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저는 그 말을 성경을 읽다 만났습니다. ‘군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옷을 취하여 네 깃에 나눠 각각 한 깃씩 얻고 속옷도 취하니 이 속옷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라’(요 19:23)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호다’는 ‘헝겊을 겹치어 바늘땀을 성기게 꿰매다’라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성경을 통해 우리말 하나를 배우는 즐거움이라니요.

44년 전 신학을 공부한 친구들과 함께 DMZ를 따라 걸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해 파주 임진각까지 열 하룻길을 홀로 걸었던 4년 전 시간을 기억하고, 친구들이 함께 걷기를 청했습니다.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함께 믿음의 길을 걸으며 목회하는 친구들과 길을 걷는 일은 고마움과 든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깨동무하듯 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떠올렸던 말이 ‘호다’였습니다. 그 땅을 함께 걸었다는 것은 갈라진 이 땅을 함께 호는 일, 부디 우리 걸음이 하늘에 닿아 이 땅이 어서 하나 되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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