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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예쁜 꽃에 발길 머물 듯



동네 뒷동산처럼 북한산이 가까운 정릉에는 골목길이 많습니다. 골목길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정겹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소리가 가깝게 들립니다. 골목길 세 개가 만나는 정릉교회 예배당 앞에는 작은 공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잡초가 자라던 곳이었지요. 드는 생각이 있어 공터를 꽃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우거진 풀을 뽑아내고 돌을 골라내고 꽃을 심었습니다. 해바라기가 담장 쪽에 섰고, 채송화와 국화 맨드라미 천일홍 나팔꽃 봉선화 나비바늘꽃 파래붓꽃 송죽엽 코스모스 등이 서로 어울려 자리를 잡았습니다.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꽃을 봅니다. 할머니가 손녀를 데리고 나와 꽃 이름을 들려줍니다. 이웃들은 꽃보다도 잡초가 차지하던 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눈여겨봅니다.

꽃밭으로 바뀐 공터 앞에 ‘주차금지’라는 말 대신 짧은 글을 써서 붙였습니다. “예쁜 꽃을 보면, 바라보는 마음도 예쁘겠지요. 예쁜 꽃에 발길 머물면, 마음에도 꽃물 들겠지요.” 오늘 이 땅의 교회가 향기로운 존재가 되면 이웃들이 걸음을 멈추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요.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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