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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트럼프의 첫 마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지난 4월 3일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때도 트럼프는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그는 “그냥 하지 않는다”며 각종 공식 행사에 ‘노 마스크’로 일관했다. 미국 내 확진자 수가 매일 늘어나고, 환자들이 병상이 없어 집에서 죽어갈 때도 그는 맨얼굴이었다. 정치적 행위였다. 코로나 방역은 성공했고, 경제활동은 재개돼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가 자신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버티고 버티던 그가 11일(현지시간)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를 방문했을 때 그의 얼굴은 백악관 문양이 찍힌 남색 마스크로 절반쯤 가려져 있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은 훌륭한 일이다. 마스크에 반대한 적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마스크 착용은 CDC 권고 100일 만이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마스크를 쓰게 했을까. 심상치 않은 신규 확진자 수다. 전날 미국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만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다. 누적 340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는 13만7000여명이다.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남부에서 크게 늘었다. 시신을 보관할 곳마저 없어 냉동 트럭이 등장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경제 재개에 나선 곳이자, 트럼프의 표밭이다. 이번 마스크 착용도 트럼프의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백악관 참모들이 “마스크 착용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모범을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애원한 결과라고 CNN이 보도했다. 이번 일로 마스크는 범죄자나 환자가 쓰는 것이라는 미국인의 심리적 거부감이 좀 사라질까.

12일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3만명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박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경고했다. 상당 기간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는 뜻인데, 트럼프가 앞으로도 마스크를 쓰고 나올지 궁금해진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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