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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사가 빠져선 안 되는 두 가지

고웅영 제주 새예루살렘교회 목사가 2017년 5월 성도들과 함께 24시간 예배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고웅영 목사<제주새예루살렘교회>


2005년 제주도에서 교회를 개척한 이후 지금까지 절대로 빠져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두 가지 있다. 한 모임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제주는 선교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육지의 큰 교회나 기관과 잘 연합해 사역을 일으키는 게 중요합니다.”

제주 복음화율이 한국에서 가장 낮은 것은 사실이다. 전도와 목회의 장애물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선교지 의식을 갖고 목회하다가는 일평생 후원과 지원을 바라다가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 땅이 선교 후원을 받는 선교지가 아니라 선교하는 선교기지가 될 수 있을까요.’ 주님께 물었다. 주님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하셨다.

믿음은 아직 없는 것도 말씀을 근거로 있는 것처럼 여기고 말하고 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받아오던 개인 후원과 교회 후원을 모두 정리했다. 선교팀을 받지 않고 다른 교회로 안내했다.

“저와 새예루살렘교회는 주님의 은혜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교회와 다른 선교지를 후원하시겠어요.” “네?” 전화를 받는 이들도 당황했다. 그다음엔 누구에게 흘려보내야 할지 기도했다.

먼저 양가 부모님께 보내던 용돈을 조금씩 늘렸다. 그리고 함께 목회하는 제주지역 몇 교회를 섬겼다. 북한사역 구국기도사역 무슬림사역 방송사역에 조금씩이지만 마음을 드리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제주 새예루살렘교회는 선교지 의식에서 벗어났다.

두 번째로 빠져들고 싶지 않았던 생각은 ‘제주가 목회자에게 늪과 같은 곳’이라는 인식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주의 많은 목회자가 작은 세계관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들 ‘진짜 성공하려면 제주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님 안에서 성공의 의미부터 재조정했다. ‘제주는 무엇을 하기에 제한돼 있다’는 고정관념부터 바꿨다. 그때부터 각 부서 행사를 육지나 해외에서 실시했다. 어린이부와 청소년부를 1000명 이상 모이는 연합수련회로 보냈다. 성도들을 금식 구국기도회나 해외 선교지, 이스라엘 성지로 보냈다.

제주에 살지만, 얼마든지 열방을 품을 수 있고 열방이 제주에 오게 할 수 있다. 대도시에 살아도 선교 대상자로 살 수 있다. 반면 산골짜기나 망망대해 섬에 살아도 열방을 선교하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즉 내가 누구인가, 우리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나의 하나님이 누구인가, 우리의 하나님은 무엇을 하실 수 있는 분인가로 결정된다.

교회 목양실에 가장 많이 드나드는 이들은 어린이다. 주일이면 내 사무실은 어린이 놀이터가 된다. 아이들은 목사인 내게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말을 한다. “목사님은 왜 그렇게 길게 설교해요” “오늘 목사님 헤어스타일은 망했어요” “하나님은 어떻게 생겼어요” “헌금은 목사님이 다 갖나요” “좀 놀다 가도 되죠”….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말하고 빨리 결정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훌륭한데”라고 응수한다. 한 번은 두 녀석이 싸우고 와서 맞은 녀석이 나에게 하소연했다. 나는 늘 그러던 대로 말했다. “참 훌륭하네.” “목사님, 뭐가 훌륭해요.” “목사님은 너희들이 싸우든지 울든지 웃든지 주일에 교회에 와서 있는 게 참 훌륭하지.” 맞은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때린 녀석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놀았다.

내가 가진 많은 한계를 보며 주님 앞에 주저앉은 적이 있다. 주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참 훌륭한 목사야.”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세상과 사람을 창조하고 뭐라고 말했지.” “‘심히 좋았더라’라고 하셨죠.” “그래, 그거야.”

대한민국의 모든 목사는 훌륭한 목사다. 우리 모두 계속 훌륭한 목사로 살다가 훌륭하게 주님 앞에 섰으면 좋겠다. 불필요한 패배의식을 버리고 말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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