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불치병은 없다 불치의 습관만 있다”

최근 미국 의료계가 요술을 부렸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12일 발표한 내용이다. 요약하면 현재 3600만명에 달하는 고지혈증약(스타틴) 복용자를 7000만명 정도로 늘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10년 이내에 심장병 확률이 20% 이상일 경우에만 스타틴 계열 약을 처방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그 대상을 두배로 늘린 것이다. 즉 심장병 전력이 있거나,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이 190 mg/dl 이상이거나, 40~75세 당뇨환자, 40~75세로서 10년 내 심장병 확률이 7.5%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스타틴을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 한 노스웨스턴 의대 닐 스톤 교수는 “고지혈증약 복용으로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다면 약간의 부작용은 감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약을 보다 광범위하게 처방함으로써 심장병과 중풍으로 인한 돌연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각종 질병 검사에서 ‘정상치' 범위를 좁게 설정함으로써 그 이전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환자군에 포함되는 사례는 흔했다. 일본에서도 정상 혈압 범위를 좁히는 조치로 ‘고혈압 환자'가 두 배로 늘어 제약회사들이 떼돈을 벌었다는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고지혈증약 처방 대상을 늘리게 된 배경에 대해 학회에서는 ‘심장병 예방'이라는 미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거대한 제약회사의 치밀한 계산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란 추론은 어렵지 않다.

현대 의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숫자는 줄지 않는 것일까. 제약회사나 병원은 ‘환자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나 있을까. 새로 만들어지는 병명과 약은 많은데 치료할 수 없는 만성병 환자는 왜 늘어날까. ‘연명 의술' 로 병상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 것이 과연 장수시대의 축복일까.

‘의사의 반란'이란 책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잘못된 의료계의 속살을 용기있게 드러낸 신우섭 의사의 양심적인 고백이 약 복용 환자를 두 배로 늘리는 의료계의 조치와 대비돼 눈길을 끈다. “그동안 배워온 대증요법 처방 들, 즉 약물을 써서 증상을 조절하는 일만 하다보니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생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또다른 약을 처방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증상)는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게 되었습니다. 결국 병은 그런 증상을 만든 식생활을 고 치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지 약이나 의사가 고칠 수 없습니다. 의사는 다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입니다. 증상만 없애는 치료야말로 건강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불치병은 없습니다. 불치의 습관만 있을 뿐입니다.”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부작용도 문제지만 약으로 증상만 없애는 데 만족하면서 잘못된 식생활 등 원인을 그대로 지속해 속으로 골병 드는 것이 진짜 위험하다. 그러니 아무리 약을 먹어봐야 병이 낫지 않는 것이다. 약과 병원에 의존할수록 병 고치는 길이 점점 멀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고지혈증약 복용자가 두 배로 늘어나게 되는 현실에 맞물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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