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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고 싶다면 일단 공부부터 시작하라”

김미경 MKYU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MKYU 캠퍼스에서 올해 초 새로 시작한 ‘514 챌린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습관을 2주간 지속해보자는 이 캠페인에 1만5000명이 참가했다.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 최고 인기 강사로 불려온 김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평생학습 플랫폼 MKYU를 시작했다. 이한결 기자


MKYU 홈페이지.


MKYU 캠퍼스 모습. 이한결 기자


‘3년 후 당신의 미래를 바꿀 7가지 기술’이라는 부제를 단 테크 교양서 ‘세븐 테크’(웅진지식하우스)가 출간됐다. 미래학자 정지훈이 총론을 쓰고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기계공학부 교수,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등 7명이 각각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가상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로봇공학을 맡아 설명하는 형식이다.

이 책을 기획한 이는 스타 강사로 유명한 김미경(57)씨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MKYU라는 온라인 평생학습 플랫폼에서 개설한 ‘세븐 테크 2022’ 강의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시작한 이 유료 강좌를 3000명이 들었다. 수강자 대부분은 30∼50대 여성이었다. 테크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이들이 테크 수업에 열광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MKYU 캠퍼스 건물에서 지난 14일 만난 김 대표는 ‘세븐 테크’ 강좌를 만들 때 직원들조차 반대가 심했다고 얘기했다.

“3050 여성들이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메타버스에 관심이 있을까, 너무 어렵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테크는 교양이고 온라인 신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과목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서 아주 쉽게 설명하고 일상과 테크를 연결해주는 강의를 한다면 누구든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의 생각은 적중했다. 강의를 한 전문가들조차 놀랄 정도로 학습 열기는 뜨거웠다. 김 대표는 “댓글이 빗물처럼 쏟아졌다”고 했다.

나이 든 여성에게도 테크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김 대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 역시 50대 중반에 디지털 공부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평생 강사로 살아왔는데 코로나로 강의를 할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는 길이 다 막히니까 ‘멘붕’이 오더라. 이러다가 직원들 월급은 고사하고 나도 먹고살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그동안 인생의 수많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날 구해준 것은 공부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자신과 회사가 먹고 살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면서 온라인 세계를 발견했다. 세상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디지털을 배워야 했다. 피아노를 전공했고 자기계발 강사로 평생 살아온 김 대표는 초등학교 1학년이 한글을 배우듯 디지털 문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책과 기사를 읽어나가는 한편 앱 기반, 플랫폼 기반으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20∼30대 어린 친구들이었다. 그들을 만나 묻고 공부하면서 우리 회사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나도 디지털을 이해하는 게 이렇게 힘든데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전문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러지도 못할 텐데. 이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자, 그렇게 온라인 강좌를 시작했다.”

2020년 여름 ‘김미경(MK)과 당신(Y)이 만들어가는 대학(U)’이라는 뜻을 가진 MKYU가 출발했다. 직원 6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직원 110명에 유료 회원 6만5000명을 가진 스타트업이 됐다. 오프라인 강연 회사를 성인들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바꾼 MKYU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룬 사례다.

MKYU 회원의 80%는 여성이고 대부분이 30∼50대다. 주력은 40대. 전업주부가 30%쯤 되고 나머지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다. 해외 회원도 3000명이 넘는다. 가입비를 내면 MKYU 멤버십을 주는데, 회원들에게는 교양필수 과목이라고 불리는 6개 강의가 제공된다. 나머지 강의는 유료로 들을 수 있다. 현재 MKYU는 90개 정도의 유료 강좌를 운용 중이다. 김 대표는 “세븐 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스타 유튜브 블로그로 먹고사는 법, 재테크, 심리학 강의 등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고 전했다.

인문·교양 강의도 많다. 올해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저자로 유명한 정재찬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시로 하는 힐링’ 강좌가 시작된다. 정여울 작가의 ‘글쓰기 수업’, 인문학자 고미숙의 ‘사주명리학’, 뇌과학자 장동선의 ‘뇌과학 수업’ 등도 운영된다.

김 대표는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강의가 있다면 강좌를 만들기로 하고 최고의 강사를 찾는다. 내가 나서서 섭외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전문가들은 처음엔 나이 든 여성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다가 학생들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강사진, 쉽고 실용적인 강의, 그리고 커뮤니티가 MKYU의 강점이자 성장 비결이라고 한다. 현재 MKYU 내에는 500개가 넘는 북클럽이 활동 중이다. 매주 김 대표가 추천하는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온라인에서 토론하고 오프라인 모임도 갖는다.

MKYU의 놀라운 성장과 활기는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무기력한 삶을 바꾸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중년 여성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김 대표가 올해 1월 1일 시작한 ‘514 챌린지’에는 1만5000여명이 참가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습관을 2주간 지속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새벽 5시에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1시간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각자 하는 거다. 그 시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구는 영어를 공부하고 누구는 운동을 하고 누구는 일기를 쓴다. 8000명이 완주했다. 회원들이 또 하자고 해서 2월에도 했다. 2월 1일이 설날이었는데 그날도 8000명이 참가했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현재를 위한 공부는 물론이고 미래를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싶다는 열망도 식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뭔가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수많은 중년들이 이 지점에 서서 고민하고 불안해 한다. 김 대표는 그들을 향해 학생이 되자고 공부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를 바꾸고 싶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게 공부다.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일단 책을 읽는 게 가장 좋다. 강의를 들어도 된다. 인생을 5도 정도 틀어서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시작하면 한 발씩 나가기 시작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다른 데 가 있고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

그의 얘기에 누구보다 뜨겁게 환호한 건 3050 여성들이었다. 김 대표는 “30대 이상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경험이 부족하다.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어른인지 확인할 공간과 시간이 없는 것이다”라며 “인정받고, 연결되고, 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공부가 여성들의 문화이자 놀이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들은 개인으로 살다가 결혼한다. 아이 낳고 키우면서 내가 해체되는 경험을 한다. 40대가 돼서 이제 다시 나를 챙겨보고 싶은 것이다. 북클럽이 잘 되는 거 보면 나도 놀란다. 공부가 여성들의 문화가 된 것 같다. 어쩌면 여성들의 놀이일지도 모르겠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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