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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위기가구를 살리는 교회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복지 투자를 106조원에서 올해 217조원으로 배 이상 늘렸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인 특성에 맞게 맞춤형 급여로 바꾸고, 긴급복지 요건도 완화했다. 또 사회보장급여법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세 모녀가 지병과 생활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복지제도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고, 도움의 손길도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공동체 속 섬처럼 고립감에 빠져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누구도 그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고 위기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제3의 세 모녀가 이웃과 단절된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공과금 체납, 단전, 단수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통해 위기가구를 2개월 간격으로 취합한다. 올해 3차 취합(5~7월)에서는 544만명이 위기가구로 파악됐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세 모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복지 예산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제도와 행정 시스템이 없어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웃의 관심이고 다가섬이다.

서울시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와 고독사 위험에 처해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동주민센터와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종교단체로 동별 종교협의회를 구성해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공모 사업을 지난달 26일 공고했다. 공공부문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위기가구 발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종교계에 손을 내민 것이다. 특히 서울 전역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교회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를 발굴해 지원하기 위한 동별 종교협의회 공모 사업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이제 교회들이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고 전도 활동에 나서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심방하거나 전도에 나설 때 주변에 고립돼 있거나 위기 징후가 있는 가구를 발견해 동주민센터에 신고하면 다양한 법·제도적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 사실 위기가구들은 각종 복지제도 내용을 모르거나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절차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그들의 든든한 이웃이 돼줄 수 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한국교회가 세상 속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가 종교협의회 공모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보건복지부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서울시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중앙정부가 전국 표준 정책으로 만들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벤치마킹해 지역 교회들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국 곳곳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위기가구들이 활로를 찾게 될 것이다. 개교회가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지역별로 기독교연합회를 구성해 여러 교회가 초교파적으로 위기가구 발굴과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많은 교회가 서울시의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지원을 위한 종교협의회 공모 사업에 참여하길 바란다. 그래서 벼랑 끝에 내몰린 위기가구가 SOS를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등대가 돼야 한다.

가난한 자를 돌보고 병든 자를 치유한 예수님의 긍휼한 마음에서 기적의 힘이 나왔다. 한국교회가 지역 공동체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와 고독사 위험에 직면한 이들을 발굴해 지원한다면 예수님께서 보여준 기적은 지금, 여기에서 재현될 수 있다.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면 선교사들이 긍휼한 마음으로 의료와 교육에 힘써 사회의 신망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결과 크게 부흥할 수 있었다. 오늘도 묵묵히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고 약자와 동행하는 교회에 응원을 보낸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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