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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가 한국교회를 본다면… ‘초심 지켜라’ 외칠 것

이찬석 협성대 교수가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일치위원회 주최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과 새로운 교회’ 온라인 선교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줌 화면 캡쳐


한국교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과거와 현재의 신학자들이 교단, 시대를 가로질러 한자리에 모였다. 전문가들은 마르틴 루터, 존 웨슬리, 최태용 목사의 사상을 통해 소명과 사랑이라는 그리스도의 초심,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일치위원회(위원장 육순종 목사)는 29일 온라인으로 에큐메니컬 1차 선교포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과 새로운 교회’를 개최했다. 육 목사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감염병이 퍼졌다”며 “인류와 교회가 코로나19로부터 뭘 배우고 있는지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성 루터대 교수는 ‘루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코로나 시대의 교회’를 발표했다. 마르틴 루터는 1527년 흑사병 확산 때 기독교인이 취해야 할 태도를 고민하고 이에 대한 메모를 남겼다. 당시 많은 교인이 흑사병을 피하고자 교회 및 지역을 떠나야 할지, 남아서 지역 주민과 환자를 돌봐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루터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도망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서로를 비난하고 판단하는 상황 자체를 우려했다”며 “삶과 죽음의 결정이 전적으로 하나님에게 달려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도망가거나 남는 건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광훈 목사의 바람직하지 못한 집회 등으로 한국교회가 감염병 대응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며 “루터가 500년 전 내놓은 답과 같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이웃 사랑의 ‘소명’을 다하는 게 교회가 지켜야 할 초심”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연세대 객원교수는 복음 교단을 만든 최태용 목사가 개인의 영적 체험, 기독교적 신앙 경험을 중시한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최 목사는 형식적인 교회의 제도, 규제를 거부하는 ‘비(非) 교회주의’를 강조했다”며 “한국교회가 살아있는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허석헌 한국민중신학회 박사는 “비대면 방역 지침에 반발했던 한국교회 현상의 이면엔 교회의 체계와 관례를 복음과 진리로 오인한 ‘교회주의’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찬석 협성대 교수는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사상을 ‘불이(不二)’ ‘융섭(融攝)’ ‘글로컬(glocal·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그는 웨슬리 신학에서 칭의(믿음)와 성화(사랑)의 불연속적이면서 연속적인 특징을 포착해 불이를, 다른 신학에 대한 웨슬리의 비판 및 포용적 태도에서 융섭을, 속회운동이 노동운동으로 굴절되는 감리교 역사를 통해 글로컬의 개념을 제시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회는 인간과 자연을, 대면예배와 비대면예배를, 말씀과 성찬을 불이적 관계로 사유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현장 예배를 넘어서 가정 예배까지 아우르는 융섭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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