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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이란 영화 ‘세일즈맨’] 무너지거나 무너뜨리거나
어느 늦은 저녁, 아파트에 소동이 일어난다. 건물이 붕괴될 우려가 있으니 얼른 대피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물 벽에 바짝 붙은 신축 공사장에서 포크레인은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30대 젊은 부부는 당장 갈 곳이 없다. 11일 개봉한 이란 영화 ‘세일즈맨’ 이야기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끊임없이 부수고 새로 짓는 어수선한 개발 열풍 속에서 주거난이 극심한 테헤란을 배경으로 무너져가는 중산층 부부의 삶을 그린다. 고등학교 문학교사인 에마드는 아내 라나와 함께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건물에서 ...
입력:2017-05-21 20:45: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파렴치한 무법자 날강도들 ‘불한당’
‘불한당(不汗黨)’. 떼 지어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앗는 무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날강도, 떼강도이지요. 불한당은 ‘저 불한당이 부녀자들을 희롱한다’처럼 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자들의 무리를 뜻하기도 하고, 막되어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 불한당은 위아래 없이 반말을 한다’같이 쓸 수 있지요. 汗은 땀입니다. 땀 많이 흘리는 증상을 다한증(多汗症)이라 하지요. 不汗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黨은 무리를 짓는다는 글자입니다. 불한당은 ‘땀이 나도록 노력하며 ...
입력:2017-05-20 05:05:03
[노승림의 인사이드 아웃]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문화정책
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날 은수미 전 국회의원의 트위터 글로 온라인이 잠시 들썩였다. 내한 예정인 해외 악단 티켓 가격과 관련된 기사를 언급하며 그녀는 ‘구조적 문제라지만… 살기도 힘든데 웬 음악이냐구요. 일단 접어두고 기호 1번 문재인’라고 적었다. 이 뜬금없는 글에 음악 애호가들은 “사치스런 한량으로 매도됐다”며 격앙됐다. 비난이 봇물치자 은의원은 자신의 말이 와전됐다며 “(본인이) 이 티켓을 살까 고민할 터라서 ‘먹고 살기 힘든데 웬 음악이냐’는 비난을 받을 거란 내용”이라고 뒤늦게 해명한 뒤 ...
입력:2017-05-15 05:05:04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해결되지 않는 일로 속 태우는 ‘근심’
해결되지 않는 일 때문에 속을 태우는 것. ‘근심’입니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는 것, 아랫사람의 잘못을 나무라는 말(귀가 시간이 늦으니 부모님의 걱정을 듣지)인 ‘걱정’과 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근심은 한자어 같지만 순우리말입니다. 한자로는 우(憂) 환(患)으로 쓸 수 있겠지요. 머릿속이 심란해 발걸음이 무거운 게 憂이고, 마음(心)에 걸리는 일이 구슬을 꿰 듯(串, 꿸 관) 이어진다는 게 患입니다. ‘꼬치’ 고기 파는 집 입구에 ‘串’자가 씌어 있는 걸 봅니다. 꼬챙이에 뭔가를 꿴 것 같지요. 아래는 묵자(墨...
입력:2017-05-13 05:05:03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국립오페라단 자료집은 왜 공개되지 않았을까
Q :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11월 공들여 만든 자료집을 아직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상황과 관련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A : 해외 국공립 오페라극장의 경우 제작한 작품에 대한 의상과 세트 등의 자료 정리가 잘 돼 있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자료가 거의 없다.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공연이 끝나면 자료를 대부분 소각해 왔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 입장에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2014년 7월 취임한 김학민 예술감독은 자료가 남아있는 2010년도부터 작품들의 무대세트와 도면, 의상 디자인 등을 종합적으로 담은 ...
입력:2017-05-09 05:05:03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영화 ‘언노운 걸’ ‘나는 부정한다’] 거짓을 이기는 방법에 대하여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정권의 비리와 무능이 드러나 우리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지난 가을부터 선거전이 치열했던 올봄에 이르기까지 현실은 지루할 틈 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극장보다는 광장이, 영화보다는 뉴스가 더 흥미진진했던 시간들이 지났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진실’과 ‘정의’를 주제로 시민들이 써내려 간 역사의 챕터 하나가 마무리될 것이다. 좀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게 된 이 즈음, 두 편의 영화가 눈길을 끈다. ‘나는 부정한다’와 ‘언노운 걸’이다. 벨기...
입력:2017-05-08 05:05:04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효도는 부모님께 마음 다하는 것
“데구루루….” “얘야, 먹으라 했더니 그걸 왜 품속에 넣었더냐.” “아, 예. 그게….”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왕 손권의 참모를 지낸 육적이 여섯 살 때 즉 후한 말, 당대 명문가인 원술의 집에 간 적이 있습니다. 원술이 꼬마 육적에게 귤을 먹으라고 주었지요. 육적이 귀한 귤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품속에 몰래 귤을 집어넣고는 일어나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그만 품속의 귤들이 주르륵 땅에 떨어진 것입니다. “저, 사실은…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입력:2017-05-06 05:05:03
[노승림의 인사이드 아웃] ‘엘 시스테마’아이들의 반독재 투쟁
최근 내한공연을 가진 가브리엘라 몬테로(본보 4월 24일 보도)는 남다른 정치적 행보로 주목받는 베네수엘라 출신 피아니스트다. 그녀는 조국의 현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대가로 6년 넘게 귀국하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망명 이후에도 침묵하지 않고 국제 엠네스티 명예 인권대사로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제 아래 신음하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고발했다.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가 서울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작품 ‘베네수엘라를 위하여’는 내전의 위기에 휩싸인 조국을 위해 직접 쓴 자작곡이었다. 몬테...
입력:2017-05-01 05:05:04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한 ‘유치’
유치(幼稚)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입니다.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幼는 힘이 약하다, 稚는 벼가 새털만큼 자랐다는 의미입니다. 작고 어리기 때문에 미숙하다는 뜻입니다. 어린아이들이 가는 곳이 유치원(幼稚園)이지요. 사람은 대개 나이가 들면서 보고 배우는 게 있어 유치에서 벗어나 성숙해지는데 그러지 못하면 치졸, 옹졸, 졸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치졸(稚拙)은 생각이나 언행이 유치하고 졸렬하다는 말입니다. 졸렬(拙劣)은 옹졸하고 보잘것없다, 천하여 서투르다는 뜻이지요. 옹졸(壅拙)은 ‘옹색’이 말해주듯 성격이 너그럽지 못하...
입력:2017-04-29 05:05:03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국립오페라단은 왜 동네북이 되었나
23일 막을 내린 국립오페라단의 '보리스 고두노프'.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제작 과정에서 합창단 인건비 논란 등에 휘말렸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Q : 국립오페라단은 수년째 한국 오페라계의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엔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야외오페라 제작 과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A : 국립오페라단에 대한 여론 악화는 2009년 1월 이소영 전 단장의 전속 합창단 해체가 큰 계기가 됐다. 전임 정은숙 단장 시절 공연 횟수가 늘면서 전속 합창단의 필요성이 커지자 국...
입력:2017-05-12 11:01:15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영화 ‘지니어스’] 간결함 속에 진실이 있다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 ‘빨강, 하양과 파랑 아래서’ 또는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 1925년 미국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가 소설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며 붙였던 제목들이다. 글의 첫 인상이 될 제목을 정하는 일은 늘 어렵다. 유능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는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간파했다. 고집스런 저자와 오랜 실랑이를 벌인 끝에 마침내 ‘위대한 개츠비’라는 산뜻하고 함축적인 제목을 뽑아낼 수 있었다.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히는 이 작품이 작가의 끈질긴 바람대로 ‘웨스트에그의 트리...
입력:2017-04-24 00:00:57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극존칭이던 ‘마노라’가 ‘마누라’로 변해
높은 곳에서 ‘위신’이 뚝 떨어진 인칭(人稱) 중에 ‘영감’이 있습니다. 영감은 조선시대 정3품과 종2품 관리를 높여 이르던 말이지요. 정2품 이상은 대감입니다. 영감은 나이 많은 남자를 홀하게 부를 때, 나이 든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남편을 가리키거나 부를 때 쓰입니다. 위신 절하된 인칭에 ‘마누라’도 있습니다. ‘마노라’가 원말이지요. 광해군이 아우 영창대군을 죽이고 그 어머니 인목대비를 유폐시킬 때 정경을 궁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계축일기’에 나옵니다. “대비 마노라께 여쭈어…...
입력:2017-04-22 05:00:55
고스트 인 더 쉘 - 액션영화 보며 존재가치 되물어
고스트 인 더 쉘은 기계도 영혼이 있는가를 물으면 서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답을 구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제공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공상과학 소설을 비롯해 할리우드조차 미래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지난 3월 31일 미국 전역에서 동시에 개봉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또한 그렇다. 사이보그 인공신체가 상용화되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그러면서 기계와 인간 그리고 그 혼종이 절대 권력집단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이야기다. 고스트 인 더 쉘은 원작인 일본만화 ‘공각기동...
입력:2017-04-12 15:03:51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영화 ‘미녀와 야수’] 디지털 옷 입고 젊어지다
1991년 작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리메이크한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17년에 ‘미녀와 야수’를 보러 극장에 가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착한 미녀가 아버지를 대신해 무서운 야수의 성에 갇히지만 추한 외모 아래 감춰진 야수의 진심을 사랑하게 되어 결국 마녀의 저주를 풀게 만든다는 이야기. 300년 전 프랑스 작가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이 민담을 바탕으로 쓴 후 어린 시절 누구나 듣고 자란 뻔한 동화 말이다. 영화의 유명한 주제가도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라는 가사로 ...
입력:2017-04-10 10:31:39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화, 80년대로 간 이유
      격동의 1980년대 시대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영화 ‘보통사람’(위 사진)과       ‘택시운전사’의 극 중 장면. 각 영화사 제공 Q :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 역사를 썼습니다. 민주주의가 다시 깨어난 2017년, 극장가는 1980년대로 돌아갔습니다. 안기부의 민낯을 파헤친 ‘보통사람’,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돌아본 ‘택시운전사’,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 등 80년대 배경의 영화들이 차례로 관객을 만납니다. 지...
입력:2017-03-27 17:5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