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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이진우] 반동만 있고 보수는 없다
보수가 다시 서려면 북한을 평화 파트너로 수용하면서 국가 안전과 이익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당이 ‘평화는 곧 경제’라고 외치면 야당은 ‘경제가 바로 평화’라고 말할 수 있는 정책적 주도권 가져야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테러의 공포와 이데올로기의 세뇌로 개인들을 철저하게 통제한 히틀러의 전체주의 정권을 경험한 한나 아렌트의 간단명료한 정의다. 아렌트에 의하면 전체주의가 그 어떤 시작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폭압적 정치체제라면 민주주의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
입력:2018-10-16 04:05:01
[한마당-김명호] 한 놈만 팬다
1999년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데뽀’로 나온 유오성은 패싸움을 할 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옆의 놈들이 아무리 나를 때려도 난 한 놈만 죽을 때까지 팬다. 그러면 나중엔 살려 달라고 한다.” 점잖게 표현하자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고 공포감을 활용한 것이다. 동네 양아치긴 하지만 그는 싸움 전략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이 분명하다. 혹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양아치일 수도 있겠다. 국제정치학 용어인 ‘미치광이 전략’은 한 놈만 팬다는 전략과 맥락이 비슷하다. 미친 척하...
입력:2018-10-16 04:10:01
[기고-신인균] 하체가 빈약한 한국군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북벌을 한다. 촉은 지형이 험악해 대규모 군대가 진격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제갈량의 군대는 장안의 서쪽 전략요충지인 진창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목책으로 두른 진을 치고, 충차나 정란 등 공성무기들을 동원해 공격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장면들인데, 모두 공병과 관계된 일화다. 공병은 보병과 함께 가장 오래된 병과다. 진격로를 개척하는 것은 물론 공성무기도 만들어 공격하고, 병영을 건설하기도 한다. 트로이의 목마와 수공으로 거란군을 격파한 강감찬의 귀주대첩도 공병의 작품이다. 이처럼 오래된 병과...
입력:2018-10-16 04:05:01
[돋을새김-고세욱] 내 마음속 영웅들의 추락
# 태어나서 처음 야구장에 간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0년 가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대회에서였다. 집에 세 들어 살던 부부의 손을 잡고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갔다. 광주일고와 천안북일고,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와 세광고 간 4강전이 열렸다. 당시 좋아하던 이상군이 있는 천안북일고를 응원했는데 광주일고 투수의 공이 이상군보다 훨씬 빨랐다. “저 투수가 누구예요?” 같이 간 아저씨가 “저 투수를 몰라? 선동열이야”라고 했다. 꼬마의 눈에 선동열의 광속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년 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국과 일...
입력:2018-10-16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그의 이름을 앞에 놓고
대개 책이 나오면 인사차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곤 한다. 이사를 가면 새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는 일과 비슷하다. 그간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하고, 소원했던 시간을 대신해 일종의 기별을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들끼리는 물리적으로 가깝지 않더라도 책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도 이유는 비슷하다. 선배든 후배든 그로부터 직접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책이나 문장에 빚진 바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만난 적 없고 특별히 주고받은 사연이 없다 하더라도 그의 작품을 통해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눈 듯한...
입력:2018-10-15 04:10:01
[한마당-지호일] ‘심청전’의 뻔한 결말
아마도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소가 될 것이다.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웬 섣부른 예단이냐고? 혐의 유무는 나중 문제이다. 이번 수사가 시작부터 ‘청와대의 수사’로 흐르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는 비공개 예산정보를 내려받은 심 의원을 고발한 뒤 곧장 이를 공표했다. 여당은 호응해 심 의원을 비판하고, 청와대에서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는 논평이 나왔다. 당·정·청의 이런 일사불란함은 청와대 의중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검찰 수사 타이밍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심 의원실 압수수색은 사건 ...
입력:2018-10-15 04:05:02
[김진홍 칼럼] 따뜻한 시선, 차가운 시선
북한에 대한 지나친 애정 표현이 한·미관계마저 껄끄럽게 만들고 있어 김정은의 원만한 연말 방한 위해 남북관계 속도 줄이고 남남갈등 해소에 주력해야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 문재인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은 부적절했다. 아무리 강국이어도, 막말을 일삼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승인’이란 표현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외교적 결례다. 그럼에도 청와대나 정부의 공식 대응은 없다. 문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제재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원...
입력:2018-10-15 04:05:02
[뉴스룸에서-민태원] 임종실 설치 의무화하자
“파킨슨병으로 입원 중이던 어머니.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병실이 아닌, 간호사실 옆에 있는 어수선하고 사방이 개방된 낯선 처치실이라는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1인실 사용을 권유받았지만 하루 20만원이라는 부담에 형편상 그럴 수가 없었는데, 다인실 환자의 임종은 다른 분들 불안해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어머니의 마지막을 이런 초라한 곳에서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
입력:2018-10-15 04:05:02
[한반도포커스-홍관희] 美·中 패권 대결과 한반도 운명
지난달 30일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함이 41m까지 근접해 충돌 위기까지 간 사건은 양국 대결이 경제에서 군사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금년 7월 촉발된 25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관세분쟁이 양국 관계 최악의 시나리오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난사군도에 군사기지를 만들어 요새화하고,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광대한 해역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분명히 노(No)라고 말하며 항행의 자유를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11월에는 항모와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이 지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미·중 ...
입력:2018-10-15 04:00:01
[한마당-염성덕] 유령수술과 CCTV
유령수술 실태를 폭로한 SBS 고발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대리수술이라고도 불리는 유령수술은 환자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이 집도하는 수술을 말한다. 고발 프로에 등장하는 제보자들의 폭로 내용과 동영상을 보면서 공분을 느꼈다. 다른 의사가 대리수술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수술 보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아예 집도까지 한다는 폭로가 줄을 이었다. 영업사원이 주기적으로 수술을 주관하는 모습을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 5일간 9차례나 유령수술을 한 영업사원도 있었다. 환자를 마루타처럼 대하...
입력:2018-10-13 04:10:01
[창-김철오] 가을의 괴물
루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악의 태풍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2002년 8월 31일 제주도로 상륙해 9월 1일 강원도 속초에서 소멸됐다. 213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실종됐다. 재산피해액은 5조1479억원. 지금까지 최대 기록이다. 인명피해 규모는 기상관측 사상 10번째로 컸다. 21세기 들어 수백명 사망자를 낸 재난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망 192명)와 2014년 세월호 참사(사망 304명)를 제외하면 루사 정도밖에 없다. 대통령령 특별재해지역 제도는 루사를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루사에 휩쓸린 경남·강원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4조1000...
입력:2018-10-13 04:10:01
[빛과 소금-노희경] ‘수능 실패자’란 없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친구와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 “지원아, 넌 학원 몇 시에 가?” “7시.” “그럼 몇 시에 와?” “10시.” 둘 사이가 잠깐 조용한가 싶더니 아들이 또 물었다. “지원아, 넌 학원이 좋으냐?” “좋겠냐?” “나도 젤로 싫어.” “난 학원이 없었으면 좋겠어.” 아들은 몇 달 전부터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물론 지금은 모두 관뒀지만 당시엔 나중을 위해 악기 하나쯤은 배워두는 게 좋다거나 건강을 위...
입력:2018-10-13 04:05:01
[제주에 산다] 제주도 일자리 보헤미안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스크린골프장이 하나 있다. 이곳에 출석하듯 나타나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농업, 또는 농산물 가공업 4명, 목수 4명, 음식점 운영 3명, 펜션 운영 3명 등이다. 한 달여 배를 타고 나갔다 보름 정도 육지에 머무는 선원이 2명, 일찍이 20대 때 티켓다방을 운영하다 PC방을 하고 그것도 기계가 오래돼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문을 닫은 40대 실업자가 1명 있다. 손님들 직업이 제주 산업구조 구성과 얼추 맞는다. 농산물 가공업자 1명은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미국 메이저리그를 훤히 꿰고 있어 웬일인가 했더니 한때 직원 5명을 데리고 사설 스...
입력:2018-10-13 04:05:01
[논설실에서] AI시대, 기본소득이 해법일까
지난 8일 국회에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가 열렸다. 강병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경기연구원이 주관한 자리였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으로 돌려주자는 취지의 세금이다. 현재 전국 평균 0.27% 수준인 토지 보유세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면 수십조원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국민들에게 엔(n)분의 1씩 배당하자는 게 골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 때 이 개념을 제시했고 지난달 열린 민주당-경기도 ...
입력:2018-10-13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축제
“거긴 고통 같은 거 없는 세상이라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편히 가요. 가서 엄마, 아버지 만나 그간 못 나눈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해 먹으며 재미나게 지내고 있어요. 그렇게 잘 지내고 있으면 나도 곧 갈 테니까. 응?” 숨이 잦아드는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말했다. 나는 아빠가 가려는 그곳이 이곳보다 아름답기를, 엄마의 말처럼 고통 없는 세상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래야만 아빠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갑게 식어가는 아빠를 하릴없이 지켜만 봐야 했던 시간은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두려웠다. 그런데 ...
입력:2018-10-12 04:10:01
[태원준 칼럼] 좋은 죽음
‘지독한 하루’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하룻밤에 200명이 넘는 환자를 받고 그중 4, 5명에게 죽음을 선언하는 응급실의 일상을 그는 매일 기록하고 있다. 수많은 죽음을 상대하는 삶이어서 죽음에 둔감해지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적은 하루는 특히 지독했다. 새벽에 쓰레기를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들것에 실려 왔다. 청소차에 깔려 장기가 다 뭉개져 있었다. 숨만 붙은 채 신음하던 이가 힘겹게 뱉어낸 말은 “내가 차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어요. 아, 아파. 내가 잘못해서…”였다. 의사의 사투에도...
입력:2018-10-12 04:05:02
[한마당-라동철] 벵갈고양이
벵골(bengal)은 인도 동북부 서벵골주(州)와 방글라데시(동벵골)에 걸쳐 있는 지역이다. 원래 둘 다 인도에 속해 있었으나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1905년 인도를 분할하면서 분리했다. 힌두교도가 많은 서벵골은 인도에 남았고 이슬람교가 많은 동벵골은 파키스탄으로 넘겨졌으나 이후 독립전쟁을 통해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벵갈은 벵골의 영어식 발음인데 벵갈호랑이로 인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용어다. 인도호랑이로도 불리는 벵갈호랑이는 갈색에 검은 줄무늬 털이 있고 덩치가 크다. 주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 분포한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대부분...
입력:2018-10-12 04:05:02
[세상만사-강준구] 청와대와 한국당의 공존
모든 정권은 야당 탓을 한다. 반대로 어느 야당이든 정권의 발목을 잡지 않은 적이 없다. 문재인정부와 야당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회에 다당제가 들어서면서 각 야당을 대하는 청와대의 태도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국회 의석 분포 중 범여권은 더불어민주당 129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으로 148석이다. 바른미래당(30석)과 무소속 의원(7석·국회의장 포함) 중에도 범여권 성향 의원들이 있다. 의석의 과반은 차지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리고 112석(37.46%)의 자유한국당이 있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이 지점에서 특별하다....
입력:2018-10-12 04:05:01
[한마당-신종수] 김정은의 교황 초청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첫 장은 <김일성,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라”>는 제목으로 시작된다. 내용은 이렇다. 소련이 붕괴되고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1년 김일성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으로 초청할 것을 당시 외무상 김영남(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지시했다. 외무성 내에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기 위한 상무조(TF)가 편성됐다. 태 전 공사는 상무조의 일원이었다. 바티칸 교황청이 “북한에 진짜 가톨릭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 달라&...
입력:2018-10-11 04:1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시험을 위한 적당한 불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수시 등 다른 전형이 없던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해 큰일이라고 한다. 큰일이 아니다. 시험 때문에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불안하지 않다면 지겨운 공부를 계속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하고, 불안 때문에 우리는 눈앞의 즐거움을 참는다.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먼 목표를 위해 긴 호흡을 해야 할 때 꼭 필요하다. 불안이 어느 정도까지는 최고의 결과를 나오게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집중력을 떨어뜨리므로 적당한 것이 좋다. 불안해서 잠을 ...
입력:2018-10-10 04:10:01
[김명호 칼럼] 보수정치, 프레임에서도 완패하고 있다
외부인사가 칼 휘두른다고 인적 청산 될까 잠깐 눈길만 끄는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 많아 진보의 프레임에 갇힌 보수, 비루함에서 벗어나려면 프레임 재구성해 가치 있는 언어로 말해야 자유한국당에 조만간 피바람이 불 모양이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의 일성은 인적 청산이었다. 드라마든 수사든 정치든 칼잡이의 등장과 이어 벌어질 칼춤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당분간 한국당의 관심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그리 길지 않은 이벤트성 단기 흥행으로 끝날 가...
입력:2018-10-10 04:05:01
[경제시평-이상근] 제주 괸당문화를 느끼다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제주 출신 선배가 빙부상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선배는 일찍이 제주도를 출향하여 서울에서 살아온 터라 혹여 상갓집이 너무 조용할까 걱정하며 여러 지인과 함께 급하게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에는 ‘괸당’이라고 하는 섬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고 한다. 모임에서 가끔 ‘괸당’이라는 말이 회자되긴 했지만 정확히 그 의미를 알지는 못했다. 사전적 의미로 협의적으로는 친척, 광의적으로는 이웃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하지만 여전히 와 닿지는 않는다. 과연 괸당이 무엇일까. 같은 제주 ...
입력:2018-10-10 04:05:01
[한마당-전정희] 한국어 혁명, “아빠 밥 먹어”
한국어는 어렵다. 음성이나 문자에 담긴 사회관습적인 체계를 이해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공통적 얘기다. 높임말과 겸양어는 한국에 살면서 배우지 않는 이상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쓰기 어렵다. 밥을 진지로, 묻다를 여쭈다라는 경어로 써야 그 사회 일원으로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 말한다는 것은 관념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데 한국어는 그 관념 즉, 견해나 생각의 메시지를 전하는 본질에 충실한 도구로 쓰이기 어렵다. 높임말과 겸양어를 구사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
입력:2018-10-10 04:05:01
[청사초롱-손수호] 백두산 등정, 관광인가 체험인가
지난달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는 공식수행원 14명 외에 52명의 특별수행원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수 알리, 시인 안도현, 축구감독 차범근, 유홍준 교수 등 각계각층을 망라했다. 이들은 이름과 달리 특별한 미션이 없어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면서 남북 관계의 변화와 미래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급기야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에도 따라가는 기회까지 얻었고, 글과 사진을 많이 남겼다. 이들의 백두산 등정은 어떤 성격일까. 공직자가 아니니 공무는 아닌데, 나랏돈을 썼으니 외유인가. 대통령 수행 자체를 통치행위의 연장으로 봐야 하나. ...
입력:2018-10-10 04:05:01
[한마당-신종수] 슬기로운 감방생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라던 대로 동부구치소에 재수감 돼서 화제다. 그는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직후 다급하게 마이크를 잡고 비상시를 대비해 병원과 가까운 동부구치소로 가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동부구치소는 서울 가락동에 있던 성동구치소가 지난해 6월 문정동 법조타운 신축부지로 이전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이곳에 수감돼 있다. 전자개폐형 최신식 빌딩으로 수세식 화장실, 싱크대, TV 등을 갖추고 있다. 환자를 수용하는 병사동 복도는 여름에 에어컨이 ...
입력:2018-10-09 04:10:01
[돋을새김-신창호] 중간선거 앞에 놓인 트럼피즘
11월 6일. 흔히 우리가 부르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겉으로 보기에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를 지배하는 정치적 주제는 아직 중간선거는 아닌 듯하다. 10대 시절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던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취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 대북 핵 협상 성과, 거의 전쟁 수준에 다다른 대중 무역압박….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만한 빅이슈들이 워싱턴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유수의 미국 언론을 잘 들여다보면 이 모든 뉴스의 이면에 ‘중간선거’란 단어가 도사...
입력:2018-10-09 04:05:01
[여의도포럼-이제민] 노후 SOC 개보수로 활로 열자
30년 이상 SOC 전체 10% 넘어… 경기부양 효과 높으면서도 부작용 적고 경제 전체 생산성 증대 적자 공채 발행하면 통화정책 여력 높일 수도, 한국당 대선공약이기도 해협치 사례로 삼을만 경기가 안 좋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고 성장률도 연초 예상치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교과서 식으로 생각하면 우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 물가가 불안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럴 근거는 더 있다. 그러나 물론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입력:2018-10-09 04:05:01
[기고-이안소영] 플라스틱 중독사회 탈출하기
이렇게 금방 바뀌기도 하는구나 싶다. 카페 매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말이다. 회의 자리에도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 등장하고, 행사 참가자들이 개인 텀블러를 챙겨 오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니 컵홀더와 컵뚜껑이 사라지는 부수효과도 생긴다. 지난 4월 중국의 폐비닐 수입 금지에서 강제된 궁여지책이었지만 반갑고 다행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이니 만큼 이 변화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자리 잡을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일회용 컵이 ...
입력:2018-10-09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