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독자기고] 신앙과 삶에 필요한 바른 시선

남편은 과묵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약간의 자폐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른 채 단지 말 없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았다. 이혼 후 남편을 생각할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 남편에게 소홀했던 순간들이 미안하게 느껴진다. 처음에 우리가 만났을 때에는 매우 즐겁고 밝고 명랑했다. 하지만 결혼해서부터의 삶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펼쳐졌다. 점점 개인감정 표현에 소홀해 지기 시작을 했고 상대의 감정에 무디어져 갔다. 사랑의 점검을 확인 하는 것 보다는 생활을 잘 견뎌 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어느 날 우리는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를 떠나서 ‘영감’이 있다는 사모가 있는 작은 개척교회를 다니게 됐다. 영감만 강조하는 교회는 자칫 이단으로 빠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교회 사모의 집요한 설득과 주장으로 우리는 그 교회에 안착해야 했다. 일 년 반 정도 지났다. 그 때쯤 부터 남편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말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 했다. 평소에 지나치게 과묵한 사람이었기에 더 없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기도를 다녀온 남편이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나는 심장병 때문에 911에 실려 병원엘 갔다가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무슨 말 인지 당황스러웠다. 이유도 몰랐다. 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동기에 대해서 남편은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다. 만일 이유에 대해 말해 주면 내 마음을 잘 추스려 전하리라 마음먹고 몇 날 을 보냈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 와보니 남편이 소리없이 짐을 싸서 떠났다.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지쳐갈 무렵 남편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왜 이혼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 나갔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나온 사람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일어 섰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남편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을 때 남편의 마음을 알기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단지 내적치유를 한다는 개척교회 사모를(당시엔 사모였지만 지금은 아니다)통해 마음이 치유가 되나보다 생각하면서 무관심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남편이 밝아지면서 집안이 한결 화사해 지고 대화가 늘었다. 당연히 나는 나를 더 사랑해 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 때문인지 아니면 무지 때문인지 남편의 마음의 시선이 다른 곳 을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 했다. 그때 잘못된 시선을 바로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놓쳤고 지금에 이르렀다.

아빠와 함께 떠난 사랑하는 둘째 딸 이야기가 너무도 듣고 싶다. 만나고 싶고, 아이의 얼굴을 만지고 싶다. 지금은 그때의 아픔을 잊고 신앙 안에서 어두웠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을 누리며 산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끝까지 엄마를 돌봐주는 예쁜 큰딸이 내 곁에 있어서다. 아이는 내 사랑이며 그 마음은 아름다운 천국의 보석과 같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나치게 영성을 추구한다며 말씀의 기초에 서지 않고 감정적이거나 기복적인 신앙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전한 교회에서, 건전한 공동체 속에서 말씀을 기초로 신앙을 성장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원칙에서 벗어났고 지금의 삶을 살게 됐다. 아직 교회를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건전한 교회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 삶이 우리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희 (LA거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