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뉴스룸에서] 패닉 바잉을 막는 방법



살고 있는 아파트의 최근 시세를 알고 깜짝 놀랐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쉴새 없이 나왔건만 집값이 1억원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호가가 아니라 실제 매매가 체결된 가격이다. 부동산 사장님도 정확한 원인은 설명하지 못했다.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매물이 줄어들어서 가격이 오른 것 같다” “취·등록세 부담이 커지면서 가격에 반영이 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아닌 거 같다고 했다.

14년째 살고 있는 집이라 가격이 오르든 말든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흐름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집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몹시 초조하고 불안하게 매일 부동산 시세를 확인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 집이 없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가격 폭등의 원인이 어렴풋이 가닥이 잡혔다. 소위 ‘패닉 바잉’때문이라는 결론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공황 상태에 가깝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있지만 금융 비용이 부담돼 망설여진다”와 “부담이 돼도 이젠 대출받아서 집을 살 수도 없다”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의 이유로 집을 사길 꺼렸던 사람들이 후자의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이 되는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시쳇말로 ‘영끌’이라도 해서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나 주식 관련 기사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영끌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의 줄임말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

최근 주식시장 청약 광풍도 결국 패닉 바잉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실물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데, 풍부한 유동 자금 때문에 주식시장은 계속 호황인 이상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일 끝난 카카오게임 청약에는 증거금이 58조5542억원 몰려들었다. 경쟁률은 1524.85대 1로 경쟁률, 증거금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이 가운데는 카카오게임이 어떤 회사고 앞으로 비전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본 투자자도 있겠으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에 뛰어든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얼마 전 SK바이오팜 공모가 대박을 터뜨리자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결국 ‘멘탈 게임’이다. 미래가 불투명하지 않다면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불안하고 두려우니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뛰어드는 것이다.

5~6년 전 은행 직원과 나눴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 있다. 당시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부양책을 썼고, 집값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느슨하게 풀었다. 은행 직원은 “이런 조건인데 대출받아서 투자 안 하면 바보예요”라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때는 패닉 바잉을 할 정도로 불안감이 조성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물론 당시 정책을 이용해 투기를 벌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부동산 시장이 요즘과 같은 광풍이 불지 않았던 걸 보면 대다수 사람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정책의 세부사항이 무엇이든 핵심은 시장 참여자들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불안감이 사라질까. 모른다면 정부는 공부해야 하고, 알고 있다면 반성을 해야 한다.

김준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snoop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