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건강을 위해 깨작깨작 먹읍시다”

밥을 숟가락에 듬뿍 담아 크게 벌린 입에 넣고 우걱우걱. 반찬도 이것저것 풍성하게. 삼킴과 동시에 숟가락은 또 밥을 향하고. 국물도 후루룩. 번개같이 먹곤 수저를 놓는다. 자녀들의 이런 모습을 부모들은 대개 흐뭇하게 바라본다. 가난한 시절을 겪었던 어르신들은 “복스럽게 먹는다”며 대견해한다. 한국인들에게 권장되는 밥상의 풍경이다.

반대로, 젓가락으로 밥톨 몇 알 을 잡는둥마는둥 해서 병아리 주둥이 같이 벌린 입으로 가져간다. 입에 넣은 것도 별게 없는데 하세 월 오물거린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본 우리 부모들의 팔구할은 아마도 “밥을 그렇게 깨작깨작 먹으면 못 써. 복 나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들었고, 말했다. 이렇듯 푸짐하게, 빠르게 먹는 식사 습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식사법을 권장하는 의사가 있다. ‘거꾸로 식사법'이란 책을 낸 박민수 교수(고려대 보건대학원)다.

‘젓 가락 깨작깨작 식사법'으로도 알려진 그의 이론은 과식과 폭식이 난무하는 현대인의 식생활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거꾸로 식사법은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을 고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비만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으로 그 자신이 몸무게 12kg, 허리 6인치를 줄여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거꾸로 식사법의 요지는 이렇다. 주로 젓가락으로 밥과 반찬을 먹는다. 반찬부터 먹고 밥은 나중에 먹는다. 탄수화물은 채소 단백질 지방 등 비탄수화물의 절반만 섭취한다. 이렇게 ‘깨작깨작'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식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 있던 ‘미각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에만 탐닉하는 것이 ‘ 미각 중독'이다. 그 중독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미각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깨작깨작 먹는 것이다. ‘거꾸로 식사법'을 하지 않으면 과식, 폭식에 빠지기 쉽다. 그러면 ‘배 터져 죽겠다' ‘배 불러 죽겠다' 는 말대로 진짜 죽음을 부르는 식사법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이다.

최근에 접했던 건강법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조언이다. 폭식과 과식은 현대 물질문명 사회에서 인간의 생존 원리가 되어버린 탐욕과 개인주의의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타락한 탐욕의 문화가 사회를 시름시름 죽게 만들듯, 과도한 탐식(貪食)도 사람의 몸을 병들게 한다.

얼마 전 한국의 내일신문이 한국 사회의 갈등 수준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매우 심각하다'(43.9%), ‘심각한 편'(48.7%)을 합쳐 92.6%가 한국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5년 전과 비교 해 갈등 수준이 더 심해졌다는 응답도 66%에 달했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결과를 ‘폭발 직전의 초갈등 사회'로 해석한다. 먹고 먹히는 동물 세계 정글의 법칙이 인간 사회에 적용될 때 초갈등 사회는 현실이 된다.

지금 한국을 포함한 현대문명은 나눔보다는 남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폭식과 과식이 만연하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쪽은 배 터져 죽고, 다른 한쪽은 배고파 죽는 그런 사 회로 치닫는다면 무슨 화평이 있을까. 성인병은 대부분 과잉 섭취에서 비롯된다. 먹는 것을 줄이기만 해도 혈압이 떨어지고 피부색이 좋아진다.

소유와 지배욕이 넘치는 갈등사회엔 우울과 분노가 지배한다. 그 사회의 낯빛이 좋을 리가 없다. 언제 쓰러질지 위태위태한 고혈압 환자의 모습이다. 이젠 깨작깨작 먹어보자. 욕심도 깨작깨작 내자. 그러다보면 나누어 줄 것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한층 여유로워질 것 같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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