 불쑥불쑥 과거의 한때...
입력:2018-06-08 05:05:03
[한마당-신종수] 상고법원이 뭐길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도입하려고 했던 상고법원이 도대체 뭐길래 요즘 이런 난리가 났느냐는 얘기가 많다. 상고법원은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 맡기 위해 새로 도입하려는 법원을 말한다. 일반 사건은 대법관이 아닌 일반 법관들로 구성된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큰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이 맡는다. 선진국 등 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지만 양 전 대법원장뿐 아니라 김명수 현 대법원장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도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파동...
입력:2018-06-08 05:05:04
[데스크시각-송세영] 훈육,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SBS가 2006년 11월부터 10년간 방영했는데 시청률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반향이 컸다. 주인공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통제 불능의 작은 폭군들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고래고래 악을 쓰거나 화가 나면 손에 잡히는 것을 다 던져버리는 아이, 어른을 발로 차고 주먹질까지 하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는 쩔쩔맸다. 아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거나 폭력적으로 대하는 부모들도 있었지만 상태는 나빠지기만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제시된 전문가의 상담과 솔루션은 놀라...
입력:2018-06-07 05:10:02
[한마당-이명희] 이름값
큰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내 이름은 종종 신문 지면에 오르내린다. 네이버 검색창에 이름 석 자를 넣으면 인물정보에 등록된 유명인만 19명이다. 배구선수 국악인 아나운서 검사에 이르기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가장 유명한 이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그룹을 출입하던 시절에는 이름 덕을 봤다. CEO나 임원들은 ‘이건희 회장님 여동생’이라며 수십 명 기자 중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해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종사촌인 표문수 전 SK텔레콤 사장 부인 이름도 내 이름과 같다. 덕분에 2000년대 초 최 회장이 주최한 송년 기자간담회...
입력:2018-06-07 05:05:04
[한마당-김혜림] BTS의 도전정신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 개최지인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전 세계 다국적기업이 밀집해 있는 뉴 알바트 거리에 우뚝 선 롯데호텔의 위용은 대단했다. 러시아의 록 영웅 한국계 빅토르 최를 기리는 아르바트 거리는 멋졌다. 상트 바실리 대성당은 동화 속 삽화처럼 아름다웠다. 죽어서도 붉은광장을 지배하는 혁명가 레닌의 모습은 섬뜩했다. 그러나 가장 또렷이 남아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모스크바 강가에 있던,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의 수다를 멈추게 한 ...
입력:2018-06-06 05:05:04
[이흥우 칼럼] 꼭 통일이 아니어도
시대가 변하면서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통일에 대한 거부감 많아져 비핵화로 입구에 들어선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개방으로 완성돼 1972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을 때 곧 통일이 될 것처럼 전국이 들끓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각급 회담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남과 북의 이산가족이 평양으로 올라가고, 서울로 내려오는 감동이 수차례 반복되면서 통일 열풍이 또 한 차례 세차게 불었다.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분다. 남북 정상이 한 달 새 두 번이나 얼굴을 맞대는 사상 초유의 경험도 했다. 뒤이어 고위급 회담, 군사회담, 적십자회...
입력:2018-06-06 05:05:04
[돋을새김-고세욱] 3전 3패보다 두려운 것
“3전 3패 되지 않겠어요?” 한국 축구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예상 성적을 논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비참한 전망만큼이나 축구인들을 슬프게 하는 것은 좀처럼 뜨지 않는 월드컵 열기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의 개막이 10일도 안 남았음에도 관심도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대표팀 평가전 정도를 빼면 스포츠 뉴스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하는 종목은 단연 야구다. 북·미 정상회담(12일), 지방선거(13일)라는 정치·외교 빅이슈에 묻힌 감이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항상 월드컵 시즌과 시기가 겹쳤기에 정치 이벤트가 월드컵 인기의 발목을 ...
입력:2018-06-05 05:10: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소리의 천국
1980년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가 있었다. 바로 콜라병 따는 소리였다. 제법 잘 흉내 내는 아이들이 있었고, 심지어 콜라 거품 소리와 컵에 콜라는 따르는 소리를 만들 줄 아는 아이도 있었다. 당시 TV 광고의 콜라병 따는 소리를 사람이 만들었고, 그 사람이 콜라 회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돌았다. 후에 그 사람이 김벌래라는 음향감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치약 광고의 뽀드득 소리, 만화 ‘로봇 태권V’에 나오는 우주선 소리, 88올림픽 때 굴렁쇠 소년의 배경음으로 사용한 시그널 등 많은 소리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에 ...
입력:2018-06-04 05:05:02
[한반도포커스-강준영] 북·미 정상회담과 중국
한반도 평화의 운명을 가늠할 북·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개최 여부를 두고 반전을 거듭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성사를 확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더불어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에게 전달한 친서에는 북한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 천명과 함께 회담 성사를 희망하는 북한의 입장이 포함됐을 것이다. 올 초부터 북·미 간 중재에 애썼던 한국 정부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
입력:2018-06-04 0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