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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항모의 시대는 끝나는가
항공모함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값비싼 무기이다. 미국의 신형 포드급 항모를 건조하는 데는 130억 달러(약 15조3000억원)가 든다. 폴란드나 파키스탄의 1년 국방비와 맞먹는 액수다. 미국은 항모 1대당 호위하는 이지스 순양함 1~2척, 구축함 2~5척, 원자력잠수함 등이 포함된 항모 전단을 11개나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개전 후 석달간 미군의 공습 4분의 3을 항모에서 이륙한 항공기들이 실행했다. 미 군사력을 전 세계로 투사하는 데 항모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통적으...
입력:2019-11-23 04:10:01
[편의점 풍경화] 나는야 편의점 바지사장
“1100원입니다.” 자신 있게 삑― 바코드를 스캔했다. 그랬더니 헉― 계산기 화면에 1200원이 표시된다. 이게 언제 이렇게 가격이 올랐지? 옆에 있던 정욱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손님도 미덥잖다는 눈빛으로 위아래 흘겨보고는 편의점을 나간다. 다음 손님은 아싸! 바구니 한가득 먹거리를 담았다. 손님은 계산대 위에 상품을 올리고, 정욱이는 계산하기 편하도록 상품을 정렬하고, 나는 룰루랄라 핸드스캐너를 움켜쥔다. 붉은 불빛이 삐비빅― 바코드를 읽는다. 이쯤은 나도 잘할 수 있다고! 시위하듯 내 손은 ‘프로페셔널하게’ ...
입력:2019-11-23 04:05:02
[빛과 소금-윤중식] 좌우지간 초갈등사회를 풀자
갈(葛)과 등(藤)나무는 같은 덩굴 식물이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을 타고 오른다. 정반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둘이 만나면 도저히 풀 수 없을 정도로 줄기들이 뒤엉킨다. ‘가뭄에 비가 와도 개미는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개미는 항상 맑은 날을 좋아한다. 비가 와서 물이 고이면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개미의 입장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가뭄이 심해서 산천초목이 말라 죽고 사람이나 동물이 마실 물이 없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가뭄에는 비가 와야 한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개미는 비가 오는 동안 일을 잠시 접고 쉬고 있어...
입력:2019-11-23 04:05:02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배려와 시선
“어머 얘가 왜 이래!” 아이가 불쑥 진료실 모니터 선을 잡아 넘어뜨리자 아이 엄마가 외쳤다. 하지만 엄마의 시선이 향한 것은 아이보다도 내 표정이었다. 오랜 진료 기간 동안 아무리 아이 증세가 나빠져도 침착한 대처와 태도로 내심 존경하던 보호자였다. 때문에 그 순간 무너진 태도와 시선이 더 당황스러워, 혹시 내가 화를 낼까 봐 걱정하셨던 걸까. 다른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의아했지만 답을 알 수가 없었다. 그날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은 내가 다리를 다쳐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을 시작하게 되면서였다. 태어나 ...
입력:2019-11-22 04:10:01
[한마당-태원준] 톨레랑스의 새로운 적용
프랑스어 톨레랑스(tolerance)는 주로 ‘관용’이라 번역된다.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용인하는 것, 틀렸다 하지 않고 다를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여러 민족이 어우러져야 하기에 다양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확립된 개념이다. 내가 볼 때 분명히 틀린 짓인데 “그냥 다른 거야” 하면서 넘기려면 참아야 한다. 톨레랑스는 참는 것이다. 어원인 라틴어 tolerantia도 인내라는 뜻을 가졌다. 시작은 종교적 인내였다. 종교개혁 이후 신·구교도의 살육을 정리하며 신앙도 다를 수 있다고 인정한 프랑스 앙리 4세의 낭트칙령은 톨레랑스...
입력:2019-11-22 04:10:01
[한마당-라동철] 사랑의 매는 없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2002년 펴낸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 평전의 제목이다. 스페인 출신인 페레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유교육의 선구자다. 1901년 9월 바르셀로나에 학교를 세워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했다. 그는 체벌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는데 책 제목은 이런 교육철학을 잘 보여준다. 체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자녀 훈육의 수단으로 용인돼 왔다. 구약성서 잠언에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
입력:2019-11-21 04:10:01
[한마당-배병우] 미국 외교의 붕괴
미국 하원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대통령 탄핵 조사 청문회가 2주째로 접어들었다. 외국에 대한 원조까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악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안무치와 그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비선’들의 국정 전횡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현직 외교관들의 직설적인 토로를 통해 드러난 미국 외교의 추락이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와 그의 후임인 윌리엄 테일러 대사 대행,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등은 ...
입력:2019-11-20 04: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다섯 사람의 법칙
얼마 전 후배로부터 요즘 친구를 사귀는 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와 연결되어 만나게 된 관계는 조심스러워서 친구를 맺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과 친해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예전 친구들은 외국에 나가거나 지방으로 가서 일 년에 한 번도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들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고민해보았다. 문득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의미도 변화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도 10대나 20대가 아닐까 싶다. 20대에는 친구라면 모든 일을 ...
입력:2019-11-20 04:05:01
[너섬情談-장은수] ‘핫’은 우리 시대의 정신병이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 물건에서 저 물건으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핫’한 것을 찾아서 이동한다.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하고 간직하고 음미하기보다 싫증을 이유로 바꾸고 버리고 폐기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한없이 열망한다. 오늘의 화제를 좇으려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해마다 트렌드’를 확인하는 강박을 표현한다. 그러나 실시간은 대부분 한나절 넘기기 어렵고,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바뀌는 것은 트렌드일 수 없다. 실시간은 사실상 조작에 가깝고, 트렌드는 대개가 말놀음일 뿐이다. 잠깐의 이슈에 ...
입력:2019-11-20 04:05:01
[길 위에서] 내어주는 계절이 왔다
본격 추위가 시작된 요즘 동네 버스정류장이 변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기자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19일 아침 출근길,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옹기종기 텐트 안에 모여들었다. 날씨도 맑아 햇살이 하나 가득 들어왔다. 따뜻한 온실이었다. 보온텐트는 지자체별로 모양이나 소재가 다양하다. 두꺼운 투명 비닐과 천막 재질로 만든 소형 텐트를 비롯해 철제 틀에 투명 아크릴, 유리를 끼워 ...
입력:2019-11-20 00:05:01
[한마당-태원준] “이게 정치냐” 불출마… “비가 오니까” 불출마
지금까지 10명 가까운 여야 정치인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이철희 표창원 임종석, 자유한국당의 김무성 조훈현 유민봉 김성찬 김세연 등이 그 길을 택했다. 7선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6선인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는 별로 감흥이 없다. 왜 아직도 하고 있냐고, 그만큼 했으면서 이것밖에 못하냐고 묻고 싶긴 한데,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주목할 메시지는 나머지 불출마자의 선언문에 들어 있었다. 그것을 읽어보는 일은 지금의 정치판을 이해하는 데 꽤 도움이 될 듯하다. 최근의 불출마 선언은 “이게 정치냐”...
입력:2019-11-19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수능 한파
14일 오후, 약속이 있어 집 밖으로 나섰다. 2년 만에 찾아온 수능 한파라더니 바람이 매서웠다. 문득 오래전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집 밖을 나서던 날이 떠올랐다. 손난로를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던 감촉이 손에 생생히 잡히는 것 같았다. 시계를 보니 수능시험이 이미 끝났을 시간이었다. 번화가에 들어서자 시험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는 수험생이 여럿 보였다. 약속장소인 카페로 들어가 친구를 기다리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세 명의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도 수험생들로 보였다.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고 한 학생은 울고 있었다. 시험이 어려웠던 모양...
입력:2019-11-18 04:10:01
[한마당-이흥우] WRC 정상에 선 현대차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없으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폭넓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모터스포츠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꼽기도 한다. 모터스포츠의 대명사, 포뮬러 원(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가 현역 시절 1년에 벌어들인 수입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NBA 농구 스타 샤킬 오닐, 유럽 축구의 지네딘 지단보다 많았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반 스포츠와 달리 모터스포츠는 선수들 기량 못지않게 경주용 차의 성능이 순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선수와 경주용 ...
입력:2019-11-18 0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