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젓가락으로 먹기, 반찬부터 먹기 - 건강찾은‘거꾸로 식사법’

얼마 전 ‘거꾸로 식사법'이란 책을 낸 박민수 교수(고려대 보건대 학원)의 이론을 소개한 적이 있다. 박 교수는 만신창이가 됐던 자신의 몸을 획기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게 된 계기를 책에서 설명한다.

그는 의사로서 한창 활동하던 40세 전후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허리둘레는 36인치로 늘어나 배불뚝이 아저씨의 모습을 갖게 됐다. 몸무게가 늘면서 요통이 찾아왔고, 아침엔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어느날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오른쪽 폐 위에 동전만한 음영이 잡혔다. CT촬영을 했더니 폐암이란 진단이 나왔다. 5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단계였다. 우선 2주간 항생제 치료를 하고 다시 촬영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수백 번씩 생각하며 가족들 옆에서 숨죽여 울어야 했다. 그런데 2주 후 다시 검사를 받았 을 때 음영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이 떠나가라 환호했다고 한다.

게다가 음영은 폐암이 아니라 폐렴 조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 문제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김 교수는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본 뒤 철저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자신의 식습관이 탄수화물 위주, 섬유질 부족, 빠르게 먹기 등 임을 자각했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반찬부터 먹기, 비탄수화물과 탄수화물 2:1 비율 섭취, 조금씩 천천히 먹기로 바꿨다. 그 결과 허리가 6인치나 줄어들어 활력을 되 찾을 수 있었다. 박민수 교수는 정작 의사이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식생활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라면 그런 깨달음을 얻기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애초부터 뇌리에 입력된 전문가들의 말을 거스를 수 있는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 건강에 대해 강연한 적이 있다.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면서 사람들은 한번 머릿속에 입력된 '믿음'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집착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강의의 요점은 약 (병원)에 의존하지 말라, 병(증상) 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증상을 없애려는 대증치료는 근본치료가 되지 못한다, 과식과 육식은 혈액을 탁하게 만들어 현대병의 원인이 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검진을 받아 이상 증세가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병원 치료 대신 병을 유발한 생활습관을 반성하고 생활을 개선해 건강을 되찾는 쪽을 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잘못된 인풋(input) 때문에 병(증 상)이라는 아웃풋(output)이 나타나는 것이니 인풋을 바꿔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과 의사가 병을 ‘고친다'는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 생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에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듯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혹자는 “이제병(증상)을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 고 말하기도 했다.

건강에 대한 지식도 그렇지만 종교든 정치적 신념이든 처음에 입력된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지식의 확장이나 인식의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산에 높이 오를수록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 예를 든다. 고정관념에만 집착하면 정신적.신앙적 성장이 멈춰진 ‘원초적(primitive)' 신념체계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산 기슭에서 보이는 눈 앞의 풍경을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경직성을 탈피할 수 있다. 거기서 생겨난 지혜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준다. 박민수 교수가 자기 신념을 ‘반성' 하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건강을 되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원영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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