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날씨에 설교 준비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창밖이 요란해졌습니다. 무슨 일일까 싶어 밖을 내다보니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잠깐 사이에 빗줄기가 시야를 다 가렸고, 천둥과 번개가 하늘에서 야단입니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채 길을 나섰던 이들이 서둘러 뛰기 시작하고 옆 공사장에서는 공사 현장을 덮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열어뒀던 창문으로도 비가 들이쳐 서둘러 닫습니다. 비가 오거나 혹은 오려 할 때 비를 맞혀서는 안 될 물건을 거두어들이거나 덮는 일을 ‘비설거지’라 합니다. 부엌에서의 설거지는 식사 후 이뤄지지만, 비설거지는 비를 예감한 후 이뤄집니다. 비가 오기 전 먼저 채비하는 것이지요.

가릴 것 없어 사나운 비를 그냥 맞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 그러합니다. 어찌 비설거지가 내 집 장독대를 덮는 일뿐일까요. 이웃의 아픔을 사랑으로 덮는 일이야말로 오늘 우리에게 시급한 비설거지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