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돋을새김] 마스크 대란 속 정부 민낯
9일 오전 9시20분 회사 지하 약국에 갔다. 출생연도 덕에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구매하게 됐지만 이미 줄은 30m가량 이어졌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투덜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기자는 44번으로 불렸다. 약사는 마스크 내주랴, 고객 주민등록번호 컴퓨터에 입력하랴 눈코 뜰 새 없었다. 오전 10시쯤 겨우 마스크 2장을 샀다. 득템했다고 기뻐해야 하나. 마스크 대란에서 보여준 청와대와 경제 당국의 실기·말 바꾸기·오락가락 행보를 보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1월 20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
입력:2020-03-10 04:05:02
[한마당] 코호트 격리
코호트(Cohort)는 고대 로마 군대의 기본 편제인 라틴어 코호스(Cohors)에서 파생된 말이다. 통상 360~800명 규모로 구성된 군대 조직을 의미했다. 이후 코호트는 보건의학 분야에서 특정 질병 발생에 관여할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인구 집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여기에 격리(Isolation)라는 단어가 합쳐지면서 ‘코호트 격리’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 발병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전원 격리하는 매우 높은 단계의 방역 조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될 당시 대전 을지대병원 등 전국 9개 병원이 ...
입력:2020-03-10 04:10:01
[살며 사랑하며] 임산부 배려석
지난달 말 이른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의사가 모니터 한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아기집이에요.”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했을 때도 임신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었지만 아기집을 보고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아직 태동도 느껴지지 않았고 몸이 무겁지도 않았다. 한두 번 아랫배에서 콕콕, 하는 통증이 느껴지긴 했다. 병원에서 발급해준 임신확인서를 들고 보건소에 방문해 임산부 배지(badge)를 받아 들고서도 실감이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지하철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남자가 앉아 있기도 했지만 ...
입력:2020-03-09 04:10:01
[한마당] 대한민국 여권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국가가 발행하는 신분증. 자국의 영토를 떠나 세계인으로서 존재하게 하고, 해외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 여권이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여권은 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 여권만 있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자유롭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컨설팅 그룹 헨리앤드파트너스는 분기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여행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헨리 여권지수’ 순위를 발표한다. 사전 비자 없이 방문 가능한 외국 국가 수, 국가 신뢰도 등을 고려한다. 올해 초 발표된 여권지수에서 한국은 전 세계 199개국 중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
입력:2020-03-09 04:05:02
[한반도포커스] 코로나 외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염병의 세계적 만연상태인 팬데믹(pandemic)은 아니라는 국제보건기구(WHO)의 설명이 무색하게 이미 93개국에서 약 1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세계 각국의 ‘한국 공포증(Korea phobia)’이 확산일로라는 점이다. 외교란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다양한 교섭을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무활동을 가리킨다. 외교무대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자국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상대방에 대...
입력:2020-03-09 04:05:01
[한마당] 무관중 경기
대중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승부 불가측성에 있다. 공은 둥글어 강팀이 늘 이기고, 약팀이라고 매번 지지 않는다. 독일 4부 리그 소속 자르브뤼켄이 4일 열린 독일 FA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분데스리가(1부 리그) 소속 뒤셀도르프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중은 기꺼이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경기장을 찾는다. 관중의 응원과 환호가 있기에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뛴다. 관중 없는 스포츠는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 프로스포츠나 국가대표 경기의 경우 입장 및 중계료 수입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거액의 중계권료...
입력:2020-03-07 04:10:02
[살며 사랑하며] 마음과 머리의 빨래 널기
연하늘 청파랑 오묘한 자연의 색으로 하늘이 따듯이 빛나고, 잿빛에 불과하던 개나리 꽃망울들이 눈이 부시게 점점이 피어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마음속 어딘가는 서늘한 땅 속 한기가 그대로인 듯 겨울이 끝나간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나이든 부모님을, 또는 어린 아이들을, 누군가는 생계의 위협을, 또 다른 누군가는 한 끼 식사의 지원에 걱정이 끊이질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스트레스로 더 포악해진 학대 가족의 눈을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어떤 아이들은, 살아서 학교에 갈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영화 &ls...
입력:2020-03-06 04:10:01
[한마당] 옥중서신
초기 기독교 지도자인 사도 바울은 기원후 58년 죽음을 각오하고 예루살렘 공회로 가서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다. 이후 로마로 압송돼 수감 생활을 할 때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등 4편의 편지를 썼다. 이를 바울의 4대 옥중서신이라 한다. 교회론, 기쁨과 감사, 기독론,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담겼다. 이게 옥중서신의 유래다. 세계적 사상가들은 정치적 이유로 투옥됐을 때 많은 서신을 남겼다. 훗날 책으로도 엮였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
입력:2020-03-06 04:05:01
[칼럼] 그 많던 예배자는 어디로 갔을까
사라졌다. 예배의 자리를 채우던 예배자들이 사라졌다. 여전히 예배당은 있지만, 그 많던 예배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지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상상 못 한 일들을 곳곳에서 보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 이때 예배자의 자리는 어디인가. 세상 나라가 머물러 있으라고 하는 곳인가, 스스로 물러가 숨죽이고 숨어 있는 곳인가. 그 쓰라린 결정을 이해 못 할 자 아무도 없다. 하지만 텅 빈 예배당에서 예배자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척할 수는 더더욱 없다. 하나님은 그 어떤 상항 속에서도 주저 없이 우리를 찾아...
입력:2020-03-06 00:10:01
[한마당] 소비쿠폰 추경
11조7000억원에 이르는 정부의 코로나19 추경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비 진작을 위한 쿠폰(교환권) 지급이다. 저소득층과 아동수당 대상자, 노인 일자리 사업 대상자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쿠폰으로 나눠줄 예정이다. 규모가 무려 2조300억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쿠폰을 이번 추경의 ‘킬러 아이템’이라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이다. 전통시장, 주유소, 식당, 서점 등 주로 골목상권이 가맹점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생계를 안정시키...
입력:2020-03-05 04:05:01
[특별기고] 코로나19 낮은 치사율은 경이로운 일… 두려워 말라
지난 1일 경북 상주적십자병원에 대구에 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19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그림. 연합뉴스 나는 지금 터키 앞바다에서 배로 한 시간 떨어진 그리스의 레스보스섬에 와 있다. 내전을 피해 유럽에 가려고 바다를 향해 뛰어들다 파도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는가. ‘터키와 시리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바로 그 섬이다.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대거 몰려있는 섬에서 난민을 위한 구호 활동 중에 이 글을 쓴다. 엊그제부터 터키가 국경을 열자 시...
입력:2020-03-05 00:10:02
[한마당] 달빛동맹
2009년 7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과 박광태 광주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광주 지역 의료산업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두 광역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둘 중 어느 한 곳이 선정되면 의료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박 시장은 이 협약에 ‘달빛동맹’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구의 고유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달빛동맹은 고구려의 남진에 맞서기 위해 신라와 백제가 443...
입력:2020-03-04 04:10:01
[살며 사랑하며] 잠시 멈춤
어제 친정엄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통화하는 소리를 듣더니 아이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겠다면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아이는 인사를 드리면서 주일마다 미사를 가시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본다. 엄마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지 않고 생중계하는 미사를 방송으로 틀어놓고 집에서 참여한다고 하셨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일상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아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은 이번 주부터 온라인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영상 회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에 접속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영상 수업을 하게 ...
입력:2020-03-04 04:05:01
[청사초롱] 사소한 일에 목숨 거는 사람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중략)//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중략)/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일부) 좋은 글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는 이유가 있다. 김수영의 시와 산문은 ...
입력:2020-03-04 04:05:01
[신종수 칼럼] 재난 가운데 보이는 희망
코로나 극복 위한 의료진의 눈물겨운 헌신이 파장 일으켜 시민들도 공동체 생각하며 연대와 나눔 시도 서로 손잡고 아픔 나누는 한 바이러스 반드시 이겨낼 것 대구시의사회 회장이 쓴 호소문을 다시 읽어본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직후인 지난달 25일 5700여명의 동료 의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낸 글이다. 그는 싸움터로 향하는 의병처럼 “질병과의 힘든 싸움에서 최전선의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며 “응급실이건 격리병원이건 각자 불퇴전의 용기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호소했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
입력:2020-03-04 04:05:01
[너섬情談] 나는 ‘괴물 쥐’를 먹은 적이 있다
괴물 쥐라고 불리는 동물이 있다. 쥐목에 든다. 대문니가 길게 툭 튀어나와 있고 꼬리는 집쥐와 흡사하다. 뉴트리아다. 고기가 맛있고 가죽을 이용할 수 있어 세계 곳곳에서 가축으로 키운다. 1980년대에 식용 가축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10년도 안 되어 사달이 났다. 뉴트리아 사육 농가들이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했다. 사료비 부담 때문에 농가들이 뉴트리아를 방치했고, 뉴트리아는 생존을 위해 사육장에서 탈출했다. 뉴트리아는 습지와 저수지에 숨었다. 한국의 자연 환경에 적응해 새끼를 낳았고, 날로 번창해 여기저기서 불쑥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처음 보면, ...
입력:2020-03-04 04:05:01
[한마당] 코로나發 퍼펙트 스톰
위력이 크지 않은 폭풍이 다른 자연현상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현상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한다. 1991년 10월 미국 북동부 대서양에 형성된 온대성 저기압이 남쪽에서 올라온 2등급 허리케인을 만나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몸집을 불린 뒤 동부 해안을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데서 유래됐다. 최대 풍속이 시속 120㎞에 파도 높이가 12m나 되는 이 거대한 허리케인에 참치잡이 배 앤드리아 게일 호의 선원 6명을 포함해 1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
입력:2020-03-03 04:05:01
[돋을새김] 과한 게 덜한 것보다 낫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어디서나 통하는 역사의 교훈이다. 뭐든 과하면 못 미치는 것과 마찬가지란 뜻이다. 한 개인의 언행도, 집단의 행동도, 국가의 통치행위도 지나치면 화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요즘, 이를 거꾸로 말하는 이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달 말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전염병에는 ‘지연’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훨씬 더 좋은 방책”이란 말을 해왔다. 누가 봐도 좀 과하다 싶은 ...
입력:2020-03-03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