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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폐허에 심긴 씨앗들



지난 9일 저녁 서울 영락교회 베다니홀에서는 영락학원 개교 70주년 감사 찬양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찬양을 올렸습니다. 영락교회와 관련된 이들 외에도 영락중학교 교사합창단, 영락고등학교와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연합합창단, 교장선교합창단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영락고 한경직예배당에서 70주년 감사예배와 축하 순서가 있었습니다. 현재 영락학원에는 세 개의 학교가 있는데 은평구 응암동의 영락중학교와 관악구 봉천동의 영락고등학교,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입니다.

영락학원은 1952년 6월 개교했습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고 서울은 폐허가 됐었습니다. 고아들이 넘쳐 났습니다. 모든 게 파괴됐고 사람들의 마음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희망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영락학원은 이처럼 가장 어렵고 절망적이던 때 시작됐습니다.

한경직 목사와 영락교회 성도들은 남대문시장을 돌면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모았습니다. 대부분 고아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40여명의 학생으로 영락성경구락부 내에 중등과정을 야간에 개설했습니다.

아이들은 낮에는 시장통에서 온갖 일을 하다가 저녁이면 영락교회로 달려와 주경야독을 했습니다. 그해 서울시장으로부터 영락고등공민학교 인가를 받았고 이렇게 해서 영락학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 후 여러 변천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영락학원 개교 70주년 행사를 하면서 깊이 느낀 바가 있습니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그의 기념비적 대작인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문명사를 고찰하면서 문명의 흥망성쇠를 도전과 응전의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교회, 국가에도 도전은 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응전하는가입니다. 아름다운 응전은 역사를 발전시킵니다. 나쁜 응전은 모든 걸 파멸로 몰고 갑니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의 모든 걸 파괴하는 악한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이 악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악한 응전을 합니다.

상대가 한 대 때리면 두 대 때려 복수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모든 게 파국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경직 목사와 영락교회 성도들은 전쟁이라는 도전 앞에 교육이라는 아름답고 선한 응전을 택했습니다. 폐허 위에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의 영락학원이 있게 됐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모든 아름다운 발전의 배후에는 감동의 파종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선한 응전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장 44절에서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원수의 공격과 박해라는 도전에 대해 성도는 사랑과 기도로 응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들을 바라보시며 그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 기도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악한 도전이었지만, 십자가 위에서 드리신 용서의 기도는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선한 응전이었습니다.

치고받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내용도, 수위도 갈수록 험악해집니다. 상대방이 한 대를 칠 때 자신은 두 대를 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겠지요. 선한 도전을 위해 고심하는 지도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폐허가 된 땅을 저주하면서 발로 다시 밟을 것이 아니라 흙을 고르고 미래를 위한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심길 원합니다. 그리스도인부터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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