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빛과 소금-윤중식] 나의 어머니, 나의 교회여
어머니,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았겠는가만, 그의 어머니도 그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다. 36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그 3년 뒤 큰아들마저 잃고, 남아 있는 3남매를 또다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 바쳤다. ‘나의 어머니, 나의 교회여’(신앙과지성사)를 쓴 이현주 목사의 얘기다. 이 목사의 어머니는 밤이 되면 집에서 잠을 자는 법이 거의 없었다. 예배당 찬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요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 ...
입력:2018-08-18 04:05:01
[역사 여행] ‘뉴스’의 시작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뉴스를 보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이다. 매 순간 마시는 공기처럼 뉴스는 흘러 다니고 조그만 액정을 터치만 하면 눈에 쏟아져 들어온다. 공기는 지구가 탄생하면서부터 있었을 텐데 도대체 이 ‘뉴스’란 것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한 진화론적 시각이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원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생존 경쟁에 적합한 성질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이 도태됐는데, 진화 과정에서 뉴스에 대한 갈구는 본능처럼 인류에 내재화됐다는 주장이다. 파멜라 슈메이커라는 학자가 제시한 이 시각에 따르면 ...
입력:2018-08-18 04:05:01
[한마당-배병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지난 6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사흘간 머물렀을 때 ‘보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600여년간 중·동부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제국의 역사와 전통이 내뿜는 장엄함과 우아함의 자장(磁場)이 느껴졌다. 미술과 음악은 빈의 품격을 한층 더 높인다. ‘키스’로 유명한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거장들의 작품이 시내 곳곳의 미술관을 채우고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답게 매년 1만5000편의 뮤지컬과 발레 공연, 콘서트가 열린다. 단순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현대식 건물과 도시 인...
입력:2018-08-18 04:05:01
[세상만사-장지영]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917년 최남선이 만든 잡지 ‘청춘’의 문예 현상공모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로 입선한 20세의 김명순(1896∼1951). 최초 근대 여성작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김명순은 등단 이후 20여년간 소설 25편, 수필 20편, 시 111편, 희곡 2편, 번역소설 1편, 번역시 15편 등을 발표했다. 진명여고를 차석 졸업한 그는 불어 영어 독어에 능숙했고, 일본 유학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하지만 당시 문단은 그의 작품을 폄하한 것은 물론이고 그를 ‘문란한 여자’라며 철저히 배제했다. 그는 일본 유학 시...
입력:2018-08-17 04:10:01
[한마당-김명호] 무능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발생시킨 당시에 갖고 있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의 말 같지 않은가. 맞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문제란 뭔가. 굳이 정의하자면 우리가 어떤 종류의 장애에 부딪혔을 때의 상황이다. 나와 우리, 내가 속한 조직의 주변에서는 늘 장애가 생긴다. “그 사람 그거 안 고쳐져.” 살면서 흔히 해봤거나, 들어봤던 말이다. 노인들 대부분은 인식의 틀을 바꾸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새로운 흐름이나 인식에 적응할 시간도 없고,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게다...
입력:2018-08-17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대체 가능한 젊음
최근 한 대형병원에서 입원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야간에는 신발 대신 수면양말을 신고 근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팀장급 관리자가 직접 수면양말을 나눠주기까지 했다는데,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환자들의 민원이 있어 내려진 조치라고 했다. 이런 사실을 세상에 전한 이는 바닥에 혈액이나 소변이 흘러 있기도 하고 앰풀 조각과 주삿바늘 같은 것들이 떨어져 있기 쉬운 병동에서 양말만 신고 근무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수면양말을 나눠준 관리자가 몰랐을 리 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환자들의 잠을 깨운 발소리의 주인이 간호사...
입력:2018-08-17 04:05:01
[한마당-이흥우] 서구적 시각
상호나 기관 단체명에 자주 사용되는 명칭이 ‘대한’, ‘한국’ 아닐까 싶다. ‘극동’ 또한 이에 못지않다. 대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대명사로 오랫동안 인식되어온 영향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사용 빈도가 떨어졌지만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 극동 문제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지도에는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유럽과 아프리카, 오른쪽에 아메리카 대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를 중심이 아닌 동쪽의 끝을 의미하는 극동이라 하...
입력:2018-08-16 04:10:01
[시사풍향계-황재호] 新한반도 운전자론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의 9월 평양 개최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고, 전략적 이유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남북 간 신뢰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방증이다. 2차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위기를 넘겼듯 3차 정상회담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 이견으로 교착상태인 북·미 관계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신중하고도 인내하는 신(新) 한반도 운전이 필요...
입력:2018-08-16 04:05:01
[태원준 칼럼] 자동차 심리학
과시욕이 만든 수입차 선호 연비조작 폭스바겐은 이를 딛고 부활했는데 불타는 BMW도 그럴까 해외 자동차 시장서 나타난 ‘녹색 소비’ 과시 현상 한국 소비자의 욕구도 머잖아 이렇게 발현되기를 애플의 스마트폰 가운데 전문가 평가와 소비자 반응이 가장 엇갈렸던 것은 2013년 아이폰5S였다. 외형은 전작인 아이폰5와 같았고 운영체제를 바꿨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혁신이 사라졌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런데 출시 사흘 만에 900만대나 팔려 아이폰5의 500만대 기록을 우습게 갈아치웠다. 당황한 전문가들이 허겁지겁 분석해 찾아낸 비결은 색깔...
입력:2018-08-15 04:05:02
[청사초롱-손수호] 국화와 향
제목을 보고 일본 이야기를 하는가 싶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책에서 이름과 운율만 빌렸다. 향은 동서고금의 중요한 의례에는 꼭 등장한다. 죽음의 의식에는 필수적이다. 국화는 일본에서의 의미와 달리 수수한 모습으로 추모의 공간을 엄숙하게 꾸미는 데 제격이다. 제단화나 화환 모두 국화다. 오늘은 이 국화와 향이라는 물건을 통해 우리의 장례문화에 대해 가볍게 논의해 보고 싶다. 향은 초혼의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나쁜 냄새를 없애는 실용적 성격이 강하다. 병풍 뒤에서 배어나는 이 고약한 냄새를 완화하기 위해 향을 쓰고, 향기가 강한 국화로 관을 꾸민다. ...
입력:2018-08-15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선택의 기회
광복절이 되면 내가 겪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일제 시대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해보게 된다. 나는 진주 하씨인데 같은 성씨가 전국에 22만명가량인 데다가 나는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지만 경남 진주 인근에서 활동하며 독립투사들을 끔찍하게 고문했던 진주 하씨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후, 그저 성씨가 같다는 이유로 마치 내 잘못인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진주 하씨 문중에서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기록을 없애기 위해 애썼다는 소문을 듣고도 몹시 부끄러웠다. 물론 어떤 사람이 나에게 지금 2018...
입력:2018-08-15 04:05:01
[돋을새김-권혜숙] ‘나 혼자 산다’보다 ‘같이 삽시다’
끝났는데 끝이 아니다. KBS1에서 방송되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지난달 종방했지만 스페셜 방송이라는 타이틀로 그동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최고 10%의 시청률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박원숙 김영란 박준금 등 혼자 사는 황혼의 여배우들이 경남 남해 박원숙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함께 살면서 가족 같은 신뢰가 생겨서인지 출연자들은 웬만해선 꺼내기 어려운 상처를 툭툭 털어놓는다. 박원숙은 외아들을 잃은 뒤 매일 유서를 쓴다고 했고, 이들...
입력:2018-08-14 04:05:01
[여의도포럼-김종민] 역사에서도 교훈 얻지 못하면
나라 잃은 조선의 역사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득권에 매달린 지배층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줬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건국절 등 소모적 논쟁 접고 미래지향적 유연성 갖춰야 올해 73주년을 맞는 광복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구한말 못지않게 심상치 않다. 경제는 활력을 잃은 채 추락하고 있다. 국론 분열과 계층 갈등은 심화돼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을 거듭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대립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
입력:2018-08-14 04: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비자림로는 느리게 가는 길입니다
얼마 전 제주 비자림로의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국민청원과 항의로 공사는 일시 중단되었다.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위한 정책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신공항 건설을 위한 개발의 시작이라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새로운 대안을 위해 공사는 중단됐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발과 보호가 맞설 때는 대부분 개발로 밀어붙였던 과거의 행정이 되풀이될 것 같아 우려된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기도 한 비자림로는 제주에 가면 한두 번씩 지나가게 되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
입력:2018-08-13 04:10:02
[조용래 칼럼] 통일, 준비는 하되 입 밖엔 내지 말고
서독 동방정책, 미·영·프와 긴밀한 협조 유지하고 소련과의 관계도 중시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안착 북·미 간 오해가 쌓이면서 갈등 커져… 특히 한국이 북·미 양국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광복절을 앞둔 12일 주일, 교계는 8·15의 의미를 새기며 감사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거듭 염원했다. 일부에선 세계 교회와 남북 교회가 함께 만든 공동기도문을 읽으며 희망을 다졌다. 올 들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 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기대...
입력:2018-08-13 04:10:02
[뉴스룸에서-박재찬] 오만증후군
‘만(慢)’자의 쓰임새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거만한, 게으른, 늦은 따위의 뜻을 갖고 있는데 모난 성품을 말할 때도 종종 쓰인다. 자만 교만 거만 오만 같은 게 대표적이다. 속칭 ‘자랑질’로 볼 수 있는 자만은 자기 과시욕에서 드러난다. 교만은 여기에다 ‘건방진’ 뜻이 더 붙는다. 자만이 극에 달하면서 남을 깔보는 행태가 더해지는 것이다. 교만한 행동거지가 상대방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심각한 게 거만이다. 오만은 자만과 교만, 거만함을 넘어선 수준이다. 오만불손한 사람은 제어하기 힘들다. 성경에는 이들 단어가 189차례...
입력:2018-08-13 04:05: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중국으로 기우는 동북아 안보지형
“중국을 깨우지 마라.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1817년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 가 있던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나폴레옹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기존의 세계질서를 뒤흔드는 중국. 이를 수호하려는 미국. 미·중 관계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최대 변수이고, 특히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는 미·중 관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냉전 이후 동북아에는 미국의 상대적 힘의 우위를 토대로 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에 대해 암묵적 합의가 유지되고 있었다. 미·중은 전략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
입력:2018-08-13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