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다섯 사람의 법칙



얼마 전 후배로부터 요즘 친구를 사귀는 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와 연결되어 만나게 된 관계는 조심스러워서 친구를 맺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분들과 친해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예전 친구들은 외국에 나가거나 지방으로 가서 일 년에 한 번도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들에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고민해보았다. 문득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의미도 변화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친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도 10대나 20대가 아닐까 싶다. 20대에는 친구라면 모든 일을 공유할 수 있고, 영원히 이 관계가 유지될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각자의 일과 가정이 생기고부터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의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30대까지는 경험과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원했던 반면 40대 이후에는 과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만큼이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도 중요해졌다. 최근에는 가치나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물론 관계에 정답은 없다. 나는 어떤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지, 또 어떤 친구를 원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 방향에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며칠 전 읽은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라는 책을 보면 ‘다섯 사람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주로 손해를 보는 관계를 맺어왔더라도 좋은 사람 다섯 명을 만나면 나쁜 사람을 물리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전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다.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해 계속 원망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다 보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미움만 가슴에 담고 살아가기에는 남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가까이에 두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더불어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에 좀 더 시간을 쏟고 싶다. 마지막까지 나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일 테니까.

문화라 작가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