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가난은 배제하고 부자는 숨기고… 통계의 왜곡을 고발한다



국가를 뜻하는 영어 단어 스테이트(state)는 통계(statistics)라는 말의 어원이기도 하다. 통계는 국가의 핵심 기능인 대표성, 분배, 책임을 다루는 데 기반이 되는 숫자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통계는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으로 인정받는다.

영국의 개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TJN) 대표인 알렉스 코밤의 책 ‘불공정한 숫자들’은 통계의 왜곡 실태를 고발하며 숫자에 대한 믿음을 돌아보게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통계라 할 수 있는 GDP(국내총생산)를 보자. 저자에 따르면 “GDP는 경제 생산을 위해 전 세계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국가의 진보를 재는 척도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또 “GDP는 돈을 받지 않는 활동을 집계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 생계형 농업 등 비경제적 기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재는 지표로 사용되는 지니계수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니계수는 최상층과 최하층의 격차를 표시하는 데 둔감하다. 이 때문에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가리게 된다. 최하위 40%의 소득비율로 최상위 10%의 소득 비율을 나눈 값인 ‘팔머 비율’을 소득 집중을 측정하는 대체 지표로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인구센서스, 선거인명부는 물론 출생등록 데이터에서도 배제와 누락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을 정책에서 배제하고, 부유층의 부를 숨겨주기 위해 ‘집계 불이행’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원주민에 대한 집계는 국가 차원이나 유엔 차원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의 숫자는 약 90개국 3억7000만명에 이른다. 유엔과 세계은행 데이터 포털에 ‘장애’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집계되지 않고, 따라서 보이지 않는다.

반면 통계가 숨겨주는 사람들도 있다. 신고되지 않는 부와 소득이 버젓이 허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다국적기업들의 수익 40%는 의도적으로 조세회피처로 이전되며 이로 인한 세수 손실액은 한 해 2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전 세계 법인세의 약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저자는 현재의 왜곡된 통계가 불평등을 은폐하고 공정한 분배를 가로막는다고 비판하면서 통계가 배제하거나 누락한 사람들에 대한 ‘집계 이행’을 촉구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