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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죽음의 카니발
강원도 화천군이 2003년부터 매년 겨울 개최하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는 국내 대표적인 겨울축제다. 얼음썰매 타기, 얼음축구, 인간컬링, 눈사람 만들기대회, 문화행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얼음낚시다. 얼어붙은 화천천에 구멍을 뚫고 낚싯줄을 늘어뜨려 산천어를 잡아 올린다. 무릎 높이 정도로 물이 찬 수조에 들어가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를 뜨거나 구워 먹는다. 1월에 3주 일정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10년 넘게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다.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해에는 무려 1...
입력:2020-02-04 04:05:02
[돋을새김] 양승조와 이시종
지금 충청도는 전국의 시선이 모인 곳이다.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피해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들이 수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50㎞ 정도 떨어진 두 곳의 정부 소유 연수원 시설에는 우한 교민 700명이 수용돼 있다. 정확하게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527명,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73명이다. 충청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교민 수용시설을 충남 천안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였다. 천안은 난리가 났다. 시민들은 물론 시의회와 각 시민단체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 목...
입력:2020-02-04 04:05:01
[살며 사랑하며] 만화경
주말마다 공원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본 것은 반년이 넘었다. 다른 아이들은 그네를 타거나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있는데 그 아이는 늘 혼자 놀았다. 아이 엄마가 창문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아이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눕거나 앉은 채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동네 주민이 그 아이에 대해 귀띔해주었는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이후로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아이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는 늘 허름한 옷차림이었고 낮시간에 공원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입력:2020-02-03 04:10:01
[한마당] 영국의 고립
영국이 지난 31일 밤(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했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이고, 1993년 EU 출범 이래 첫 탈퇴국이다.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의 거주 취업 교육이 자유로운 EU시민으로 살고 싶어하는 영국인들은 그 지위를 잃어버리게 됐다. 영국에 정착한 다른 EU회원국 국민 360만여명도 취업허가나 영주권을 따로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은 마찬가지다. 유럽 통합이란 개념을 묵직하게 처음으로 제시한 이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힘을 일찍이 인식한 처칠은 미국을 오가면서 국경...
입력:2020-02-03 04:10:01
[한반도포커스] 코로나 사태로 한·중관계 읽기
신종 코로나 사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중 관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중국에 대해 5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성의를 보였음에도 중국 정부는 한국 전세기 일정을 느닷없이 지연시키는 등 푸대접을 했다. 중국은 한국에는 오만한 패권국의 행태를 나타냈음에도 미국과 일본에는 전세기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정부는 한·중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사드(THAAD) 국면에 비해 호전됐다고 했지만, 이번 일로 대중 관계가 ...
입력:2020-02-03 04:05:01
[최현주의 알뜻 말뜻] 눈은 ‘스노’보다 눈답다
1930년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 이태준은 그의 수필집 ‘무서록’에서 시인 정지용의 말을 빌려 이런 글을 남겼다. ‘바다’라는 말이 일본어 ‘우미(ぅみ)’나 영어의 ‘씨(sea)’보다 더 크고 바다다운 것은 바다에 ‘아’라는 경탄음이 두 번이나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바다는 ‘아아’라는 경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지금도 바다를 볼 때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바다 앞에서 매번 ‘아아, 바다다!’라고 감탄하듯 산...
입력:2020-02-01 04:05:02
[한마당] 시노포비아
세계에서 음식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중국인조차 평생 다 먹어 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중국 음식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오죽하면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것 중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선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싶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재래시장에 살아있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진열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완용도 있지만 대개가 식용이다. 누구나 그렇듯 중국인도 신선한 고기를 선호한다. 중국인은 살아있는 것을 신선하다고 여겨 가공육이나 포장육에 대한 ...
입력:2020-02-01 04:05:02
[혜윰노트] 현대공예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이 열렸다. 기존의 전시가 대부분 전시품 위주였던 것에 비교해 해석을 앞에 두는 독특한 구성방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 꽤나 인상 깊게 보았는데, 전시와 별도로 목수인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전시장 한편에 붙어 있는 해설 문구였다. “장인정신은 오늘날 과학과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장인의 손에 익은 ‘어떻게 할지를’ 아는 능력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 문구는 공예 관련인들의 SNS에 포스팅되기도 했고, 공예가들 사이의 대화에서 언급되기...
입력:2020-01-31 04:05:01
[살며 사랑하며] 등굣길 풍경
아이 학교의 교통지도 봉사는 동네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직업상 봉사를 하려면 진료 없는 날로 스케줄을 맞추고 휴가도 내야 해서 처음에는 이 제도가 참 껄끄러웠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종일 건물 안에서만 머물며 어둑한 시간대에 출퇴근하다가 날 밝은 오전의 동네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에도 나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안 한다지만 그래도 쨍쨍한 햇빛 아래이거나 살이 에는 추위 속에서는 아무래도 몸이 힘든데, 예년보다 추위가 덜한 요즘에는 40여분 한 자리를 지키는 것도 할 만하다. 길 위 아이들 모습은 정말 각...
입력:2020-01-31 04:10:02
[한마당] 마스크 대란
‘업체가 상품 품절로 고객님의 주문을 취소하여 안내드립니다. 환불은 지금 처리 중이며, 환불 완료 시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28일 오전에 받은 휴대폰 문자다. 전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KF80 마스크를 구입하고 결제까지 했음에도 구매가 취소됐다는 사실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너도나도 마스크를 찾고 있으니 품절될 만도 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다음 날 해당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보니 같은 제품이 버젓이 진열돼 있었다. 가격만 바뀐 채로. 개당 700원이...
입력:2020-01-31 04:05:01
[한마당] 가스라이팅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은 값비싼 보석을 손에 넣으려는 살인범의 집요한 수법을 그렸다. 부유한 오페라 가수가 집에서 피살되자 조카딸 폴라가 그 저택을 물려받는다. 유학을 떠난 폴라는 잘생긴 음악가 그레고리와 결혼해 10년 만에 저택으로 돌아왔는데, 그와 살면서부터 사소한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느끼며 심리적 불안에 빠져들 무렵 밤마다 가스등이 흐릿해지고 다락방에선 소음이 들려온다. 남편은 매번 “가스등은 평소처럼 밝다”며 폴라의 망상으로 몰아갔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폴라...
입력:2020-01-30 04:10:01
[살며 사랑하며] 누구나 틀릴 수 있다
대학원 시절, 조교로 사무실에 근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전화가 종종 걸려왔다. 국문과 사무실이었던지라 맞춤법이나 단어는 기본이고 고사성어나 속담을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야기하다 서로 의견이 엇갈려 언쟁이 벌어지면 맞는 답을 찾기 위해 관련된 곳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냥 궁금해서 전화를 건 사람도 있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서로 언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자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을 하면 답답하기 마련이다. 퇴근 무렵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배나무밭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가 ...
입력:2020-01-29 04:10:01
[한마당] 처갓집 설민심
설에 장인 장모가 전남 여수에서 역귀성을 했다. 바리바리 싸 온 음식으로 맛있고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그런데 첫 식사 자리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정치에 조금도 관심이 없고 음식 만들기나 집안일, 자식들 걱정밖에 모르던 70대 중반의 장모가 대뜸 “자네는 이번 검찰 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왜요? 어머니”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장모는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과 말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검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검찰 인사에 문제가 많지만 검찰 개혁 여론도 많다고 했더니 “그게 뭔데 나중에 ...
입력:2020-01-29 04:05:01
[청사초롱] 자기연민의 시대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 리키는 택배기사다. 다니던 건설회사가 금융 위기로 파산하는 바람에 3D 업종을 전전하다 친구의 권유로 택배기사 일을 하게 된다. 리키는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고 했다. 지금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다 보니 도소매업이 점점 몰락해가면서 택배만 성업 중이다. 그러나 택배 업무마저도 곧 인공지능(AI)에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 110개의 창고, 45개의 분류센터 및 50여개의 배송 스테이션...
입력:2020-01-29 04:05:01
[길 위에서] 젊은 벗들에게
대학 입시를 앞둔 조카 앞에서 올해 설에도 묻지 못했다. ‘학교생활은 어떠니.’ 이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조사한 ‘설날에 듣기 싫은 말’ 가운데 7위다.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풀어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맘에 걸렸다. ‘나 때는 말이다’ 역시 듣기 싫은 말 3위였다. 명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질문 1위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였다. 애먼 TV 리모컨만 무시로 돌려야 했다. 속으로 끙끙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려는 말인데.’ 아차차. 이것도 듣기 싫...
입력:2020-01-29 00:05:01
[한마당] 코로나바이러스
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corona)바이러스는 외형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자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관찰하면 둥글고 납작한 몸체 가장자리에 뾰족뾰족한 못들이 돌출해 있는 왕관 모양이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확인됐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32개국으로 퍼져나가 8300명가량을 감염시켰고 775명을 숨지게 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해 27개국 2468명이 감염돼 이 중 851명이 사망했다. 두 전염병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였다. 치명...
입력:2020-01-28 04:05:01
[돋을새김] 누가 조국을 놓아주지 않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제 조국을 놓아주자”고 말했다. 갈등을 끝내자는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였다. 그런데 조국이 끝나지 않는다. 4개월 전인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조국을 놓아줄 기회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주말 당정청 고위 인사 4명을 청와대로 불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막 끝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이낙연 총리, 노영민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해찬 대표...
입력:2020-01-28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