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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칼럼] 검찰개혁, 이러면 개악될 수 있다



여권, 검찰 때리기에만 총력 중립성은 오히려 후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견제와 균형이 법 원칙
추미애 장관은 이를 허물어… 내분까지 키워 검찰을 허울로
이는 법치 훼손, 사법 불신 불러 나라 기틀 흔드는 것

검찰 개혁의 어려움과 까다로움은 검찰이 지닌 태생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검찰(검사)은 법무부에 소속된 행정기관이지만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공소를 제기·유지하는 재판의 한 당사자로서 사법부적 성격이 분명히 있다. 행정부 소속이면서 법적 분쟁의 해결을 사명으로 하는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중성이 검찰의 본성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일반적 국가권력 집행자로서의 검찰권 감독뿐 아니라 정치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독립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욱이 대륙법 전통을 따른 우리 사법체계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권한과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헌법은 검사만이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 명시했고(헌법 제12조 3항과 16조),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기소독점주의를 규정했다.

막강한 검찰권은 현실적으로 검찰에게 양날의 칼이다. 검사 역할을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은 ‘공익의 수호자’라는 직업적 자부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검사 개인의 기강해이와 정치 권력의 유혹·압력을 키우는 토양이 되기도 한다. 과거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라는 유행어는 권한을 사용(私用)한 검사의 타락을,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은 정치 권력에 순치된 검찰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는 검찰의 권한 축소(권한 남용 방지), 둘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강화다. 검찰 권한 축소의 경우 검찰 내부 제도 개혁 및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으로 발걸음을 뗐다.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문제는 검찰의 중립 강화 노력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검찰 때리기가 검찰 개혁의 전부가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7개월간 한 일의 대부분이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로 대표되는 검찰 때리기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권이 검찰의 독립성 확보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표현도 틀렸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길들이는 데 온 힘을 쏟았다는 게 맞는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수사지휘권 다툼은 이번 정부에서 검찰 독립성의 성패를 가늠할 최전선이다. 중요한 것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두 사람(기관) 간 지위와 역학관계다. 검찰의 이중적 성격은 행정권은 법무장관이, 준사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은 검찰총장이 대표하는 형태로 정착했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된 검찰청법 8조에는 이런 권한 배분의 원칙이 담겨 있다. 정치 권력을 대표하는 법무장관과 검찰의 중립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기관 내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검사 인사에서 법무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34조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런 점에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매우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게 맞는다. 이번 ‘검·언 유착’ 사건의 경우 설은 무성하지만 실체가 있는지에 대해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수사지휘권 발동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지휘권 대상이 된다고 해도 그렇다. 이번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이 측근 감싸기를 한다는 시각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맞선다. 추 장관이 수사팀인 형사1부에 힘을 실어주고 검찰총장의 지휘권까지 사실상 박탈한 것은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소지가 적지 않다.

추 장관의 폭주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1월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고, 여러 차례 “(윤 총장이) 지시를 잘라먹는다”고 말하는 등 검찰총장을 상명하복 관계인 양 대한다. 이는 법에 규정된 두 사람 간 ‘견제·균형의 원칙’에 어긋난다. 친문 성향의 서울중앙지검장 기용을 통해 검찰의 내분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번 정부는 변신에 특별한 재주가 있음을 보여줬다. 소득주도성장은 한순간에 재정주도성장으로 바뀌었다. 검찰 개혁은 구호일 뿐 개악으로 변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이 빠진 검찰 개혁은 모래로 쌓은 성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권한만 약화하면 국민의 자유와 재판의 공정이라는 ‘근본’까지 잃을 수 있다. 수사와 기소, 재판에 대한 불신 증폭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정도와 비교할 수 없는 심원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법 질서는 말 그대로 나라의 기틀이기 때문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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