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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가 다녀갔나… 봄꽃 대신 눈꽃이 피어 있네

백두대간을 잇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구룡령 고갯길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겨울 왕국’ 같은 풍경. 하얀 눈으로 덮인 나무 사이로 몸을 뒤틀며 하늘로 치솟는 용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새까만 도로가 흑백의 묘미를 연출하고 있다.


미천골자연휴양림 상직폭포.


조침령터널 아래 ‘갈 지(之)’ 모양의 도로.


죽도 해변에서 추위도 무색하게 서핑을 즐기는 열혈청춘들.


남애전망대 일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나들이를 꺼리면서 여행지가 한산해졌다. 여러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자 집안에만 머무르고, 매일 코로나 소식만 접하면서 ‘코로나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 코로나를 피해 심리적으로 방역하는 여행도 가능하다. 한적한 지역을 드라이브하거나 피톤치드 가득한 자연휴양림을 찾아 숲길을 산책하는 등 코로나 예방수칙 가운데 하나인 ‘사람 간 거리 두기’를 지키며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없는 강원도 양양이 어떨까.

양양의 첩첩산중에 있는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가는 길 자체가 여행이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조침령(鳥寢嶺)터널을 통과해 갈 수도 있고, 홍천군 내면에서 구룡령(九龍嶺)을 넘는 길도 있다.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구룡령을 넘는 길이다.

백두대간을 잇는 구룡령은 아홉 마리의 용이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갔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몸을 뒤틀며 하늘로 치솟는 용을 닮았다. 그 길에는 민초들의 지난한 삶과 사연이 담겨 있다. 가마꾼, 지게꾼, 산꾼, 약초꾼이 오래전부터 이 길을 타고 백두대간을 넘었다. 구룡령 옛길은 문화재청이 명승 29호로 지정한 문화재길이기도 하다.

국도 56호선이 두 지역을 연결한다. 도로가 지나는 고개 정상에 ‘구룡령’이란 비석이 세워져 있다. 차를 세우고 둘러보자. 양양 쪽으로 거대한 산맥이 물결친다. 백두대간이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며 흘러가는 모습이 장엄하다. 첩첩 산줄기 중에 가장 높은 곳이 설악산 대청봉이다. 바로 앞에는 두툼한 눈 이불을 뒤집어쓴 나무들이 파란 하늘을 캔버스 삼아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하얀 설국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 검은색 도로가 흑백의 묘미를 연출하고 있다.

고개를 내려서면 양양군 서면에 1992년 문을 연 미천골자연휴양림이 있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추천하는 자연휴양림으로 선정될 정도로 울창한 산림과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계곡은 기묘한 형상의 암반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줄기로 청량하다. 천연림이 뿜어내는 청정 공기로 삼림욕을 즐기면 바이러스도 근접하지 못할 듯하다.

제1야영장주차장에서 약 2.5㎞ 지점에 70m 높이의 상직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멍에정이다. 이곳에서 응복산의 품속으로 약 4.8㎞를 걸으면 불바라기 약수터가 있다. 불바라기라는 이름은 ‘불 바닥’에서 나왔다. 철이 많은 미천골 곳곳에 대장간이 들어서 온통 불 바닥이었다고 한다. 약수터 주변에는 높이 30여m에 달하는 황룡·청룡폭포가 있다.

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양양 방향으로 향하면 왼쪽에 조침령터널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조침령은 높고 험해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고 해 유래된 지명이다. 서면 서림리에서 진동리로 이어지는 길은 ‘갈지(之)’가 여러 개 이어지는 모양이다.

미천골에서 내려온 물은 후천에 합쳐진 뒤 남대천과 몸을 섞어 동해로 흘러든다. 남대천은 연어가 돌아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남쪽 방향으로 38선휴게소를 지나면 하조대에 닿는다. 정자와 하얀 등대가 인상적이다.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 하륜과 조준의 성에서 한 자씩 따 하조대라 했다고 한다. 등대에서는 일망무제의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가슴이 후련해진다.

동산·죽도·기사문항 일대 해변은 서핑 마니아들이 단골로 방문하는 ‘서퍼들의 천국’이다. 추위도 무색하게 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든 열혈청춘들을 만날 수 있다.

양양 바다의 남쪽 끝은 남애항이다.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출연한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다. 바로 옆에 투명유리 바닥으로 된 남애전망대가 있다. 바다 풍광이 넓고 시원하다.

여행메모

구룡령이나 조침령 넘어 미천골휴양림, 동절기 입장료 무료… 호젓한 하루 숙박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양양나들목에서 빠져 국도 56호선(구룡령로)을 타고 미천골을 지나면 구룡령으로 올라선다. 한계령을 넘어 오색을 지나 양양에 못 미쳐서 구룡령 가는 길로 접어들어 미천골로 가거나 동홍천나들목에서 나와 구룡령로를 타고 반대쪽에서 오르는 방법도 있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은 겨울 동안 야영장 등 일부 야외시설을 제외하고 숲속의 집과 휴양관, 연립동 등을 정상 운영한다. 동절기인 12월부터 3월까지는 입장료가 무료다. 다만 주차비는 내야 한다.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어도 좋다. 울창한 숲에서 호젓한 밤을 즐길 수 있다. 숙박 예약은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휴양림 안에 민간이 운영하는 펜션과 민박집도 있다. 양양쏠비치리조트는 매력적인 동해안 리조트 중 하나다. 바다를 끼고 있는 데다 리조트의 외관도 빼어나다. 양양의 기사문항, 남애항 등에 횟집들이 모여 있다. 상차림이나 메뉴는 비슷하다.

미천골자연휴양림에서 양양으로 가는 길에 송천 떡마을이 있다. 전통방식대로 떡메를 쳐서 손으로 빚어 떡을 만든다.

양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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