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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중국의 군사기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됐던 2020년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인민대회당에서 맞았다. 중국이 우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다. 시 주석은 “환난을 만나야 진심을 알 수 있다”는 말로 훈센 총리의 방문을 환영했다. 훈센 총리는 “특수한 시기에 중국에 온 것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화답했다. 중국이 코로나 책임론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을 때 캄보디아는 중국을 두둔했던 거의 유일한 나라다.

캄보디아는 1958년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친미 정권이 들어섰던 70년대 초반을 제외하고는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매년 수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고 인프라, 농업 등의 분야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캄보디아 국가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캄보디아가 유치한 해외직접투자 410억 달러 중 180억 달러(43.9%)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렇듯 중국이 물량 공세를 폈던 캄보디아에 중국의 두 번째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그동안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 북쪽에 은밀히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 왔고 곧 착공식을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레암 해군기지는 마침 확장 공사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2019년 캄보디아 내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때 부인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중국은 2017년 8월 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기지를 운용했을 때도 처음엔 쉬쉬하다 나중에야 인정했다. 지부티는 수에즈운하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다 보니 인구 101만명의 작은 나라에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7개국이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나라가 장기 임대 방식으로 기지를 운용하면서 지불하는 돈이 지부티 국내총생산(GDP)의 5%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외 기지 추가 건설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캄보디아 외에 파키스탄 미얀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중국이 해외 기지를 두려는 곳은 미·중 경쟁의 격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해권을 장악한 미국은 대외 정책의 중심을 중국 견제에 두고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압박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최근 태평양 섬나라 8개국을 방문한 것도 군사 거점 확보와 관련돼 있다. 중국은 남태평양 요충지인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었고 키리바시 캔턴섬 활주로 개보수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왕 부장의 순방 기간 열린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경제·안보를 망라한 포괄적 개발 비전을 체결하는 데 실패했지만 계속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시 주석은 2013년 6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태평양은 미·중 양국을 모두 포용할 만큼 충분히 넓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부풀리기 위해 해외 군사기지 건설 정보를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이 해외 기지를 건설한다고 한들 80여개 국가에 800개 가까운 군사기지를 보유한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위상과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하면 군사력의 해외 확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군사기지 확보를 제국주의이자 패권주의라고 비난해 왔다. 그랬던 중국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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