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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릿고개’ 세계 스포츠, 연봉 깎고 인력 자르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홈구장인 카우프만 스타디움의 텅 빈 관중석 앞에 지난달 25일 구단의 전설적 타자 조지 브랫의 동상이 쓸쓸하게 서 있다. 야구를 비롯해 풋볼과 농구, 아이스하키 등 미국을 대표하는 프로스포츠 종목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창궐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비용 절감에 전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 위기로 고위직 임원의 올해 연봉을 평균 35%씩 삭감한다. MLB는 세계 최대 프로스포츠 시장으로 평가되는 미국에서도 풋볼(NFL)·농구(NBA)·아이스하키(NHL)와 함께 ‘빅4’(Big 4)로 분류되는 경기단체다. 유럽의 경우 골프 단체가 상금을 줄이고, 프로축구단이 인력을 감축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세계 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보릿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15일(한국시간) “조직 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를 포함한 임원진의 올해 급여를 35% 삭감하기로 했다”며 “4월 급여를 받은 모든 정규직 직원은 5월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기쁘게 생각한다. 재정 위기에도 이 결정을 지지한 각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연봉은 1100만 달러(약 133억7600만원)로 추정된다. 그가 자진 반납할 연봉 35%는 46억8000만원을 웃돈다. 이 금액을 포함한 임원 연봉 삭감분은 5월까지 MLB 사무국 직원의 급여로 전환된다.

MLB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시즌 정규리그 개막이 지연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규리그는 당초 지난달 27일에 개막할 예정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12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고, 그 전후로 미국 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MLB 개막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리그 30개 구단의 입장권·중계료 수익, 각종 사업·행사로 창출했던 이윤은 순연된 기간만큼 사라지게 된다.

MLB 개막 연기는 1994년부터 7개월 넘게 이어진 선수노조 파업이 이듬해 봄까지 넘어왔던 1995시즌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당시 개막은 4월 3일에서 같은 달 27일로 연기돼 1달을 넘기지 않았다. 올해의 상황은 다르다. MLB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 따라 개막일을 5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이마저도 현실성이 떨어져 독립기념일(현지시간 7월 4일) 개막론이 거론되고 있다.

MLB를 포함한 미국 프로스포츠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프로스포츠 단체 대표자 11명과 구단주 3명으로 구성한 체육계 고문단을 구성하고 “스포츠를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프로골프를 주관하는 유러피언투어의 키스 펠리 대표는 이날 회원들에게 발송한 서신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회 취소, 상금 규모 축소를 예고했다. 펠리 대표는 “유러피언투어가 최근 수년간 상금이나 중계료에서 상당한 호황을 누렸지만, 코로나19에 그 동력을 잃었다. 이제 많은 재평가가 요구될 것”이라고 했다. 유러피언투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4개 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유럽 최대 인기 종목인 축구의 경우 리그 중단에서 비롯된 구단별 긴축 운영이 사회적 논쟁으로 확대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본머스는 코로나19로 일시해고된 직원 급여의 80%를 지원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이용해 인원 감축을 시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본머스는 이날 “서포터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원 일시해고를 단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철오 조효석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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