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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이재열] 남북관계의 맥과 혈
우리가 노려야 할 北의 혈은 한반도 주변국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되 北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빈틈이다 이 혈을 제대로 누르지 못한 햇볕정책을 타산지석 삼고 임기 내 성과주의 등 4가지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막다른 골목에 처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은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다시 활력을 찾은 듯하다. 주역은 문재인 대통령. 멀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시 대화의 자리로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전략적 선택을 강조하는 실체론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
입력:2018-10-23 04:05:01
[한마당-신종수] 의인
아침 식사를 하며 TV 뉴스를 보다가 눈물이 나는 바람에 당황스러웠다. 새벽 3시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귀가하는 도중 손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어느 할머니를 보고 선뜻 다가간 열아홉 살 청년. CCTV 영상 속에 비친 이 청년은 수레를 밀면서도 고개를 돌려 할머니와 눈을 맞춰가며 대화를 나눴다. 이어 아나운서가 전하는 교통사고, 뇌사, 장기기증 등의 팩트들이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전해졌다. 제주한라대 1학년인 김선웅군은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그래서인지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가족들은 김군의 유품을 정리하면...
입력:2018-10-23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오늘을 행복하게
팔순의 아버지가 얼마 전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아버지는 4인실에 계시는데 나머지 세 병상은 내 예상과 달리 모두 젊은 환자들이다. 열아홉, 스물하나 그리고 서른 살. 이들은 모두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하반신 마비 환자.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게 됐다. 다리뿐 아니라 팔도 마음대로 안 움직이고 말이 어눌한 이도 있다. 세상이 몇 번은 무너졌을 이들이 이제는 재활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장난도 친다. 이만하기도 다행이라는 듯 미소도 짓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본인과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감히 상상조차...
입력:2018-10-23 04:05:01
[한마당-김현길] 조 잭슨
조 잭슨은 타고난 타자였다.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문맹이었던 그는 야구에서 새 인생을 찾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13시즌 동안 3할5푼6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3위 기록이다. 타이 콥에 밀려 타격왕은 번번이 놓쳤지만 베이브 루스가 “그의 타격을 따라했다”고 할 정도로 명타자였다. 명예롭게 은퇴했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 7명과 함께 그라운드를 영원히 떠나야 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스캔들인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은 브...
입력:2018-10-22 04:10:01
[뉴스룸에서-천지우] 스시가 아니라 초밥?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제주 국제관함식에 오려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이달 초 소설가 이외수씨는 SNS에서 “왜놈들이 똥고집을 부린다”고 분노하며 “곧 무지막지한 초대형 쓰나미 또 한바탕 축제 삼아 보내 줄게”라고 썼다. 이 글에는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라며 공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분노도 이해되고 사적 공간에서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것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그 표현과 반응이 섬뜩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초대형 쓰나미로 무지막지한 비극을 겪은 나라에 또다시 쓰나미를 ‘축제 삼아&rsqu...
입력:2018-10-22 04:05:01
[조용래 칼럼] 메이지유신 150년이 의미 가지려면
가장 중요한 전제는 ‘전쟁포기·비무장’을 선포한 일본국헌법 9조를 지켜내려는 노력이다 반면 日 아베 총리는 메이지유신 예찬하면서도 평화헌법 개정 독려하며 오히려 유신 죽이기에 나서 지난 한 주일 동안 야마구치 하기 시모노세키 사가 나가사키 가고시마 등 일본의 서남지역 10개 도시를 다녀왔다. 도쿠가와 막부의 총 300개 번 중 조금 일찍 개명한 곳을 서남웅번(西南雄藩) ‘삿초도히(薩長土肥)’라고 부르는데 그중 시코쿠의 도사(土佐, 현 고치)를 제외한 전 지역을 이번에 취재했다. 사쓰마(薩摩, 현 가고시마), 조슈(長州, 현 ...
입력:2018-10-22 04:05:02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마음을 생각하는 마음
나는 경기도 일산 외곽 아파트에 산다. 교통편이나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지대가 높아 앞이 탁 트였다. 좌로는 북한산이 우로는 계양산이 다 보인다. 우리나라 도시 외곽의 운명처럼 공사장 소리가 끊임없지만, 나는 먼 곳까지 보이는 이 집이 좋다. 대체로 행복한 풍경이 보이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열흘 전, 바로 눈앞에서 치솟아 오른 검은 연기 기둥을 온종일 걱정스레 쳐다보아야 했다. 그 후론, 풍등을 날려 고양 저유소에 불을 낸 스리랑카인에 관한 처분을 또 조마조마 지켜보았다. 이제 좀 시들해진 일이지만 나는 많이 화가 났고 조금 기뻤지만 사...
입력:2018-10-22 04:05:02
[한반도포커스-강준영] 비핵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북핵 협상의 돌파구 마련이 기대됐던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도 성사됐지만 미·북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은 날짜도 못 잡고 있고.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도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협상동력 유지에 부심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통해 비핵화 진전을 위한 국제 협력을 타진했지만 한·미 간 이견만 불거지고 있다. 복잡한 긴장국면이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까지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은 진전이 없다. 미국은 비핵화를 확신할 수 있는 증거 제시를,...
입력:2018-10-22 04:05:02
[빛과 소금-송세영] 가짜뉴스와 미네르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10일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30세의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가 구속됐다. 그는 2007년 10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약 80개의 글을 다음 아고라에 남겼는데 누적 조회 수가 730만회 이상이었다. 전문대를 졸업한 무직자였지만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고한 글이 적중해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됐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그의 글을 인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기조에 반대해 경제위기론을 설파하면서 권력의 눈 밖에 났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박씨가 ...
입력:2018-10-20 04:05:02
[한마당-김용백] 1박2일
‘하루가 열흘 맞잡이’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 등등의 속담은 하루가 때로는 길게 느껴질 수 있음을 뜻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 동안 많은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지금은 교통·통신이 발달한 글로벌시대인 만큼 하루 24시간은 활용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됐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2년째 두 자릿수로 인상하고, 주52시간 근로제를 제도화했다. 아직 안정적인 효과를 내기엔 이르다. 하지만 소득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증진시킨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직장인들...
입력:2018-10-20 04:05:01
[역사 여행-주영기] 웹스터 사전과 고추장
최근 국내 언론의 외신 보도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우리 고추장을 새 단어로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영어사전에 한국산 토종 양념의 이름이 실렸다니 지구촌으로 뻗어가는 한국 문화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기사 본문에 고추장만큼 눈길을 끄는 단어가 있다. 사전 편찬자 웹스터의 이름이다. 뉴욕시에서 ‘아메리칸 미네르바’라는 신문을 발행하기도 했던 그가 1843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편찬 작업에 매달렸던 바로 그 사전에 역시 19세기 조선의 대표적 양념의 이름이 실린...
입력:2018-10-20 04:05:02
[논설실에서] 다시 돌아온 ‘실종의 시대’
구레나룻 탐스럽게 기르고 선하게 웃는 이 남자, 그동안 이미지 좋았다. 이슬람 중에서도 강경 보수로 악명 높은 사막의 신정국가에 등장한 33세 젊은 왕자. 수천년 동안 여성을 묶어온 족쇄를 푸는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금지하던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남녀부동석(男女不同席)의 전통을 깨고 남녀가 섞여 앉아 보는 콘서트도 열었다. 근데 잘생긴 이 남자의 이미지에 피 냄새나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이오시프 스탈린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로 부상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다. 지난 2...
입력:2018-10-20 04:05:02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새로운 출발
여자 친구들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말했다. “난 우리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나일 때도 있었고 다른 사람일 때도 있었지만 함께 있던 모두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을 짓곤 했다. 누군가 훌쩍이기 시작해서 결국 울음바다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 엄마들의 삶을 그토록 눈물겹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던 때부터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을 때까지, 비슷한 상황은 되풀이됐다. 그 시절 함께 훌쩍이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다. 그들이 그토록 닮지 않겠...
입력:2018-10-19 04:10:02
[세상만사-조민영] 리벤지포르노와 협박
남녀가 사랑을 했다. 서로를 촬영했다. 남이 봐서는 안 되고, 또 보리라 생각하지 않은 둘만의 내밀한 영상과 사진도 포함됐다. 더 내밀할수록 더 의미 있는 거라 여겼을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 어느 한쪽은 원치 않는 헤어짐이었을 수 있다. 헤어짐의 과정에 피차 회복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와 손해를 입었을지도. 당사자밖에 모르는 남녀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 도식화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서로 몰랐던 이들이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면서 겪을 수 있는 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 이별 후나 혹은 그 과정에 상대방을 ...
입력:2018-10-19 04:10:02
[한마당-김용백] 동물학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100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동물 사육가구도 지난해 전체 가구 중 28.1%가 됐다. 고령사회 1인 가구의 증가 속도와 궤를 같이하는 양상이다. 반려동물 관련 국내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올해 2조6510억원으로 39.6% 확대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분야도 식품, 미용, 훈련, 장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전문 제품과 서비스도 앞다퉈 출시된다. 애완동물(pet)은 개념이 진일보해 반려동물로 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합성어 펫펨(pet+family)족, 펫미(pet+me)족 등이 나온 지도 꽤 됐다. 동...
입력:2018-10-19 04:05:01
[여의춘추-라동철] 양날의 칼, 차등의결권
의결권 크기를 달리한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 제도는 줄곧 자유한국당에서 추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으나 최근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운열 의원이 관련 법안을 지난 8월 발의했고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최근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엄호사격에 나섰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업계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주주...
입력:2018-10-19 04:05:01
[한마당-배병우] 북한, 개방 없는 개혁
북한의 비핵화 약속의 진정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 의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로 이견이 없다. 실제 그는 2012년 집권 이후 꾸준히 시장친화적 노선을 시행해 왔다. 지난 4월 20일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발전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개방 방식을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저명한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시장체제를 도입하는 등 개혁은 하되 대...
입력:2018-10-18 04:05:01
[데스크시각-손병호] 오죽하면 가짜뉴스
할 일이 태산인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때문에 부산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엄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법무부는 가짜뉴스가 나오는 초기 단계부터 엄정 수사하겠다고 호응했다. 여당은 가짜뉴스대책특위까지 발족시켰다. 가짜뉴스는 말 그대로 가짜뉴스다. 그래서 나오지 말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걸 없애겠다는 여권의 일사불란한 모습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새 쫓는 데 미사일을 동원하는 느낌이다. 여권은 가짜뉴스를 민주주의를 망치는 독극물로 규정했다. 그런데 가짜뉴스를 접한다고 민주주의가 무너질까. &lsquo...
입력:2018-10-18 04:05:01
[한마당-태원준] 사립 vs. 공립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1970년대 서울의 공립 국민학교는 대개 오전반·오후반이 있었다. 학생은 많은데 교실이 부족해 절반은 오전에 수업하고 절반은 점심 먹고 등교했다. 한 반에 70명이 넘어 선생님이 학생 이름을 외우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그런 학급이 학년마다 15개는 됐다. 어려서 살던 동네의 사립 국민학교는 공립학교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한 학년에 다섯 학급뿐이었고 한 학급에 50명이 넘지 않았다. 당시 아이들 눈에 부자의 기준은 이층집에 사는 거였는데 그 동네 이층집 아이들은 대부분 이 사립학교에 다녔다. 여유 있는 집은 교...
입력:2018-10-17 04:05:02
[청사초롱-이창현] 평양스타일에 대한 기대
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평양냉면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냉면집에 줄을 서며 어떤 것이 진짜 평양냉면에 가까운지 나름대로 품평한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는 냉면집 지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평양에 가 직접 평양냉면을 먹어본 사람들의 한마디 감상평이 마치 옛날 비행기를 타고 처음 해외여행한 사람들의 체험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슴슴한 것이 맨 처음에는 맛이 없어 보이지만 먹을수록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평양냉면을 먹어보는 것을 넘어 평양을 방문하고픈 열망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평양냉면은 단순한 음식을 넘...
입력:2018-10-17 04:05: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치매 예방주사
얼마 전 한 어르신이 작년에 다른 병원에서 치매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비쌌지만 올해도 맞고 싶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치매는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운이 좋으면 더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약이 있긴 한데, 먹거나 패치를 붙일 수 있을 뿐 주사제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어르신은 분명히 있는데 왜 모르냐고 하시다 결국 다시 작년 그곳을 찾아가야겠다고 하셨다. 화요일마다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만나보면,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은 암이나 심장병이 아니라 치매다. 특히 80대 이상은 죽음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품위가 손상되거나 인간의 약한 면이 드러...
입력:2018-10-17 04:05:02
[경제시평-민세진] 위기 후 10년
10년 전 이 무렵 세계는 거의 공황 상태였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파산을 신청하고, 또 다른 대형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됐다. 제일 큰 보험사인 AIG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충격이 정신없이 이어졌다. 미국 금융 위기는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이어질 것이었고, 세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 규정하게 된 ‘대침체’로 접어들고 있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09년에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될 정도...
입력:2018-10-17 04:00:01
[길 위에서] 타인의 신앙에 대해 말하기
최근 축구해설가 이영표씨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가 쓴 책 ‘말하지 않아야 할 때’의 한 단락을 온라인매체가 기사화하면서다. 비기독교인, 특히 여성들은 아내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를 ‘한남’이라고 비난했다. 많은 것이 생략된 글인데다 앞뒤 문맥 없이 다뤄지면서 이런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기독교인들의 반응이었다. 여성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신학자들 중에도 그를 향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무지몽매한 신앙인이라 쏘아붙이는 이들이 적잖았다. 그 책보다 한 달 먼저 나온 ‘생각이 내...
입력:2018-10-17 00:05:01
[여의도포럼-이진우] 반동만 있고 보수는 없다
보수가 다시 서려면 북한을 평화 파트너로 수용하면서 국가 안전과 이익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당이 ‘평화는 곧 경제’라고 외치면 야당은 ‘경제가 바로 평화’라고 말할 수 있는 정책적 주도권 가져야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테러의 공포와 이데올로기의 세뇌로 개인들을 철저하게 통제한 히틀러의 전체주의 정권을 경험한 한나 아렌트의 간단명료한 정의다. 아렌트에 의하면 전체주의가 그 어떤 시작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폭압적 정치체제라면 민주주의는 모든 개인이 자신의 ...
입력:2018-10-16 04:05:01
[한마당-김명호] 한 놈만 팬다
1999년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무데뽀’로 나온 유오성은 패싸움을 할 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옆의 놈들이 아무리 나를 때려도 난 한 놈만 죽을 때까지 팬다. 그러면 나중엔 살려 달라고 한다.” 점잖게 표현하자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고 공포감을 활용한 것이다. 동네 양아치긴 하지만 그는 싸움 전략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이 분명하다. 혹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양아치일 수도 있겠다. 국제정치학 용어인 ‘미치광이 전략’은 한 놈만 팬다는 전략과 맥락이 비슷하다. 미친 척하...
입력:2018-10-16 04:10:01
[기고-신인균] 하체가 빈약한 한국군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북벌을 한다. 촉은 지형이 험악해 대규모 군대가 진격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제갈량의 군대는 장안의 서쪽 전략요충지인 진창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목책으로 두른 진을 치고, 충차나 정란 등 공성무기들을 동원해 공격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장면들인데, 모두 공병과 관계된 일화다. 공병은 보병과 함께 가장 오래된 병과다. 진격로를 개척하는 것은 물론 공성무기도 만들어 공격하고, 병영을 건설하기도 한다. 트로이의 목마와 수공으로 거란군을 격파한 강감찬의 귀주대첩도 공병의 작품이다. 이처럼 오래된 병과...
입력:2018-10-16 04:05:01
[돋을새김-고세욱] 내 마음속 영웅들의 추락
# 태어나서 처음 야구장에 간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0년 가을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대회에서였다. 집에 세 들어 살던 부부의 손을 잡고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갔다. 광주일고와 천안북일고,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와 세광고 간 4강전이 열렸다. 당시 좋아하던 이상군이 있는 천안북일고를 응원했는데 광주일고 투수의 공이 이상군보다 훨씬 빨랐다. “저 투수가 누구예요?” 같이 간 아저씨가 “저 투수를 몰라? 선동열이야”라고 했다. 꼬마의 눈에 선동열의 광속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년 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국과 일...
입력:2018-10-16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