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기자의 눈높이 한방] 마른 장작의 화력(?)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한방에서는 정기가 '허하다'는 개념을 병의 원인으로 많이 진단을 하는데 '허하다'는 것은 주로 음.양.기.혈의 어느 하나가 부족한 상태가 될 때를 일컫습니다. 예를 들어 피가 부족하면 혈허 양이 부족하면 양허 이런 식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체의 건강은 우리 몸의 음양기혈이 어느 한쪽 으로 치우침이나 부족함이 없이 균형을 이룰 때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 한방 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들에서는 우리 몸의 정기의 원천이 되는 신(장)의 기 양이 부족할 경우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신은 주로 과해서 발생하는 것 보다는 부족해서 발생하는 병이 많은 곳이라서 병증도 주로 허증이 많습니다. 음은 우리 몸의 체액 피 등을 포괄하는 영양물질의 개념으로 이해를 하면 쉽습니다. 신은 뇌 척수 뼈 등을 주관하는 곳이기 때문에 신음이 부족하면 머리 쪽으로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머리가 혼미하고 건망증이 심해지는 등 두뇌 활동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나거나 시력이 나빠져서 눈이 침침해지는 것도 신음 부족으로 인한 영양 결핍 때문입니다. 또한 신은 뼈의 생성을 주관하는 골수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신음이 부족하면 바로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음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면 상대적으로 양기를 식혀줄 수가 없기 때문에 인체내에서 '허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손바닥 발바닥 에서 열감이 느껴진다든지 오후에 가벼운 열이 난다든지 광대뼈부근이 불그레 해지거나 밤에 잠을 잘 때 땀을 흘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모두 신음 부족으로 인한 '허열'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내부의 허열이 발생하게 되면 성욕이 지나치게 발동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체형이 마른 사람이 성욕이 강하다는 말은 '음허-내열'과 관련지어 연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신음이 부족하고 허열이 발생할 경우엔 간·신·비를 보해주는 숙지황·산약·산수유 등과 간과 신의 화를 식혀주는 택사·목단피 등을 쓰는 육미지황환을 기본 처방으로 합니다. 또한 허열이 심할 경우엔 음을 더해주고 열을 식혀주는 지모.황백을 가미한 지백지황환을 처방합니다. 이같은 신음허 증상은 폐결핵이나 당뇨 합병증 등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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