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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김나래] 다시 한반도가 멈춰선 순간
“헉, 지금 난리 났다. 트럼프가 판을 엎었어.” 24일 밤 11시쯤 막 잠자리에 들려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속보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25일 오전 7시 넘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위임 신속 담화를 내놓기까지 지난밤은 길었다. 전 세계가 편지 속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분석하고 김 위원장의 대응을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한반도에 발 딛고 사는 인간으로서 오늘 아침은 예측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아찔하고 어지럽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1962년 쿠바 미사일 문제...
입력:2018-05-26 05:10: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포옹
얼마 전, 이모님 내외분과 함께 식사를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부모님을 모시고 이종사촌 오빠가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갔다. 호숫가에 자리한 식당의 진입로는 좁고 가팔랐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데, 아빠가 갑자기 차문을 열었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아빠는 막무가내로 차에서 내리더니 식당 건물을 향해 휘청휘청 걷기 시작했다. 건물 출입구 앞엔 먼저 도착한 이모부께서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건물 앞에 다다른 아빠가 이모부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는 두 분이 포옹하며 서로의 등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도 모르게 ...
입력:2018-05-25 05:05:03
[한마당-김혜림] LG家의 장자 승계 원칙
“경영 환경이 어렵다고 사람을 안 뽑거나 함부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 하겠다.” 기업가로서 올곧은 신념을 가진 이였다. 73세란 아까운 나이에 지난 20일 세상을 뜬 LG그룹 3세 경영자 구본무 회장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서사보다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이 고인의 됨됨이를 더 잘 보여준다. 고인은 현역 입대해 보병 병장으로 제대했다. 재벌 2, 3세들 중에는 매우 드문 경우다. 저녁 자리가 늦어지면 기사를 들여보내고 택시 타고 귀가했다고 한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
입력:2018-05-23 05:10: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말하지 못하는 승자
미투 운동으로 인해 묻힐 뻔한 성폭력이 세상에 드러났고, 특히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많은 이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커다란 용기를 갖고 미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대단하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초라함을 느끼는 경우를 본다. 피해자라고 모두 미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약자와 약자 간의 간극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첫째로 가해자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26년 전쯤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 언제라도 가해자를 혼내주고 싶으나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둘째로 피해자로서 이런 사실을 밝혀서 얻는 손해가 가해자에게 끼치는 ...
입력:2018-05-23 05:05:03
[돋을새김-고승욱] 트럼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나
2011년 3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결의안 1973호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결의안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당시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유엔 회원국의 군사행동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수결로 통과됐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독일 인도 브라질도 찬성하지 않았다. ‘지상군 주둔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민을 보호한다’는 문구가 쟁점이었다. 사상자 규모로 보면 비행금지구역 설정 정도로 끝냈을 기존 결의안과 강도가 달랐다. 국제법적으로 어떤 나라에서 반정부 ...
입력:2018-05-22 05:10:01
[기고-이상호]‘굴삭기 방북’을 준비하자
4·27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는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남북 정상회담 슬로건처럼 이제 시작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듯하다. 벅찬 감동을 넘어 경제라는 현실적 측면에서도 남북 모두에 도전이자 희망이다. 남측은 도약의 모멘텀을, 북측은 회생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의 기초를 놓는 셈이다. 평화와 통일로 향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해보자. 남북 정상은 서울∼평양∼신의주 간 철도 연결에 합의했다.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서울에서 베이징까지 6시간,...
입력:2018-05-22 05:05:02
[조용래 칼럼] 막차 탄 한반도 무한상상력 발휘할 때
김정은의 목표가 북한의 생존과 자신의 장기집권이라고 가정해본다면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을 것 남북이 미·일·중·러와 함께 6자 서밋을 열고 한반도가 역내 평화의 축으로 떠오를 날을 상상해보자 고백하건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는 일사천리로 해결될 수 있겠다고 봤다. 흔한 말로 갈 길이 멀어 장애가 있을 수 있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속으론 한반도에 순풍이 불고 있다고 확신했었다. 뒤이어 지난 10일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도 발표됐다. 하지만 30년 묵은 북핵 문제는 녹록하지 않았다. 16일 김계...
입력:2018-05-21 05:10:02
[한반도포커스-김재천] 트럼프는 지금 ‘업’되어 있다
“구멍이 송송한 스위스 치즈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멍투성이라며 비판했던 이란 핵 협정에서 결국 탈퇴했다. 북한과 정상회담 준비에 분주한 와중에 내려진 결정이라 대북 핵 협상에 주는 함의에 관심이 가고 있다. 실제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핵 협정 탈퇴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산업용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이 2025년부터 풀리기 시작해 2030년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일몰 조항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북한에 군사용뿐 아니라 산업용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폐기를 요구...
입력:2018-05-21 05:10: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엄청 매우 가능한 글쓰기
독자들은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소를 지을 수도,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다. ‘뭐가 엄청 매우 가능한 글쓰기라는 거야?’라고 댓글을 달수도 있을 것이다. 더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리면 어째서 나는 저런 제목의 글을 쓰게 됐나 하고 잠시 동안 엄청 매우 심란한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소설 창작 강의를 하면서 문장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문체(文體)와 문채(文彩)가 동시에 작동하는 작가의 의식세계가 문장이다. 명료하고, 독창적이면서 경제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쓸 것인가 인데 ...
입력:2018-05-21 0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