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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태원준] “새해 복 많이 베푸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말이 관용어처럼 돼버린 탓일 텐데, 농담을 좋아하는 이들은 온라인 낱말사전에 ‘새해복’이란 단어를 슬쩍 끼워 넣으며 ‘복어의 일종’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에선 해피뉴이어, 중국에선 신녠콰이러 등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 서식한다. 12월 말~1월 초 대거 번식하는 습성을 가졌다. 독이 있어 한국에선 복주머니에 담아 유통해왔다…” 하면서 능청맞은 풀이를 곁들였다. 해마다 이맘때 주고받는 인사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복주머니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시작됐다. 정월이 ...
입력:2019-01-05 04:10:01
[논설실에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이미지는? 따뜻함, 포근함, 아늑함, 인자함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라는 동지의식까지. 아무리 못난 자식도 어머니에겐 당신보다 소중한 존재다. 경북 청도의 60대 어머니는 자신을 흉기로 찌른 아들에게 행여 경찰에 붙잡힐까봐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피 묻은 옷 갈아입고 가”라고 아들 걱정을 먼저 했다고 한다. 모성은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하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나약한 존재에서 사회 변혁의 선봉에 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정뱅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무시당하고 살...
입력:2019-01-05 04: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당신 없이 맞는 새해
한 해의 마지막 날, 아빠가 안 계시는 아빠 집에 가족들이 모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웃고 떠들며 마련해 간 음식과 술을 먹고 마셨다.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케이크도 준비했다. 아이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어 끌 수 있도록, 촛불에 불을 붙이고 뒤죽박죽인 축하 노래 부르길 반복했다. 촛불 끄기가 다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숟가락을 들고 아이스크림케이크에 달려들었다. 다른 때와 달리 아무런 제재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왁자지껄 즐거워했고, 그런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도 ...
입력:2019-01-04 04:10:01
[혜윰노트-한승태] 공장서 내 손이 기계에 끼였을 때
어느 날 작업 중에 기계에 손이 끼였다. 당진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손가락 끝이 고정 장치와 부품 사이에 걸렸다. 있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드릴이 달린 로봇 팔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정상적인 사고체계는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이를테면, 파란색 버튼을 누른 다음 녹색 버튼을 누른다, 식으로. 그러면 기계가 멈추고 고정 장치가 풀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은 이런 상태였다. ‘손...
입력:2019-01-04 04:05:01
[한마당-이흥우] 귀하신 몸, 명태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은 없을 게다. 같은 녀석인 데도 상태, 잡힌 시기 및 장소, 습성, 잡는 방법 등에 따라 무려 30여 개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명태(明太)다. 명태는 계절에 따라 춘태 추태 동태로,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라 불린다. 보관 방법에 따라 갓 잡은 건 생태, 얼린 건 동태, 건조한 건 북어, 반쯤 말린 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누렇게 말린 건 황태다. 황태를 만들려다 실패한 먹태, 백태, 깡태, 파태...
입력:2019-01-04 04:05:01
[한마당-라동철] 바오밥나무 돌연사
미국 뉴스 전문채널 CNN이 최근 방송에서 아프리카 남부의 거대한 바오밥나무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실린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2년 동안 수령이 오래 되고 덩치가 매우 큰 바오밥나무 14그루가 고사했거나 줄기 일부가 갈라져 반고사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수령이 2000년 이상인 3그루, 1000~2000년인 6그루가 포함됐다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남부와 대륙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호주 북부에서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식물원 에서나 볼 수 있지만 프랑스 ...
입력:2019-01-03 04: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할많하않’. 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주로 사용하는 ‘급식체’다. 어떠한 사건, 상황 등을 접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할 가치가 없음을 표현하는 이 단어를 풀어 쓰자면 이렇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들이 그랬다. 억울함을 대신 호소해 줘도 나서지 않았다. 이 정도 억울함이라면 분기탱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공감은 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는 바로 그 말 ‘할많하않’이었다. 그들 세상을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이다. 당시 벤처...
입력:2019-01-03 04:05:01
[한마당-전정희] 100세 맞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
우리 시대의 철학자이자 그리스도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됐다. 3·1운동 이듬해 태어나 백수(白壽)가 된 것이다. 고향 평남 대동은 여전히 갈 수 없는 땅이다. 김 교수는 일본 조치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다. 1980년대 초까지 연세대에서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그가 60, 70년대에 쓴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의 철학산책 저서는 우리네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곤 했다. 동료 철학자 안병욱, 수필가 피천득 등과 함께 서정적 문체의 힘을 보여주는 현자였다. 새해 ...
입력:2019-01-02 04:10:01
[청사초롱-박상익] 윌버포스와 정치인의 반어법
의회주의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의 정치 수준이 처음부터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형편없었다.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는 서양 속담처럼 영국 상류층의 타락상은 가위 전설적이었다. 조지 3세의 장남인 웨일스 왕세자(나중에 조지 4세)는 동침한 여자가 7000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희대의 색마(色魔)였다. 도박 중독자였던 그의 천문학적 도박 빚은 유유상종하던 의원 친구들이 국고에서 변제해줬다. 의원들 사이에는 알코올 중독이 만연했다. 영국 정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은 ‘영국의 양심’...
입력:2019-01-02 04:05:01
[신종수 칼럼] 더욱 기도가 필요한 새해
항상 희망찬 새해 기대하지만 지난해에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아 우리 힘만으로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인내심 갖고 견뎌내는 소극적 수용력 필요 흔히들 희망찬 새해라고 말하지만 나라 안팎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많다. 지난해에도 희망찬 새해라고 했지만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았다. 국민일보가 뽑은 지난해 10대 뉴스만 해도 좋은 일이라곤 남북 정상회담과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방탄소년단 빌보드 차트 정상 등 세 가지뿐이다. 나머지 일곱 가지는 미투, 갑질, 사법농단, 실업, 집값 폭등, 폭염과 미세먼지, 이명박 전 대통령 구...
입력:2019-01-02 04: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평범한 사람의 지독한 불운
평범한 사람의 지독한 불운에 대해. 여러 번 곱씹어 생각해봐도 인생에 대한 의문이 커질 뿐이다. 어렸을 적 읽던 동화에서는 착하고 열심히 살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우리가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거짓말이었다. 순한 사슴이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결말의 과학책이 더 진실되다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결국 신이 있는지 없는지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 질문이었다. 이런 답 없는 질문에 대해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은 교수님을 2018년 마지막 날에 진료하다 환자의 칼에 찔려 돌아가신 정신과 의사로 기억하겠지만 나는 그...
입력:2019-01-02 04:05:01
[김명호 칼럼] ‘지난 정권과 다른 게 뭔가’
전현직 공직자의 잇단 폭로는 사실 여부보다 ‘전 정권과 똑같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데 심각함이 있다 선한 의지의 정치 기술만으론 실망·냉소 불러… 정권 최대 약점인 책임성과 명확성을 높여 책임도 지고 결과도 내야 한다 희망을 얘기해야 할 새해 첫날부터 이런 표현을 들이대는 건 참 안타깝다. “노무현 대통령만큼만 해라.” 요즘 이런저런 자리에서 국내 정치 얘기만 나오면 오르내리는 말이란다. 말속엔 늘 뼈가 있다. 이 표현에는 실망과 함께 냉소까지 배어 있다. 나랏일이 좀 잘못되면 모든 게 ‘노무...
입력:2019-01-01 04:05:01
[한마당-염성덕] 국내 10대 뉴스와 새해 소망
요즘 인터넷에는 분야별 10대 뉴스가 넘쳐난다. 교육, 환경, 노동, 부동산, 종교, 외교·안보, 스포츠, 게임, 경마, 부패, 정보·기술(IT), 자동차, 제약, 에너지, 소비자, 소상공인, 지역, 지방자치단체별로 뽑은 10대 뉴스가 즐비하다. 10대들이 선정한 10대만의 10대 뉴스도 있다. 연말이 되면 국내외 10대 뉴스는 언론사의 단골 메뉴였다. 서울에 본사를 둔 종합 일간지들은 저마다 국내외 10대 뉴스를 엄선해 보도했다. 신문 정기 구독자라면 국내외 10대 뉴스를 보면서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올해에는 국내외 10대 뉴스를 다룬 일간지들이 예년보다 ...
입력:2019-01-01 04:05:01
[돋을새김-한승주] 새해에는 ‘러브 유어셀프’
방탄소년단(BTS)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고작 한 달 정도다. 지난해 11월 말 친구 손에 이끌려 한 가요 시상식에 갔을 때다. 마지막 무대로 BTS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친구와 나는 “BTS가 정말 인기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의심쩍은 눈빛을 지었다. 드디어 등장한 BTS의 무대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첫 곡 ‘페이크 러브’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압도적이었다. TV로 보거나 음원으로 들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마주하니 어마어마했다. 무대를 놀이터처럼 휘젓고 다니며 완벽하게 즐기고 있...
입력:2019-01-01 04:05:01
[한마당-라동철] 황금돼지해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연도를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표기한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등 10개로 이뤄진 천간(天干)과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등 12개의 동물(띠)을 가리키는 지지(地支)를 순서대로 조합해 60년마다 한 순번이 돌아간다. 병인양요(1866) 갑신정변(1884) 을미사변(1895) 을사늑약(1905) 경술국치(1910) 기미독립선언(1919) 등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이 육십갑자를 앞세워 호명됐다. 내년은 2019년이면서 육십갑자로는 기해년(己亥年)이다. 지지에 해당되는 게 해(亥)니 돼지의 해다. 돼지는 한자어로 저 돈(豚) 시(豕)로 쓰이지만 해(亥)...
입력:2018-12-31 04:10:01
[뉴스룸에서-김준엽] 2019 최악의 시나리오
새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기업인들은 “내년이 정말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며 긴장 속에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이런 것들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가 현실화한다. 예상보다 빨리 D램과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에 자리 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차세대 친환경차 플랫폼 경쟁이 전기차 진영의 승리로 사실상 끝난다. 전 세계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급격히 많아지고 국내에서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다. 수소차를 차세대 주력...
입력:2018-12-31 04:05:01
[조용래 칼럼] 끝은 다시 시작으로 이어질 테니
전향적 진보 노선은 시나브로 의지만 앞세운 말잔치로 변질되고 독선·배타형으로 비쳐 오만한 무능력자가 될 것인지 협력자와 동역자를 구하는 겸손한 실천가가 될 것인지는 순전히 文 정부의 몫 2018년도 끝자락에 섰다. 적잖은 기대가 있었고 그만큼 안타까움도 많았던 한 해가 저문다. 나는 묘하게도 올해 1월 1일자 칼럼을 썼는데 이어 12월 31일도 칼럼으로 마무리한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볼 겸 올 첫 칼럼 ‘2018년 우리의 시선이 가야 할 곳은’을 들춰봤다. “~2018년 새해 아침, 우리는 각각 어떤 시선을 구축할 것인가. 그 시선이 가야 할 곳,...
입력:2018-12-31 04: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하루가 지나갈 뿐이지만
2018년이 딱 하루 남았다. 오늘과 내일, 하루 동안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나는 이런 쓸모없는 질문에 종종 붙들린다. 가령 2018년 23시 59분 59초와 2019년 00시 00분 사이, 단 1초 사이에 벌어지는 일 같은 데 말이다. 도대체 그 1초에게는 무엇이 있어서 세상의 모든 달력을 바꾸고, 누군가의 생몰연대를 달라지게 하며, 한 사건의 범법과 합법까지 갈라놓는 것일까. 1972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도량형 총회에서 세슘원자시계를 국제표준시계로 채택하면서 세계는 공통된 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전과 공전 주기로 결정되는 천문시와 진자운동...
입력:2018-12-31 04:05:01
[한마당-라동철] 사이코패스
‘자신의 감정과 고통에는 매우 예민하나 타인의 아픔이나 기쁨에는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대단히 충동적이며 즉흥적인 성향을 보인다.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며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포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주요 특징들이다.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를 개발한 캐나다의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박사에 따르면 100명 중 1명꼴로 사이코패스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흡사한 점이 많아 같은 부류가 아니냐는 의심...
입력:2018-12-29 04:05:01
[논설실에서] 이런 리스트, 저런 리스트
리스트는 명단이나 목록을 뜻한다.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그런데 리스트가 블랙, 화이트, 버킷, 크리스마스와 결합하면 뜻이 확 달라진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를 연상시킨다. 블랙리스트는 불이익을 주거나 제거하려는 인물들의 명단이다. 기업이나 제품도 대상일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블랙리스트가 국내 신문 지면을 크게 장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곳곳에서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다.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관여한 혐의로 ...
입력:2018-12-29 0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