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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혜림] BTS의 도전정신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 개최지인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를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전 세계 다국적기업이 밀집해 있는 뉴 알바트 거리에 우뚝 선 롯데호텔의 위용은 대단했다. 러시아의 록 영웅 한국계 빅토르 최를 기리는 아르바트 거리는 멋졌다. 상트 바실리 대성당은 동화 속 삽화처럼 아름다웠다. 죽어서도 붉은광장을 지배하는 혁명가 레닌의 모습은 섬뜩했다. 그러나 가장 또렷이 남아있는 장면은 따로 있다. 모스크바 강가에 있던,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의 수다를 멈추게 한 귀에 익은 음악 소리. 곧 카페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오빠는 강남 스타일…” 여기가 어디? 서울의 클럽이 아닌가 할 만큼 모두 일어나 말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온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오빠’의 위상을 넘보는 ‘소년’들이 등장했다.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 100’(싱글곡)에서 7주 연속 2위를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대중음악 순위를 발표하는 빌보드 차트는 음악적 성공의 가늠자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27일 빌보드 ‘차트 200’(앨범)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은 빌보드 78년 역사상 처음이다. 빌보드 차트 총괄 부사장 실비오 피에로룽은 BTS의 음악성과 함께 도전 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BTS는 미국의 대표적인 토크쇼 중 하나인 NBC ‘엘런 드제너러스쇼’에 지난해와 지난달 출연했다. 엘런 드제너러스는 BTS에게 열광하는 소녀팬들을 보고 ‘비틀스가 다시 살아온 거 같다’고 했다. 비틀스의 환생이라니, 이런 찬사가 없다. 글로벌 보이그룹으로 자리 잡은 BTS는 무명가수였다. 물론 모든 가수는 무명에서 시작하지만 그들은 바닥이었다.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닌 이들은 방송에 나올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소속 기획사 대표가 그룹 해체를 생각할 정도였다. 이들은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는 방송 대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춤추고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요즘 이 방법은 신인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필수 정통 코스가 됐다.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지 않고 포기했다면 오늘의 성공은 없다.

BTS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이여! BTS의 노래와 함께 ‘흙수저 아이돌’의 도전정신을 공유하라. 그들이 했던 것처럼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자. 포기하는 삶의 미래는 어둡다.

김혜림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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