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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문재인정부도 어쩌면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해맹산’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역설로 들렸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첫째,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기에 밀어붙였어야...
입력:2019-08-15 04: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별일 없는 삶
얼마 전 후배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자신만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말하였다. 학교를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힘들다고 하였다. 비슷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지금의 결과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축 처진 어깨를 하며 걸어가는 후배를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일은...
입력:2019-08-14 04:10:01
[길 위에서] 광복절을 잊은 교회
새하얀 태극기가 단상 위 십자가 아래 세워져 있었다. 원로목사님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설교를 했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쫓겨나자 이제는 징병이 시작됐습니다. 일제의 총알받이가 될 순 없어서 산속에 굴을 파고 숨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굴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일본이 항복했다. 우리가 해방됐다.’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온 벼락같은 축복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도 이처럼 도둑같이 이뤄질 줄 믿습니다.” ...
입력:2019-08-14 00:10:01
[돋을새김-고승욱] 최악은 어설픈 봉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학용품을 한 아름 사 왔다. 왕자 크레파스가 전부였던 어린이에게 모양이 날렵하고 색이 선명한 24색 색연필과 36색 사인펜은 신세계였다. 잠자리 모양 상표가 있었으니 톰보 제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져가 자랑한 기억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국산품 애용을 외쳤던 우리 세대에게 일제·미제는 아무리 좋아도 써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국산이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된 건 길어야 15년쯤 전이다. 1980년대에는 코끼리표 전기밥통 여파가 워낙 컸다. 21세기가 오기 전까지 젊은...
입력:2019-08-13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여름 나기
입추라는데 여전히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수영장에 갔다가 몇 달간 수영장에서 얼굴을 마주치던 분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처음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늘 눈인사를 나누었고 수영 동작이 틀리면 서로 지적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샴푸나 물안경을 빌려주기도 했고 누군가 오랜만에 수영장에 나오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우리 네 명은 함께 강습을 받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늘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자유수영 회원이었다. 그런 우리가 지난주 처음으로 ...
입력:2019-08-12 04:10:02
[가리사니-이도경] 남의 자녀 앞길 좌우하는 분들의 자식농사
몇 년 전 영국에서 영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한국 십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를 조명하는 시리즈물을 위해 대안학교 시스템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유복한 십대들과 하루 반나절을 지낼 수 있었다. 취재 목적과 거리가 있어 기사로 소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을 잔뜩 인터뷰하고 출장길에 오른 터라 깊이 각인된 기억이다. 은행 중역의 아들, 병원장 손녀, 유명 사립대 교수 자녀 네 명이 살던 숙소였다. 런던 중심부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중산층 거주 지역의 아늑한 이층집이었다. 학생들은 짙은 ...
입력:2019-08-12 04:10:02
[한반도포커스-신범철] 가치 외교가 중요해졌다
국가 이기주의의 시대다. 전통적으로 자국 중심의 공세적 외교를 추구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던 미국조차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에 편승하고 있고, 북한은 이참에 핵 보유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오직 한 나라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재인정부 외교는 언뜻 보면 ‘평화’라는 가치 지향적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매개로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m...
입력:2019-08-12 04:05:01
[김명호 칼럼] 미·중 환율전쟁은 미래전쟁의 서막
환율전쟁은 안보 문제까지도 포함된 중층적 성격… 미·중이 서로 앞날을 때리는 미래전쟁 일본이 우리의 약점 노린 경제전쟁도 동아시아 미래전쟁 국내용 정치와 선거에만 능한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생존 전략 세우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국 환율전쟁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방아쇠를 당겼다. 3일 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른바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를 용인한 것이다. 중국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 ...
입력:2019-08-12 04:05:01
[편의점 풍경화]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그 손님은 시시때때 자랑을 많이 한다. 주로 부모님 자랑을 많이 하고, 자신의 알록달록한 소장품을 자랑하기도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주말에 어디 갔는지 불쑥 자랑하는가 하면, 한번은 여자친구 자랑을 참기름 볶듯 고소하게 하기에 샘나 어쩔 줄 몰랐다. 순 ‘자랑쟁이’ 총각이다. 올봄 그 손님이 우리 편의점에 찾아와 “아저씨, 저 이제 초등학교 가요!” 하면서 한껏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했다. 이거 원, 초등학교 안 나온 사람 서러워 살겠나 싶을 정도로 야무진 자랑이었다. (그래, 나는 ‘국민학교’ 나왔다!) 기억한다. 그 손님이 우...
입력:2019-08-10 04: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더위와 망상
얼음이 가득한 잔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으니 아이고 이제 좀 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모금 들이켜며, 고질적인 습관인 멍 때리며 엉뚱한 생각에 빠진다. 현실에 치여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아프면 이 고질병이 더 도진다. 선풍기는 무슨, 얼음 한 조각도 왕이나 접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전쟁통이라 시원한 물은커녕 당장 죽고 사는 위협에 쫓기고 있다면. 수십 ㎞를 조금이라도 덜 더러운 물을 긷기 위해 걸어야 하는 곳에 살고 있다면.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렸을 때 어디에선가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 등의 글을 ...
입력:2019-08-09 04:10:01
[혜윰노트-마강래] 대한민국 미래가 궁금한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30% 넘게 차지하는 거대인구(1, 2차 베이비부머)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고령자에 편입된다. 신생아가 줄어 온 나라가 큰 시름에 빠졌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고령자까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푸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우리의 중소도시’를 보라고. 지방의 현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만큼 지방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위중하고 심각하다. ...
입력:2019-08-09 04:05:02
[샛강에서-정진영] 여름 휴가 단상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상큼했다. 바다 위 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난 주말 남쪽 끝 섬 진도와의 대면으로 ‘7말8초’의 가족 여름휴가는 절정을 맞았다. 서울 집에서 진도의 목적지까지는 418㎞, 서울~부산과 거의 맞먹는 먼 길이었으나 마음은 가벼웠다. 신축된 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숙소는 수백 개의 객실 모두 바다 풍광을 안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베란다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장년인 내게 휴가는 ‘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재충전과 힐링을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뒹굴다 어슬렁거리면 그만이다. 오후 늦게 입실...
입력:2019-08-08 04: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