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발견해서 살래? 방치했다 죽을래? ‘- 매모그램’

‘매모그램'으로 알려진 유방암 X 레이 검사는 중년 여성들에게 괴로운 숙제처럼 인식되고 있다. 한번 경험해 보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의사들은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해 적극 권한다. ‘조기 발견해서 살래? 방치했다 죽을래?'라는 질문 앞에서 버틸 여자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미국에서 매년 3900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50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매모그램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험담을 들어 보면 매모그램은 정신적·육체적 '고문'에 가깝다.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에 게 차가운 철판 두 개로 가슴을 눌러 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에 빗대기도 한다. 낯선 의료인 앞에서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괴로움을 비유한 것이다. 현재 미국암협회와 미국산부인과협회 등은 40대부터 매년 또는 격년으로 매모그램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런 통념을 크게 흔드는 연구가 지난 주에 발표됐다. 캐나다 국립유방검진협회 (CNBSS)가 영국의학협회 저널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기존 매모그램은 유방암 사망률을 줄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 졌다. 토론토 의대 앤서니 밀러 교수가 주도한 이 조사는 40~59세 여성 9만 여명의 병력을 25년간 추적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절반으로 나눠 한쪽은 5년 동안 매년 매모그램을 받도록 했고, 나머지는 일반 신체검사를 통한 유방암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25년 동안 이들의 병력을 추적했다.

매모그램 그룹에선 3250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이중 500명이 유방암으로 숨졌다. 일반 그룹에선 3133 명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이중 505 명이 유방암으로 숨졌다. 두 그룹의 사망률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밀러 교수는 매모그램이 사망률 감소에 전혀 (absolutely)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는 또 그냥 방치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은 암세포까지 찾아내는 과잉진단이 전체 매모그램 암진단의 2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 했다.

‘과잉진단:건강을 추구하다 병을 얻다'라는 책을 쓴 다트머스대학 길버트 웰치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암 및 암 수술과 관련된 공동체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과잉진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매모그램이 과도하게 팔리고, 그 이점은 과장되었으며 유해성은 무시되고 있다.” 오슬로 대학 유방암 전문가 3명은 이렇게 썼다. “이번 연구팀은 매모그램 검진방식을 재고토록 하는 설득력 있는 결과를 냈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연구비 후원자, 의료인들은 이미 기존에 지속되고 있는 관행에 이익이 걸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제왕이다. 병원도 비즈니스다. 돈이 안 되면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현대의 병원이다. 병원은 보험사·제약사와 함께 거대한 카르텔 속에서 존재한다. 이 거대한 ‘메디컬 비즈니스' 세계에서 ‘환자의 이익'이 1차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의료 서비스를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쩌라고? 거대한 ‘메디컬 이익복합체'를 개인이 당해낼 재간은 없다. 결국은 환자가 현명해지는 게 답이다. ‘의사의 반란'을 쓴 신우섭 의사는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암치료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암을 조기발견하면 조기 치료에 의한 조기사망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에서 누구도 절대적 정답을 주장할 순 없다. 현명한 환자가 겸손한 의사를 만나는 게 생명에는 최상의 축복이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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