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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보이콧뮬란



장구한 역사, 광대한 영토의 중국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삼을 역사적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삼국지’ ‘초한지’만큼은 아니어도 중국에서 영화나 연극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목란사(木蘭辭)’다. 남북조시대 편찬된 ‘악부시집’에 수록된 장편 서사시로, 목란(무란)이라는 젊은 여성이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장에 나아가 전공을 세우고 높은 작위까지 얻지만 이를 버리고 아버지 곁으로 귀향한다는 영웅담이다. 무란은 작품 속 인물일 뿐 실존 인물은 아니다.

미국 디즈니사가 1998년 개봉해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 ‘뮬란’도 이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 그때의 인기를 재현하고자 디즈니는 지난 4일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실사판 ‘뮬란’을 공개했다. 그러나 디즈니의 기대와 달리 전 세계적 보이콧뮬란(#BoycottMulan) 운동에 직면해 있다.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주연배우 류이페이(劉亦菲)가 SNS에 올린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는 글이 영화 개봉과 동시에 재소환됐다. 설상가상 디즈니가 엔딩 크레딧을 통해 중국 공산당 등에 감사 표시를 한 게 기름을 부었다. 영화가 무슬림 위구르인이 집단 감금된 신장위구르에서 촬영된 게 밝혀지면서 ‘디즈니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과 인종 차별을 묵인한다’ ‘디즈니는 중국공산당 기분을 맞추려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는 등의 비난이 영화사에 쇄도하고 있다. 급기야 미 의회는 중국에서의 촬영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서한을 디즈니에 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콧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디즈니와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에 이번 주 국내 개봉하는 ‘뮬란’의 상영 취소를 요구했다. ‘뮬란’ 같은 반민주적 콘텐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뮬란’은 당초 지난 3월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었다. 차라리 공개하지 않고 사장시키는 것이 디즈니의 명성을 위해서도 훨씬 나을 뻔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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