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삶의 향기-박재찬] 당신의 사명은 무엇입니까
사명은 소명(또는 부르심)이라는 단어와 함께 놓일 때 이해하기 쉽다. 소명은 왕이나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어떤 사명으로의 부름을 뜻한다. 사명은 소명을 받은 자가 감당해야 할 의무나 책임, 즉 소명 받은 자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적 시각으로 보면 하나님 자녀로 부름 받은 이들은 누구나 소명을 받았다. 그들에겐 저마다 사명이 맡겨져 있다. “여러분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말은 소명과 사명의 또 다른 설명이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
입력:2018-06-02 05:10:02
[한마당-김영석] 북한판 신사유람단
1881년 고종은 30, 40대 관리로 구성된 시찰단을 일본에 파견키로 했다. 일본의 근대 문물을 배우자는 취지였다. 개화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시기였기에 시찰단 파견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38명으로 구성된 시찰단을 5개 반으로 나눴다. 부산으로 내려갈 땐 암행어사 자격으로 움직였다. 그해 4월 10일 부산을 출발한 시찰단은 같은 달 28일 도쿄에 도착했다. 시찰단은 공무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머물지 않고 민가에서 생활했다. 조사 대상은 일본 정부 부처와 육군, 세관, 포병공장, 산업시설 등이었다. 약 2개월반 동안의 조사를 마치고 돌아와 보고서를 ...
입력:2018-06-02 05:10: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모두가 행복한 극장
극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 기대 가득한 웅성거림과 조도 낮은 조명, 달큼하고 고소한 팝콘 냄새 같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공간은 평범한 일상도 조금쯤은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관객이 가득 찬 상영관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고 놀라며 영화를 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텅 빈 상영관에서 혼자 스크린을 바라볼 때면 한없이 쓸쓸해졌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즐거운 공간은 내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 순간부터 더할 수 없이 불편한 곳이 되어 버렸다. 상영관의 좌석은 대개 중간부터 차기 시작한다. 매진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맨 앞의 서너 ...
입력:2018-06-01 05:05:03
[데스크시각-손병호] 안보 거간꾼 노리는 김정은
최근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막말 성명을 문제 삼아 회담을 취소했다가 북한이 꼬리를 내리면서 복원됐다. 명분은 막말이었지만 근본적 이유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이후 구축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구도가 미국에 유리하게 협의되다 상황이 달라지자 판깨기 위협으로 반전을 꾀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전 중국의 개입을 누누이 지적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
입력:2018-05-31 05:10:02
[한마당-김명호] 성 김의 한국말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미국 실무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의 한국말은 유창하다. 그냥 유창하다기보다는 보통 한국 사람과 똑같이 말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미국의 정책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대사로서 공식·비공식 행사에서는 당연히 영어를 사용했다. 이런저런 사적인 자리에선 한국말로 하다가도 급하면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긴 하지만 한국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한다. 우리네 정서도 잘 알고 소주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느닷없이 협상 대표로 ‘징발’된 이유는 ...
입력:2018-05-31 05:05:02
[한마당-전정희] 지독한 세월과 이산가족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사당역 부근에서 ‘번개 모임’을 한 우리는 뜻밖의 속보에 깜짝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북측 통일각 ‘번개 정상회담’ 소식 때문이었다. 한 친구는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대한민국 공동체 일원으로 감사한 마음이었다. 이날 남북 두 정상은 다음 달 1일 고위급 회담을 열어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는 데 합의했다. 필자는 ‘양의 탈을 쓴 북괴’라는 교육을 받으며 ...
입력:2018-05-30 05:10: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질병과 무관한 것들
재작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가장 큰 마음고생을 했다가 그래도 한동안 괜찮았던 K씨가 다시 걱정에 빠졌다. K씨는 조현병 15년째이며 나는 그 전투 중에 4년을 함께했는데 1년이면 360일은 약을 먹는 정성이 놀라운 분이다. 매일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는 것은 하나의 수행(修行)이며, 몇 달만 지나도 나태해지기 쉬운데 말이다. 조현병을 앓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점점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데다 동호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물론 K씨의 경과가 좋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조현...
입력:2018-05-30 05:05:03
[한마당-김영석] 통일각
1985년 7월 26일. 안기부장 특보였던 박철언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을 향했다. 판문각에서 북서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그를 맞이한 이는 70년대 유엔 대표부 대표를 지낸 통일전선부 부부장 한시해였다. 두 사람은 앞서 같은 달 11일 판문점 남측 지역평화의 집에서 처음 만났다. 정부가 88년 서울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가동한 이른바 ‘88라인’의 시작이다. 남측은 정상회담을 위한 최고위급 접촉을, 북측은 특사 교환을 제안했다. 88라인은 42차례의 접촉에도 정상회담의 문은 열지 못했지만, 분단 이후 첫 이산...
입력:2018-05-29 05:10:02
[돋을새김-권혜숙] ‘제2의 한경희’를 기다리며
2004년, 그러니까 14년 전 인터뷰했을 때는 그녀가 온전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한 집에 모시고 사는, 흔치 않은 가족을 소개하는 기사를 위해 두 어르신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시댁을 가족보다 의무로 여기는 여성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언젠간 ‘시댁 갈등 없는 좋은 가정 운동본부’를 만들어 볼까 싶다”고 했다. 조용히 웃으며 말을 아끼던 ‘천생 여자’ 같은 이가 사업을 한다는 게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다. 스팀청소기로 생활가전 시장을 평정했던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 이야...
입력:2018-05-29 05:05:03
[한마당-서윤경] 부르고뉴 와인과 대진침대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은 포도 농장과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집을 나갔던 큰아들이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진 일들을 그리고 있다. 공동 명의로 상속받은 농장을 두고 벌이는 삼 남매의 갈등을 프랑스식 유머코드를 가미해 풀어간다. 영화의 큰 줄기는 가족이지만 갈등의 근원은 포도와 포도주다. 아버지는 남매에게 세계적인 포도주를 생산하는 부르고뉴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와인을 만들도록 어릴 적부터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지금 큰아들은 호주에서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막내아들은 실패...
입력:2018-05-28 05:05:03
[김진홍 칼럼] 北, 정상국가 되려면 막말부터 버려라
천하의 인간쓰레기, 버러지, 얼뜨기, 바퀴새끼 등 막말 수위 너무 지나쳐 손바닥 뒤집듯 약속 어기는 행태도 시정해야 정부, 트럼프 행정부처럼 때로는 단호하게 대응하길 북한이 상대의 기를 꺾으려 할 때, 협상 주도권을 쥐려 할 때 내놓는 비난 성명이나 담화, 논평들은 언제 봐도 섬뜩하다. 우리와 같은 말을 사용하는 지구촌 유일한 나라인데, 어떻게 저런 험한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국회 연설을 통해 각종 실례(實例)를 들어가며 북한을 ‘지옥’, 김정...
입력:2018-05-28 05:05:03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드라마는 계속돼야 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를 보면 이보다 더 쫄깃쫄깃한 드라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의 정치적 언어 갈등,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남북 정상의 두 번째 만남, 북·미 회담의 재개 가능성 등은 한 편의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것만 같다.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 본편은 기대 이상과 이하의 반전이 있고, 때로는 대본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감동과 미스터리의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뜬금없지만 놀라운 ...
입력:2018-05-28 05:10:03
[한반도포커스-홍관희] ‘민족자주’로는 北核 못 막아
지난주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해 세계를 놀라게 한 뒤 북한의 전례 없는 저(低)자세 화해 제스처에 마음이 흔들려 회담 재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와중에 주말인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제2의 깜짝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세 변동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는가, 또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북·미 회담 취소를 결단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서다. 회담 ...
입력:2018-05-28 0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