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시가 있는 휴일] 너무 늦은 첫눈



세검정에서 시작해
서교동의 카페에서 멈춘
첫눈
나에게만 보이는 눈
나에게만 보이는 너
나에게만 보이는 그 남자의 뒷모습
나에게만 빛나는 사람
다시 오지 않을 인생의 한때를
빗자루로 쓸고 있다
그는 알까?
그토록 쉬웠던 우리의 시작
그렇게 오래 연습한 마지막
돌아서면 사라질
너 없어도 아름다운 풍경을 쓸며
살아있다 펄펄
하얀 종이 위에

-최영미 시집 '공항철도'에서

첫눈 같은 첫사랑. 첫눈을 쓸며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일까. 마지막 구절 ‘살아있다 펄펄/ 하얀 종이 위에’가 힘차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