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신종수 칼럼] 코로나 총리 넘어 경제 총리로



한국이 코로나 대응 잘했다는 평가 불구, 방역 총사령관 정세균 총리 존재감은 미미
관리형 총리에서 벗어나 코로나 후 경제위기 극복 위한 책임 총리 역할해야

28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됐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총괄하고 있다. 본부장은 정세균 국무총리다. 그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것을 계기로 그동안 행적을 살펴봤다. 그가 취임한 후 일주일도 안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의 임기는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총리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와 의료진, 국민 모두 협력해 이뤄낸 성과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이라는 평가에 힘입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60%대까지 올라갔다. 이 덕분에 여당은 4·15 총선에서 이겼다. 중대본 산하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이끌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경우 코로나 이전만 해도 일반 국민들은 잘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와의 전쟁 총사령관인 정 총리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다.

정 총리는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대구에서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대구로 내려가 3주 동안 머무르며 현장 지휘를 했다. 흉흉한 민심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재난 현장에 총리가 행차해 보여주기식 행보나 했다면 대구 시민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다할 부정적인 평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방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 힘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정 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며 방역을 진두지휘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코로나 위기는 정 총리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 총리의 임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경우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한때 하루 900명 넘게 발생했던 환자가 요즘은 10명 안팎으로 줄면서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됐다. 마스크 5부제 도입,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확보, 대구·경북 특별재난지역 선포, 첫 온라인 개학, 사회적 거리두기, 해외입국자 관리, 긴급재난지원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좀더 기다려봐야겠지만 대선주자 급부상 전망은 빗나갔다. 만일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다면 방역 총사령관으로서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그로서는 정작 대응을 잘하고 나니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서운할 수도 있겠다. 그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지지율 40%를 넘으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전 총리는 총리 시절 품격 있고 핵심을 찌르는 말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 왔다. 막말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품격 있는 말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에 지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수도 당연히 지지를 받을 법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참모들에게 정 총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콘텐츠도 있고 부드러우며 합리적인 분인데 왜 국민에게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지, 더 안 뜨는지 정말 안타깝다.”

그는 좀처럼 생색을 내지 않는 합리적이고 겸손한 스타일이다. 성실하고 꼼꼼한 업무 스타일은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매끄러운 관리형 총리에 머무르고 있다.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어 모든 행보가 조심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코로나 총리를 넘어 코로나 이후 경제를 살려내는 경제 총리와 책임 총리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대권 도전은 그 다음에 결과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실물 경제에 밝은 기업인 출신으로서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당대표, 산업부 장관, 6선 의원, 국회의장을 지낸 경험과 역량을 쏟아부어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경제 위기인데도 규정만 따지며 꿈쩍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부터 깨야 한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해 온 기획재정부에 경고장을 날린 것은 그동안 정 총리가 한 일 중 아주 잘한 일에 속할 것이다. 스웨덴식 노·사·정 소통 모델을 벤치마킹한 목요대화를 통해 각 분야 석학 및 원로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도 좋지만 위기에 빠진 항공, 자동차, 정유 등 경제 현장을 찾아 기업인들과 폭넓게 만날 필요가 있다. 규제 혁신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도 과감하게 시행하기 바란다.

신종수 논설위원 jssh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