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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새로운 습관, ‘불일치’ 즐기기



한 해를 시작하면서 누구나 결심하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을 만들까. 사실 습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한번 만들어진 습관은 그 사람을 만들어간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그의 책에서 ‘우리는 습관 덩어리’라고 말한다. 습관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두히그의 말처럼 ‘핵심 습관’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꾼다. 그런 이유로 ‘습관’은 무섭기도 하고, 동시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라는 책에서 “물은 자신의 힘으로 길을 만든다. 한번 만들어진 물길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흐름을 멈춘 물이 다시 흐를 때는 과거에 자신의 힘으로 만든 그 길을 따라 흐른다”고 말한다.

모르긴 해도 습관이 올 한 해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21년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을 묵상하던 중 무척 인상적인 문구를 하나 보게 됐다. “나의 뜻과 맞지 않는 불쾌한 일을 즐기는 습관”이라는 내용이었다. 묵상집인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때로 하나님과 불일치되는 일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즐기는 습관을 만들라”는 것이다. 챔버스는 이 책에서 하나님과 불일치되는 순간을 ‘역경’이라고 표현했다. 하나님과 나의 뜻이 같지 않을 때 유쾌할 리가 없다. 적어도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나의 뜻과 같지 않은 하나님의 뜻이 우리를 불편하게 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즐기는 습관을 지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우리의 뜻이 불일치할 때 즐거워할 수 있는 이유는 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불일치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불일치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때 ‘진정한 순종’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된다. 그 순종으로 인해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일치를 즐기는 습관을 지니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과의 불일치만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와 인간관계에서도 이러한 불일치를 항상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일치는 우리 사회에서 갈등의 원인이 된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 국민의 40%가 정치 성향이 다르면 밥도 먹기 싫어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 20대 절반이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도 결혼도 힘들어한다고 한다. 불일치가 우리 삶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불일치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 차라리 이것을 즐기면 어떨까.’

하나님과의 불일치가 우리를 순종의 길로 인도하듯이 내가 하나님이 아니니, ‘내’가 ‘너’가 아니니, ‘당연한 불일치’가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불일치가 갈등과 불화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순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습관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를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러한 불일치가 어떤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의 해결점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자기 확신과 고정관념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불일치의 순간에 잠시 여유를 가지고 ‘타임아웃’을 외쳐 보면 어떨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신앙인이 된다. 점점 양극화되고 서로의 불일치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긴장이 고조되는 이 시대에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당신이 내가 아니니 이렇게 다름이 당연하고 그 다름이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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