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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폴란스키 ‘세자르 감독상’ 받자 거센 후폭풍



다수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원로감독 로만 폴란스키(86·사진)에게 감독상을 안긴 세자르 영화상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신작 ‘장교와 스파이’를 내놓은 폴란스키 감독은 28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 순간 장내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아델 에넬(31)은 “부끄러워하라”고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했다. 그는 10대 시절 폴란스키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미투’ 피해자였다. 객석에 앉은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도 에넬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

세자르상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상이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이 열린 플레옐 극장 앞에서는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폴란스키의 이름에 ‘강간하다’라는 뜻의 불어단어 ‘violer’를 합성해 비올란스키(violanski)라 부르며 프랑스 영화예술아카데미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때 일부 시위대가 시상식장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최루탄을 쏘며 막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논란의 당사자인 폴란스키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내게 공개적으로 린치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교와 스파이’의 출연진과 제작진도 “폴란스키가 시상식에 앞서 부당하게 재단을 당했다”면서 시상식 참여를 거부했다. 당초 작품상, 각본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장교와 스파이’는 감독상과 의상상의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자르상과 폴란스키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후보 발표 시점인 한 달여 전부터 이어져 왔다.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당시 프랑스 영화예술아카데미의 알랭 테르지앙 회장은 “후보작 선정시 윤리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개의치 않아했다. 하지만 프랑스 영화인 200여명이 지난 12일 프랑스 영화예술아카데미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고, 결국 테르지앙 회장을 비롯한 세자르상 운영진의 총사퇴로 이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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