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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북한식 화법



북한이 사용하는 대외 화법은 독특하다.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성명이나 담화 등이 일반 외교가에서 쓰는 언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다소 완곡하고 점잖은 표현을 쓰는 국제외교 관례를 벗어나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반어적인 화법도 종종 사용한다. 한국을 향해서는 더욱 심하다. 때론 무시하고, 무례하고, 거칠다.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동네 깡패들이나 쓰는 듯한 상스러운 말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미국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방한하는 7일 담화를 통해 밝힌 발언도 유사하다. 권 국장은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비건 부장관의 북측 카운터파트 격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앞서 지난 4일 담화에서 협상 재개를 일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한이 미국과 꼭 마주 앉고 싶어서, 마주 앉았을 때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한다. 권 국장은 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조·미(북·미) 수뇌회담 중재 의사를 밝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 등을 통해 남북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을 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철면피한 궤변”이라며 인격적으로 모독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북측의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거칠고 무례한 북한식 화법은 언어를 정치 도구화하는 사회주의의 속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는 정치적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전문작가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우리 국민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화해와 협력, 북한이 내심 원하는 북·미 협상이나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다면 외교적 관례에서 벗어나지 말고,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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